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당신이 미쳐있다는 증거 (feat. 벼락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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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정신없이 몰입해본 경험 다들 있으실거에요. 시험 일주일전까지는 그렇게도 공부가 안되더니 시험 전날이 되어서야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이 발휘돼 하루에 12시간도 넘게 의자에 앉아 벼락치기를 하던 경험. 투자도 이렇게 벼락치기가 될까요?
학창시절 공부를 거의 벼락치기로 해왔던 벼락치기 전문인 제가 경험한 바로는 투자도 벼락치기가 됩니다. 근데 죄송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런 벼락치기는 아니에요 ㅎㅎ
투자에 몰입하게 되면 적어도 1년은 여러분이 아는 벼락치기 무아지경의 상태로 온종일 투자생각만 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됩니다. 1년동안 매일 벼락치기하는 기분으로 살게돼요. 기한이 있는 시험도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여러분이 투자에 미쳐있다는 증거입니다.
투자에 몰입해있는 많은 분들께서 수많은 괴리감과 현타오는 순간들을 겪고계실거에요.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은걸까? 내가 지금 잘못 살고 있는건 아닐까? 이게 진짜 가족을 위한걸까?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투자하면서 가장 힘든건 몰입의 순간에 맞닥뜨리는 현타오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는게 맞다는 확신, 잘 하고 있고 잘 살고 있는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는 순간이 옵니다. 정말 열심히 하다가도 순식간에 그런 시간이 찾아옵니다.
배우자의 반대나 바쁜 회사일이 투자를 그만두게 하는게 아니라 결국 나자신이 반대해서 그만두게 되는구나… 열반스쿨 너바나님께서 투자를 제일 반대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하셨던 말씀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제가 겪었던 그런 시간들을 적어볼게요. 비슷한 경험을 하고계신 분들께 잘 하고 계시다고, 그 순간들을 이겨내시라고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휴대폰엔 온통
뜨거운 태양아래 한참 폭풍임장을 하던 어느날 잠시 쉬며 떡복이를 시키고 앉아 아무 생각없이 휴대폰 갤러리를 켰습니다. 켜자마자 보이는 건 아파트사진과 매물사진들 뿐 내리고 내리고 한참을 내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한참을 내리니 겨우 나타난 아이의 뒤모습 사진 그나마 흔들려 찍힌 함께잇는 잠시의 시간조차 마음의 여유를 내지못해 되는대로 찍어버린 사진이었습니다.
3살짜리 아이의 사진을 제대로 찍기 어려운 건 맞지만 이렇게나 멀쩡하게 나온 사진이 없다니 엄마로서 이렇게까지 무심해도 되는건지 정말 많이 속상했습니다
지금이 제일 예쁠 때라는데 아이가 웃고있는 앞모습 사진은 어린이집에서 알림장에 올려주는 활동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찍은 아이사진보다 일주일에 한 번 어린이집에서 올려주는 사진이 훨씬 더 많아지는 휴대폰 갤러리가 참 슬펐습니다.
#항상 뒷자리 잘 보고 내려
남편이 제가 아이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했던 말입니다. 임장하러, 임보쓰러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려고 차를 태워 나가면 차에서는 월부팟캐스트듣고 내려서는 휴대폰만 보고 있는 제가 혹시나 아이가 차에 있는것도 잊은 채 혼자내려 사고를 칠까봐 항상 노심초사하며 정신차리라고 얘기했습니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되었고, 가끔 정말 순간순간이 기억나지 않을만큼 정신을 놓는 경험을 하다보니 저초자 저를 믿을 수 없어 뒷자리를 항상 체크했습니다.
제가 엄마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이를 데리러가고 데리고오는 그 짧은시간 조차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곤 했습니다. 머리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마음과 행동은 참… 그게 잘 안됐습니다.
이런시간들이 한참 쌓여나갈 때 쯤 제가 진짜 엄마자격이 있는건지 진짜 가족을 위해서 하고 있는게 맞는지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족과의 시간이 부담스러워
솔직히 가족과의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속상하다는 생각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강의듣고 임장하고 임보쓰고 목표실적, 감사일기, 시간 금전가계부 쓰고 책읽고 독서후기 쓰고 조모임하고 카톡하고 이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새롭게 해야할 일은 산더미인데 진도는 안나가고 시간은 없으니
새벽에 집밖에 나와 하루종일 아이얼굴을 보지못햇는데도 집에서 걸려온 전화가 부담스러웠고 아이의 엄마찾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제발 빨리 끊어주길 바랬습니다.
남편과 아이와 오랜만에 동물원게 간 날에도 이왕 거기까지 간김에 임장하고 가자고 가는길과 오는길을 임장코스를 짜서 정작 동물원에 가서는 아이가 유모차에서 잠들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주말에 혼자 아이를 봐야하는 날에는 책읽어야한다고 임장보고서 써야한다고 하루 온종일 TV와 유튜브를 틀어줬습니다. 그것도 학대라고 난리치시는 친정엄마의 말에 심각하게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몇시간 놀아준다고 아이가 저를 찾지 않는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항상 죄책감을 안고 TV를 틀어줬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조차 부담스러워하며 함께 있는 시간엔 몸만 같이 있지 정신은 온통 투자에만 쏠려있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가족과 함께하는데 행복하지 않는건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내가 못되먹은 사람인건가 나밖에 모르는 사람인건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투자를 막 시작하는 분들께서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회사일도 투자도 둘 다 잘하고 싶어요 영어공부도 투자도 하고 싶어요 아이케어도 잘하고 투자도 잘하고 싶어요 다 잘할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제가 딱 잘라서 말씀 드릴게요.
둘 다 잘할 수 없습니다.
만약 투자가 아닌 것에 관심이 간다면 제대로 몰입하지 않으신겁니다. 잘 못하고 계신겁니다. 둘다 잘 할 수 있고 두가지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시기는 최소한 투자자 익숙해지는 3년이상이 지나야 가능합니다.
그 전에는 욕심을 버리고 투자에만 집중하세요. 지금 미쳐야 3년 뒤에 두가지를 다 잘할 수 있습니다.
투자공부를 하고 계신 분들중에 친구와 대화 관심사가 완전히 달라지고, 이성과 만남조차 관심이 없어지고, 가족과의 시간 30분조차 여유를 내지 못해 심각하게 고민인 분들 많으실겁니다.
도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고있고 진짜 행복하려고 하는게 맞는지 의심하고 계신분도 계실겁니다.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2년 3년이 지나니 밸런스가 맞춰지고 있습니다. 투자가 익숙해지는 시간이 되니 투자 외에 소홀했던 부분들에 마음과 시간을 내어줄 여유가 생깁니다.
처음에는 잘 안돼서 시간을 빼고 여유를 갖는 연습을 했습니다. 가족과 놀러가서는 휴대폰을 차에 두고 내리거나 남편에게 맡겨 뒀습니다. 제가 달라고 하면 주지말라고 당부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연습하고 여유를 가지며 밸런스를 맞춰 갔습니다.
단단히 미치시고 현타를 맞고 속상해하고 나에게 실망하고 힘들어하세요. 그 고비는 피할 수 없고 반드시 지나야만 하고 나만 겪는게 아니니 두려워하지 마시고 겪어내시길 바랍니다.
의심하지 마세요, 잘 하고 계신거에요 ^^
[꽃사슴11] 월부챌린지 칼럼필사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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