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조정이 가능한지 물었을 때 500도 조정 안 된다는 사장님도 있었고, 2천 정도 한번 해보겠다는 사장님도 있었다. 공실인 매물에 천장이 쭈글 쭈글 운 흔적과 얼룩이 있어서 누수 흔적이 아닌지, 아무래도 걱정된다고 추가로 매도인이나 관리실에 확인해달라고 했을 때 벽지 마감 이슈라고 답변한 중개인도 있었다. 마음에 들지만, 시세 보다 조금 비씨게 나왔고 가격 조정이 안 되면 거래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을 때 짜게 식고 손절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사장님도 있었고, 미안해하지 말고 언제든 편하게 매물 보러 오라고 말한 사장님도 있었다. 자꾸 봐야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편하게 연락 달라고. 큰 돈이 오고 가는 일이고, 무엇 보다 내가 살 집을 알아보는 일. 내 중요한 일을 맡기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뉘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나 혼자 느끼면 그 뿐, 언제나 모두에게 다시 만나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공손한 태도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실이 아니고 타인의 살림이 있는 집에서 이 집의 민낯을 보기 어렵다. 이 집의 실제 가치와 마주해야 하는데, 내가 꽂힌 부분은 과대 평가되기도 하고, 어느 부분은 과소 평가되기도 한다. 삶의 흔적들이 많이 묻은 다른 사람들의 집을 보는 것에 많은 에너지가 많이 들어갔다. 집을 보여주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집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 집의 신발장부터 베란다까지 선을 넘을 않는 범위 내에서 깨끗하게 훑으려고 한다. 하지만 중개인의 '인덕션, 시스템 행거, 블라인드는 다 두고 간대요' (사실 나는 원하지 않음), '이 단지에서 여기가 로얄동이에요' (음 로얄동의 근거가 보이지 않았음), '아기 있는 집이라 짐이 많아서 그렇지 빠지면 괜찮아요' 같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실제로 어느 집에서는 방 하나도 다 보지 않고 나오려고 한 적도 있다. 집을 나와서 빠르게 메모장에 특성들을 적어두어도 돌아오는 길에 멍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1순위 매물을 정하기도 어려웠다.
'올수리'라고 적혀있을 때 호갱 노노에 올라온 인테리어가 잘 된 집을 기대했었다. 네이버의 올수리는 살면서 '한번 공사했다' 정도다. 올수리라고 적히지 않은 집은 태초의 모습이다. 구축의 경우 '샷시 포함 특올수리' 정도가 어느 정도 고급 인테리어 정도를 했다는 의미다. 다만, 특올수리를 한 경우에는 시세 보다 조금 2천 정도 더 비쌌고, 가격 조정의 여지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 취향이 아니고, 2년 전 수리라 새 집에 들어가고 싶은 내 마음에 다 차지도 않았다. 어설프게 인테리어 된 집 보다 태초의 모습을 가진 집을 조금 더 저렴하게 찾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테리어 전체 공정을 관리하고 비용이 더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신축을 선호하는 내게 새 인테리어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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