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 간 정부가 걸어온 부동산 정책에 국민은 신뢰를 잃었음. 그 이유는 공급 대책이 일관성을 보이지 못한 데다 수요 억제 정책의 단기적 효과에만 치중했기 때문임. 세제와 대출 규제로 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화 기미를 보이면 인허가 물량을 줄이고, 시장 위기가 가시화하면 ‘벼락치기’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책적 효과가 제때 나타나지 못했음. 공급 감소로 ‘패닉 바잉’이 발생하고 ‘뒷북 공급’ 방안을 발표한 뒤 시장이 다시 잠잠해지면 이전의 일들이 유야무야되는 일이 반복되었음.
어제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과거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월 개발이익환수,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10.29 대책을 내놓았음. 2004년 서울 주택값이 전년보다 하락하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듯 했지만 2005년 서울 집값은 전년보다 5% 이상 급등하였음. 판교 신도시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분당, 용인 등 주변 집값이 또 뛰었기 때문임. 정부는 이후 부동산 규제의 ‘바이블’이라고 할 만한 8.31 종합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름. 종부세 대상 확대와 재건축 분양권에 대한 보유세 부과 등 서울 강남과 신도시 일대를 겨냥한 강력한 방안이었음. 하지만 재건축 초기 단계의 단지에 적용되지 않아 급등의 불길이 옳아갔음.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 당시 규제가 사업시행인가 단계의 재건축 단지를 비껴가면서 매수세가 급격하게 이동했다”며 “정부와 부동산 투자자 간의 ‘두더지 잡기’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당시를 설명했음.
이명박 정부는 LTV와 DTI 완화로 대출 규제 완화에 방점을 뒀음. 또한 서울 내 대규모 그린벨트를 푸는 등 연간 13만 가구에 달하는 공공 인허가 물량을 쏟아냈음. 민간 아파트 값이 상승하더라도 ‘반값 아파트’ 역할을 하는 공공 물량을 늘려 서민 주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급 확대 시그널을 보낸 것임. 하지만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쏟아졌고 특히 부산 등 지방에서 집값 상승세가 심각하게 나타남. 부산은 2008년 집값 상승률이 3.36%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15.91%까지 급등하였음.
박근혜 정부 역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와 민간 주택 규제 완화 등 규제 완화에 나섰음. 15년 공공 주도의 주택을 공급하는 ‘택지개발촉진법’도 폐지하였음. 정부 대신 민간 주도의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에서 30년간 이어온 주택 공급 체제를 바꾼 것임. 이전 이명박 정부에서 연평균 13만4000가구에 달하던 공공 인허가 물량이 이후 7만6000가구 수준으로 감소하였음. 공공물량이 감소하면서 민간 위주의 공급에 의존해야 했고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맞물리면서 2015년 서울과 대구 등 주요 지역의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음.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서울 아파트 값이 3.64% 오르자 강력한 대출, 세제 방안을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음. 투기과열지구 등 부동산 규제지역을 신규 지정하고 청약 1순위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담았음. 또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는 등 도시정비 사업장을 직접 겨냥했음. 서울 아파트에 대한 이른바 ‘3중 자물쇠’를 채웠다는 평가가 나오자 투자 수요는 규제를 피한 인천과 지방 광역시로 옮겨짐. 이후 2019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전면 금지를 포함한 12.16대책으로 규제를 더욱 강화함. 당시 대책 이후 대출이 묶인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패닉바잉 현상이 이어졌음. 결국 정부는 2020년 8.4 공급 대책을 통해 실수요자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실제 1000가구 이상의 후보지 가운데 주택 건립이 진행 중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어 ‘공염불’이 되었음.
윤석열 정부 기간에는 주택 가격 상승률이 -8.28%를 기록할 정도로 전방위적인 위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불안은 이어졌고 PF 위기로 인해 주택 공급량은 크게 감소하였음. 정부가 정책적으로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 확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인허가 물량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함. 결국 이 같은 안일한 공급 정책이 현재의 집값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옴.
한 부동산 관련 교수는 “정부가 시장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공급 감소가 패닉바잉으로 이어지고 뒷북 공급이 시장에 안정을 주지 못하는 현상이 정권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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