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주말에 시간 돼? 집 좀 보러 같이 가줘.”
재작년 봄, 회사 동료 한테 뜬금없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집? 무슨 집?”
“사려고. 그… 상급지 쪽으로 알아보고 있거든.”
저는 잠깐 말을 잃었어요.
“형… 돈 없다며?”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있었고, 동료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사실 나 주식 좀 오래 했어. 이제 집 살 때가 된 것 같아서."
거의 10년을 저한테 항상 "돈 없다"는 말만
이야기해주던 같은 부서의 직장 동료 형이었습니다.

회식 자리에선 늘 한 발 물러서 있었고
놀러 가자는 얘기가 나오면 조용히 빠지고
매일 같은 옷에 차는 10년 넘은 준중형.
그런 동료를 보며 "많이 아껴쓰는 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투자는커녕 매달 전세 이자나 월세를 내느라
힘든 줄로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날 이후 동료와 함께 시간이 될때마다
매물을 돌아보러 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처음 알게 됐어요.
주식 투자로 꽤 오랫동안,
그리고 꽤 많이 돈을 불려왔다는 것
그 돈과 대출을 합쳐서
이제 '상급지 내집마련'을 하려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지금 그 동료는 그때 같이 보러 다녔던 단지 중 한 곳
서울은 아니지만 서울보다 비싼 상급지에 위치한
현재 시세 20억대의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집들이 날, 단지내 조경이 아름답게 보이는
거실에 앉아서 제가 물었어요.
"형,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
거의 10년 동안 어떻게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한 거야?"
웃으면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늘 "돈 없다"고 했던 건
통장이 비어서가 아니라,
매달 월급에서 저축·투자 몫을 먼저 떼어놓고
남은 돈으로만 생활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직장 내에서도 '검소한 애', '허세 없는 애'
때로는 ‘정이 없는 애’로 통했던 것도
일부러 꾸며낸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였던 거예요.
"진짜로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돈이 없게 만든 거야.
월급 들어오면 투자 계좌로 자동이체부터 걸어놓고,
나머지로만 사는 거지."
소비의 우선순위를 바꾼 것.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 한 건 주식투자가 아니었습니다.
저축이었어요.
제게도 입사 초기에 돈 모으고, 아끼라고
가장 먼저 이야기해준 동료였거든요.
“3년 안에 1억.”
이렇게 기간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매달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역산해서
그 금액을 먼저 떼어놓고 남은 돈으로만 생활했다고 합니다.
쓰고 남는 걸 저축한 게 아니라, 저축하고 남는 걸 쓴 거죠.
이 단계 없이 바로 주식부터 시작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수익률 10%여도 원금이 500만 원이면 50만 원이잖아. 근데 1억이면 1000만 원이지. 같은 실력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와. 그래서 모으는 기간이 꼭 필요해."
놀랐던 건 처음 5년은 큰 돈을 못 벌었다는 거였어요.
오히려 잃기도 하고, 사자마자 떨어져서 애태우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시기를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아야 할 것을 배우는 시기’로 썼다고 합니다.
그게 주식이었고 그래서 했던 방법은
관심 가는 섹터를 하나 정하고
그 안에 속한 기업들을 하나씩 파고들고
익숙해지면 범위를 넓혀가는 식으로요.
"투자를 시작하기 전 배우고 공부하는 게 필요해. 주식이라면 섹터를 정하고, 그 안의 기업 보고, 점점 범위 넓혀가고. 그 5년이 없었으면 그다음 5년도 없었어."
2020년 코로나로 시장이 크게 흔들렸을 때,
그게 오히려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원인이 명확한 하락이었거든. 코로나 때문이었으니까, 이 원인만 사라지면 시장도 돌아올 거라고 봤어. 그래서 평소보다 더 공격적으로 샀지."
다들 겁에 질려 팔고 있을 때 오히려 살 수 있었던 건
그 전 5년 동안 쌓아둔 공부와 경험 덕분이었습니다.
막연한 '감'이 아니라, 아는 기업이고 기준이 있으니까
판단이 가능했던 거예요.
제일 놀라웠던 건 이런 긴 기간에도
소위 치고 빠질 수 있는 핫한 테마주
혹은 급등주를 매수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내 스스로가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기업에만 돈을 넣었다고 합니다.
"단기간에 확 오를 수도 있어. 근데 내가 모르는 회사는 떨어질 때 절대 못 버텨. 못 버티면 수익도 없어. 당장 더 버는 것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것'에 넣는 게 훨씬 중요해."
결국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많이 버는 길이라는 걸
동료는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수익이 난다고 해서 갑자기 차를 바꾸거나
명품을 사거나 하지 않았어요.
생활 수준은 10년 전과 똑같았습니다.
대신 수익이 나면 그 돈을
다시 계좌에 넣어서 굴려갔다고 해요.
복리의 본질은 사실 '수익률'이 아니라
‘번 돈을 쓰지 않고 계속 다시 굴리는 것’이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었죠.
"사람들은 수익 나면 바로 써버려. 그러면 원금이 안 늘잖아. 나는 처음부터 '이건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계속 굴렸어."
'돈 없어'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통장엔 돈이 있었지만
쓸 수 있는 돈은 정말로 없었던 것이니까요.
종잣돈 1억으로 시작해서
약 10년 동안 꾸준히 불려왔습니다.
그리고 재작년, 모아둔 돈과 대출을 합쳐 아파트로 이사했어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상급지 핵심 지역의 신축에 말이죠.
왜 주식으로 계속 굴리지 않고
집을 샀냐고 물었더니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주식으로 계속 굴리는 게 수익률은 더 좋을 수도 있어. 근데 아이가 크고 가족이 생기니까 '안정감'이라는 게 필요해지더라고. 집은 투자 자산이기도 하지만 삶의 기본적인 베이스니까."
여기까지 읽으시면서 이런 마음이 스쳤을지도 몰라요.
"와, 나도 10년 전부터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
"내 주변에도 저런 친구 있을 것 같아. 나만 몰랐나?"
"이미 너무 늦은 거 아닐까? 지금 시작해서 뭐가 되겠어?"
부러움, 아쉬움, 그리고 약간의 조바심.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동료의 이야기에서 진짜 봐야 할 건
'20억'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지나온 10년을 다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이 '과정'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지금 시작하든 5년 뒤에 시작하든 똑같이 유효합니다.
뭔가 특별한 재능을 가졌던 게 아니라
이 과정을 끝까지 밟아낸 것뿐이에요.
그래서 아쉬움이 든다면
그 감정을 '이미 늦었다'는 결론으로 닫지 마시고
‘그럼 나는 오늘 뭘 시작할 수 있지?’라는
질문으로 열어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시장에 지금 사서 뭐하냐”
"10년이나 어떻게 버티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하지만 기회는 '시기'가 만드는 게 아니라
'준비된 사람'이 만난다는 것.
언젠가 또 다른 기회가 분명히 옵니다.
그 기회가 왔을 때 탈 수 있느냐 없느냐
결국 오늘 내가 무엇을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① 돈을 모으고
② 모았으면 불리고
③ 마음먹었으면 행동하고
④ 번 돈은 다시 굴린다
이 네 가지는 언제 시작해도 누가 해도
변하지 않는 원칙입니다.
화려한 한 방도, 남들 모르는 비법도 아닙니다.
그저 이걸 얼마나 오래,
얼마나 꾸준히 지켰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5년 뒤의 내가 오늘의 나한테 똑같은 말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오늘, 일단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거창하게 공부 계획 세우고 투자 대상이나 종목을 고르기 전에,
그냥 월급 들어오자마자 쓰기 전에 먼저 떼어놓는 것부터요.
그 작은 한 걸음이, 5년 뒤 10년 뒤의 나를
제 직장 동료처럼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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