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가격』
Chapter 3. 열심히 버는데도 가난해지는 이유
인플레이션의 진짜 배후는 누구인가
"인플레이션은
눈에 보이지 않게
부를 재편하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p. 55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악당이 빠지지 않는 법이다. 이 장에서는 악당이 등장한다. 당신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악당의 이름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 유난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을 쓴다 해도 그저 금융 생활의 한 부분쯤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별다른 작용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에도 어떤 사람을 가난하게, 어떤 사람을 부유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그 원인을 이해하면, 돈의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부를 늘릴 수 있는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p. 56
인플레이션이 기껏해야 중립적이고 최악의 경우 개인 자산에 큰 피해를 준다면,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약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용인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명시적으로 내세우는 정책 사항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유로존 국가 모두 인플레이션 목표를 연 2퍼센트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인 조치를 취한다.
p. 56~
내 지갑을 털어가는 마법의 단어,
인플레이션
내가 좋아하는 《랜덤하우스 웹스터 대사전Random House Webster's Unabridged Dictionary》은 인플레이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통화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그 결과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라는 부분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통화에 표시된 모든 물건의 가격은 자연스레 상승하기 마련이다. 이 정의 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통화량이 증가함에 따라”이다. (중략)
우리는 인플레이션율을 모든 물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고정된 수치처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제 내 모든 재화와 서비스마다 각기 다른 인플레이션율을 지닌다. 예를 들어 달걀 한 판의 가격은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보이고, 건설용역비는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보일 수 있다.일부 재화는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가격이 차츰 저렴해지는 디플레이션을 겪기도 한다. 가장 좋은 사례로 기술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10년 전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의 TV를 더 적은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중략)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법한 대표 품목을 모아 가상의 ‘장바구니basket of good’를 구성해 물가지수를 산출하고 이 지표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을 측정한다. 영국과 미국 모두 이를 ‘소비자 물가지수CPI'라고 부른다.
P. 59~
통화량이 늘어날수록
물가가 오르는 이유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살펴본다면(연간이 아닌 월간이라고 하자), 개별 제품이 비싸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원인은 주로 수요와 공급과 관련이 있다.(중략)
또는 하나의 요인이 변해 동시에 수많은 상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다음과 같다.
- 석유와 같이 많은 상품에 사용되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 많은 상품이 생산되는 지역(예:중국)에서 임금이 상승하는 경우
-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건설 자재 및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 자산시장의 급등 등으로 사람들이 갑자기 더 부유해졌다고 느끼게 되어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중략)
모든 것의 비용은 그대로인데, 그것을 측정하는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재밌는 사실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도 개별 상품의 가격이 변하는 이유와 같다는 점이다. 바로 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통화의 공급이 증가해왔고, 통화량이 많아질수록 각 단위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중략)
전쟁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는 갑작스럽게 막대한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새로운 돈을 찍어내 무기와 군대에 자금을 대는 것이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결국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중략)
여기서 우리가 보고 있는 상황은, “통화량이 증가함에 따라…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라는 인플레이션의 사전적 정의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즉 오늘날 유통되는 돈은 1960년대보다 훨씬 많으며, 이로 인해 주택이나 우유 한 팩, 또는 다른 모든 상품에 당시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더 많아지면 구매력이 하락하는 현상(이는 물가 상승으로 나타난다)이 여전히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자. 돈의 목적을 상기해보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거래 ‘사이에 끼어서’ 물물교환하는 방식보다 더 편리하게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미쳐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찍어내 모든 사람의 은행계좌에 100만 파운드를 입금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시장에 있는 물건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데 모두가 더 많은 돈을 가지고 그것들을 사려고 한다면? 수요는 폭증하고 공급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물가는 당연히 오르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모든 것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추가로 돈을 찍어낸다고 해서 기업들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갑자기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보다는 덜 극단적이지만 그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P. 65~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원하는
결정적 이유
특히 지난 14년처럼 저축에 대한 이자가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할 때는 인플레이션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득보다 해악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정부는 명시적으로 적정한 인플레이션을 원하고, 때로는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왜 그럴까? 3가지 주요 이유가 있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보다 낫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달 물가가 오늘보다 더 떨어질 것을 안다면 사람들은 구매를 미룰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달 물가가 더 많이 떨어질 거라고 믿는다면 또다시 구매를 미룰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면 팔리지 않고 쌓이는 물건이 많아질 테니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생산할 물건에 대한 수요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줄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인력을 감축해야 할 지 모른다.이처럼 디플레이션이 실업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삼는다.(중략)
둘째, 인플레이션은 사람들로 하여금 돈이 ‘일하게’ 만들기 떄문이다. 인플레이션은 현금의 가치를 계속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대신 사람들은 그 돈으로 물건을 사거나(이는 고용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투자하거나(만일 그 투자처가 주식시장이라면 주가가 상승해 모두가 더 부유해졌다고 느낄 수 있따), 아니면 이자라도 받기 위해 은행에 저축하기로(이 돈은 미래에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도록 기업에 대출해줄 수도 있다) 마음을 먹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 이유다. 인플레이션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쁜 것이지만 빚을 진 사람들, 즉 채무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왜 그럴까? 인플레이션은 미래에 갚아야 할 돈의 가치가 빌린 돈의 가치보다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중략)
정부는 왜 채무자에게 친절한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큰 채무자가 바로 정부 자신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른 누구보다도 인플레이션의 혜택을 크게 누리는 존재다. 앞서 예시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갚아야 할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지금 빚을 지는 부담이 훨씬 가벼워진다. 결국 정부는 채무자에게 친절을 베풀려는 차원에서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
p. 71
Money Lessons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아니다.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당신의 노동을 조용히 희석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국가의 막대한 부채를
가장 손쉽게 털어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돈의 가격을 결정하는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신은 평생 땀 흘려 일군 부를 앉아서 빼앗길 수밖에 없다.
나는 프로레슬링을 좋아한다. 프로레슬링에는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의 중심에는 ‘선역’과 ‘악역’이 존재한다. 헐크 호건은 그 전통적인 ‘선역’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관중들은 ‘선역’인 그가 ‘악역’들에게 공격을 당할 때 안타까워하고 분노했고, 마침내 그가 그 시련을 이겨내고 악역들과 싸워 승리를 일궈냈을 때 환호했다.
그렇게 프로레슬링에서 ‘악역’은 ‘선역’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로 사용되기 위해, 그 악역을 물리친 선역이 한 일이 대단해보이게 할 수 있게끔 매우 강력하게 설정된다. 악역의 페르소나를 갖춘 뒤 약한 선역들을 하나씩 격파해나가고 악역의 가장 우두머리, 탑힐의 자리에 오른다. 각본진은 강한 악역을 설정함과 동시에 그를 물리칠 선역, 베이비 페이스도 준비한다. 작은 시련들을 통과해가면서 마침내 탑힐이자 챔피언 자리에 있는 악역과 대결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하는 것이 1990년대 초반까지의 공식이었다.
하지만 변화가 찾아왔다. 사람들이 ‘악역’에 환호를 보내게 된 것이다. ‘선역’에 야유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미건조한 히어로 스토리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 관중들은 자기만의 서사, 캐릭터성을 강하게 가진 선수들에게 큰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악역’임에도 티셔츠 판매량이 ‘선역’보다 더 높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에게 더 큰 재미, 희열을 느끼게 하는 선수라면 선역이든 악역이든 지지를 보내게 된 것이다.
갑자기 프로레슬링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악당’이라는 단어에 꽂혔기 때문이다. 나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악당’, 인플레이션. 사실 자산을 가지지 못한, 하락에 배팅하는 적극적 투자자였던 내게 인플레이션은 틀림없이 ‘악당’이다. 하지만 내가 만약 자산을 가졌더라면? 강남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면? 꽤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그 악당에게 큰 환호를 보냈을 것이다. ‘I LOVE 인플레이션’이라고 써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을 것이다. 스토리상 선역인가 악역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재미(이익)를 주느냐 안 주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진짜 악당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악당이라는 단어보다는 흑막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의 정체는 바로 ‘정부’다. 욕받이 ‘악역’으로 인플레이션을 내세우고 뒤에서는 본인들의 이득을 챙긴다. 막상 국민을 위하는 척 ‘재난지원금’을 뿌리지만 사실 그것은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돈을 찍어내어 인플레이션을 유도함과 동시에 정부 자신의 부채를 감소시키려는 의도가 아주 분명한 각본작업이다. 이렇게 각본진의 의도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사람들은 가치가 떨어진 화폐를 더이상 들고있으려 하지 않았다. ‘희소’한 가치를 가진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자산시장의 급등으로 일부 사람들은 더 부유해졌다고 느끼게 되어 더 좋은 가치를 지닌 부동산에 넘쳐나는 현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강남 아파트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했으며, 광주의 전용84 신축 아파트의 가격보다, 구축임에도 2배, 3배가 넘는 가격이 되었다. 나같은 월급쟁이의 저축으로는 감히 쳐다도보지 못하는 높이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를 비난하고 원망하며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결론은 언제나 하나다. 자산을 가져야 한다. 내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가치를 지닌, 저평가된 자산을 사야 한다. 그리고 그 자산이 본래의 가치를 찾아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프로레슬링의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선역과 악역이 있다. 그중의 몇몇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프로레슬링 산업에 자신의 유산을 남기지 못한 채로. 그렇다면 누가 살아남았을까? 선역일까? 악역일까? 살아남은 이들에게 붙여진 것은 ‘선역’, ‘악역’이라는 꼬리표가 아니다. ‘슈퍼스타’, ‘베테랑’, ‘아이콘’, ‘레전드’, ‘G.O.A.T’라는 이름으로 링 위에서 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단순한 선역과 악역이라는 이분법적인 이름으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보여줄 수 있는 모습 중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남았다. 그리고 WWE Hall of Fame에 그 이름을 길이길이 남긴다. 현역일 때는 관중들의 환호와 상품 판매량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 은퇴해서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남기고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역할을 한다.
나의 목표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직장인, 월급쟁이 투자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투자를 꾸준히 실행하여 투자자로 꾸준히 살아남아, 직장에서 은퇴하더라도 투자자로서의 본질(명예)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단순히 30억 자산가가 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꾸준히 증명하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
존시나의 ATTITUDE ADJUSTMENT처럼, 더락의 ROCKBOTTOM처럼, 언더테이커의 TOMBSTONE PILEDRIVER처럼, 브록 레스너의 F5처럼, 트리플H의 PEDIGREE처럼, AJ스타일스의 PHENOMENAL FOREARM처럼, 골드버그의 SPEAR와 JACKHAMMER처럼, 랜디오튼의 RKO처럼,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의 STUNNER처럼, 커트앵글의 ANKLE LOCK처럼, 숀 마이클스의 SWEET CHIN MUSIC처럼, 레이 미스테리오의 619처럼, 에디 게레로의 FROG SPLASH처럼, 코디 로즈의 CROSS RHODES처럼, 드류 맥킨타이어의 CLAYMORE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이지만, 아무나 그 이름을 쓸 수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필살기, 나만의 FINISH MOVE, 자신만의 ‘IT’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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