안녕하세요. 스위밍풀입니다.



얼마 전 10년지기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청첩장을 받으러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근황 토크를 건너 뛰고,

폭풍 질문들을 쏟아 냈습니다.



"(그 사람) 어디가 좋아?"

라는 질문에 친구는


"그냥 거슬리는 게 없어"

라고 말했습니다.



제 친구는 거슬려 하는 게

엄청 많은 사람이라,

조금 더 놀리고 싶어졌습니다.



"말해줘 어디가 좋은지~~"

- 풀 -


"성격이 무던하고, 자기 일 열심히 하고,

내가 하자는 대로 맞춰주고,

음... 종교도 잘 맞고, 또 뭐가 있지...?


그냥 좋아!"

- 풀친 -



성격이 좋아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해서

내가 하자는 대로 맞춰줘서

종교가 잘 맞아서

거슬리는 게 없어서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좋으니까

성격이 좋아 보이고

일도 열심히 하는 것 같고

나와 잘 맞는 것 같고

종교마저 일치하고

거슬릴 점조차 사라지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다'라는 감정을 먼저 인지하고,


그 다음에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덧붙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인지 과정이

단지 선호도를 파악할 때에는

먹통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동작구 상도동으로 가보겠습니다.






# 느낌적인 그런 느낌





3개의 7호선 역세권

신축 단지들이 있습니다.


셋 중 어디에 살든

강남 출퇴근이 용이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신축인데


투자자인 저는

사람들이 왜 이곳을 좋아하는지,

어떤 단지를 더 좋아하는지

생각해봅니다.


근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땐 동료의 힘을 빌립니다.



"그늘님 어디가 제일 좋아요?"

-풀-


"(망설임 없이) 노빌리티요!"

-그늘-


"왜요?"

-풀-




"Aㅏ.... 느낌 적인 느낌?"

-그늘-


"그래서 왜요?"

-풀-


"주변에 아파트도 몰려있고...

아이들도 많고, 연예인도 산다는 건..."

-그늘-


"파크엘도 아이들 많았잖아요."

-풀-


"음 그러네요.

그래도 저는 여기가 좋아요."

-그늘-



동료인 그늘님은

상도역 역세권이자, 초등학교가 살짝 먼

이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가 더 좋다고 합니다.


비교군의 단지도 같은 장점을

갖고 있지 않냐는 저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직관의 힘이란 건 완벽한 논리가 없어도

이렇게나 강력합니다.






# 머리와 가슴의 싸움





똑같은 지역인데

카카오맵이 아닌, 리치고에서

지도를 가져왔습니다.


상도파크자이 옆 주변에

'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으로

묶여있는 빨간색 영역이 보이시죠?

천지개벽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네요.


조금 더 근거를 가지고

그늘님의 생각을 시험해볼게요.



"파크자이 옆에 엄청 크게 바뀔 거예요.

그것도 가까운 미래에!

여전히 노빌리티가 제일 좋아요?"

-풀-





"Aㅏ... 많이 좋아지겠네요..."

-그늘-


"가치가 비슷하면,

호재도 봐야 하지 않을까요?"

-풀-


"파크자이쪽이 확실히 좋아지겠네요.

성장가치투자로 10년 보유한다 치면,

뒤로 새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와도

초역세권은 파크자이 뿐이네요.


땅의 위치는 바꿀 수 없으니

파크자이 1등... 드릴게요."

-그늘-



노빌리티가 그냥 좋다고 해놓고선

환경 개선이 기대되는

파크자이1등이 되었습니다.


발품으로 얻은 직관적인 호감이

이성적인 손품과 합쳐지면서

선호도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그늘님은 정답을 찾았는데


마음이 자꾸만…

노빌리티를 향합니다.


때로는 이성이 직관을

이기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거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더 검증해보면 좋겠죠?






# 정답이 있을 것이란 믿음





그늘님과 함께 부동산으로 갑니다.


파크자이에 대해 얘기하다

길 건너 파크엘 얘기도 하고,

자연스레 노빌리티도 입에 담아봅니다.



"노빌리티 너무 좋지~"

-사장님-


사장님의 입에서 처음으로

너무 좋다는 직관의 말이 나옵니다.


"파크자이는요?"

-풀-


"파크자이 너무 좋지~"

-사장님-


"어디가 더 좋아요?"

-풀-


"둘 다 좋은데~

노빌리티가 더 좋아."

-사장님-


"음.. 왜요?"

-풀-


"이 동네는~ 아무래도

노빌리티를 더 쳐주지"

-사장님-



사장님이, 그리고 이 동네가

파크자이보다 노빌리티

좋아한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번은 더 여쭤봤습니다.

"왜요?"


사장님께서는

초등학교 배정, 역과의 거리,

평형대 구성, 단지 커뮤니티 등


단지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언급하며,

각각의 장단점을 말씀해주셨고,

저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단지 선호도를

극명하게 가를 만큼의

크리티컬한 요소는 없었습니다.




'Aㅏ... 그냥 딱 정해줘...'




정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A는 B이고, C는 D이면

부동산이 참 쉬워지니까요.


아쉽게도 부동산은

공식처럼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이걸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선호도를 파악할 때,

객관적인 정량적 정보와

현장에서 얻는 정성적 정보들을 합쳐

저만의 결론을 내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와 가슴이 싸울 때



"여기 살면 좋겠다!"

나의 직관적인 느낌


"그냥 여기가 좋아!"

동료의 순수한 한 마디


"원래 여기를 좋아해!"

사장님의 첫 마디



이제는 나의 임장과 직관적인 느낌을

조금 더 믿어보려고 합니다.






그늘님이라는 가상의 동료를 빌려

과거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글로 담아봤는데요.


손품과 발품을 거쳐

선호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도

여전히 머리와 가슴이 싸우고 있다면,


완벽한 논리를 찾기보다

나의 감정, 동료의 감정, 사장님의 감정,

그리고 사람들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집은 투자하려고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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