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다들 압니다.
워런 버핏은 하루 500페이지를 읽는다고 했고, 빌 게이츠는 일 년에 50권을 읽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합니다. 책을 사고, 읽고, 밑줄을 긋습니다. 독서 모임에 나가고, 요약본을 찾아보고, 유튜브 북리뷰를 챙겨봅니다. 근데 솔직히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정말 달라지는 걸까. 나도 읽는데 왜 그들처럼 되지 않는 걸까.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부자들이 책에서 얻는 건 지식만이 아니었습니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일주일 뒤에 기억나는 내용이 얼마나 되시나요.
솔직히 저도 많지 않습니다. 밑줄 그었던 문장도 흐릿해지고, 감동받았던 챕터도 제목만 기억납니다. 형광펜을 칠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노트에 옮겨 적어도 시간이 지나면 비슷합니다. 지식은 쌓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했습니다.
부자들이라고 해서 읽은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500페이지를 읽어도 다 흡수하진 못합니다.
차이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부자들은 독서를 통해 “태도”를 함께 얻습니다.
어떤 태도냐면 —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려는 자세.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바로 내치지 않고,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를 먼저 물어보는 자세. 책은 그 태도를 훈련하는 가장 좋은 공간이었고, 그들은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옵니다.
"이건 내 상황이랑 다르지." "이 사람은 환경이 달라서 가능한 거야." "현실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간 적 있으신가요. 저도 많았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방향의 이야기를 만나면 일단 낯설게 느껴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부자들은 그 순간 멈춥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습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지? 내가 못 보고 있는 게 뭐지?"
무조건 동의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상대의 생각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한 번 따라가 보는 것. 그 경청의 자세가 다릅니다.
그리고 이 멈춤이 쌓일수록 내가 보는 세상의 각도가 넓어집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고, 놓치고 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 시선으로만 보면 보이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확신하는 것만 보고, 낯선 것은 본능적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면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아쉬운 경험을 하고 나서도 "운이 나빴다"로 마무리합니다. 진짜 이유를 보지 못한 채로.
투자를 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내 판단이 틀렸을 때, 대부분은 내가 보지 못한 시선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다른 의견을 냈을 때 흘려들었거나, 내 생각과 달라서 일찌감치 내쳤던 관점들. 그게 나중에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은 그 시선을 넓히는 훈련을 가장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저자가 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도, 책 안에서는 그 생각의 방향을 끝까지 따라가볼 수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그 시선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한 번만 따라가 보는 겁니다.
그 훈련이 쌓이면 실제 상황에서도 달라집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들었을 때 바로 닫지 않고 한 번 더 들을 수 있게 됩니다.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각도에서 기회가 보입니다.
일 년에 100권을 읽어도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 년에 10권을 읽어도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차이는 얼마나 읽었느냐가 아닙니다. 어떻게 읽었느냐입니다.
100권을 읽으면서 매번 "맞아, 좋은 말이야"하고 덮는 사람과, 10권을 읽으면서 매번 낯선 생각 앞에서 멈추고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를 들여다보는 사람. 시간이 지나면 이 둘의 차이는 압도적으로 벌어집니다.
부자들의 서재가 두꺼운 이유는 단순히 많이 읽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한 권을 읽어도 깊이 읽기 때문에, 다음 책이 또 필요해지는 겁니다. 한 권이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이 다음 책으로 이어집니다. 그게 진짜 독서의 선순환입니다.
동의되는 문장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건 이미 내가 아는 것입니다.
진짜 배움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생각의 방향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읽다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싶었던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을 다시 한 번 펼쳐보세요. 그리고 딱 하나만 물어보세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동의할 필요 없습니다.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 생각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한 번 따라가 보는 겁니다. 30초면 됩니다.
그 30초가 쌓이면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지면 사람의 말을 듣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사람의 말을 듣는 방식이 달라지면 판단이 달라지고, 판단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부자들이 책에서 지식을 얻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독서를 통해 함께 훈련하는 건 — 어떤 의견이든 먼저 경청하고, 다르더라도 내치지 않고 들어보려는 태도였습니다.
그 태도는 오늘 밤 책 한 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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