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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매니아] 매일 독서 10분 실천, 3월 2일 『돈의 가격』(5) 권력자의 이기심과 스파이더맨의 책임감, 제동장치를 잃은 화폐

26.04.14 (수정됨)

『돈의 가격』

 

Chapter 4. 당신의 부를 결정하는 돈의 설계자들

 

돈의 질서를 만든 권력의 역사

 

"돈을 통제하는 자가

결국 세상을 지배한다."

 

p. 75

어릴 적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알라딘>을 통해 유명해진 다소 냉소적인 황금률도 있다. ‘금을 가진 자가 규칙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살펴볼 더 현실적인 표현은 이렇다. '권력을 가진 자가 금에 관한 규칙을 만든다.

 

p. 76~

 

돈과 권력의 끈끈한 관계
: 중앙은행의 탄생

 

화폐의 경우, 각 마을은 자체적으로 동전을 제작했는데, 오늘날 같은 하나의 조폐국Royal Mint은 없었따. 문제는 이것이 사기와 조작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각 지역의 화폐 주조인은 은에 값싼 주석을 섞어 실제보다 가치가 낮은 동전을 만들 수 있었다.(중략)

그로부터 약 400년이 흐르고 1509년 왕위에 오른 헨리 8세는 화폐 발행을 중앙집권화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지역 조폐소를 폐쇄하고, 런던의 왕립조폐국만 새로운 동전을 주조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이 조치로 지방의 화폐 주조인들이 동전의 은 함량을 조작할 기회는 사라졌지만 왕이 중앙에서 동일한 조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거세당할 위험 없이 말이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조폐권이 중앙에 집중된 지 30년 후, 동전의 은 함량은 90퍼센트 이상에서 3분의 1 조금 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원래 은의 무게를 상징했던 파운드 주화는 이제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게 되었따.

이와 같은 중앙집권화 양상은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었따.(중략) 이런 통합으로 지역 권력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화폐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을 빼앗기고, 그 권한을 중앙 정부로 넘기게 되었다.

 

p. 79~

 

왕의 금고가

국가의 은행이 되기까지

 

당시에는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군주가 직접 돈을 빌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불행히도 그즈음에 사망한 찰스 2세가 생전에 진 대규모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그 후계자에게 돈을 빌려주기를 꺼렸다. 잠재적인 대출자들에게서 신뢰를 얻기 위해 1694년 윌리엄 3세는 국가 단위의 중앙은행 설립에 동의한다. 이것이 바로 영국은행이다. 중요한 점은 이 은행이 군주가 아닌 의회의 감독을 받게 되고 차입한 돈은 군주가 아닌 국가 전체가 책임진다는 점이었다.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영국은행은 12일 만에 약 1,200명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전쟁에 필요한 120만 파운드를 빌릴 수 있었다.

 

p. 80~

 

금이

종이가 되다

 

영국은행이 설립되면서 지폐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파운드화의 가치는 은화나 금화 자체에 있었따. 하지만 지폐가 발행되면서 이제 처음으로 내재적 가치가 없는 종이 한 장으로도 돈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가치 없는 종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을까? 이 종이를 영국은행에서 일정량의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폐는 은행에 보관된 진짜 금에 대한 일종의 ‘영수증’ 역할을 했다. 요구할 때마다 지폐를 금으로 교환해주는 일은 대중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일이었지만, 실제로 교환을 요구하는 일은 드물었다. 사람들은 신뢰할 만한 대상이 지폐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하는 대가로 기꺼이 지폐를 받아들였다.

 

(중략)

 

지금까지의 금융 역사에서 우리는 일관된 패턴을 찾아볼 수 있다. 추가적인 돈을 창출하거나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대마다 사람들은 그 유혹을 거의 예외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중세의 화폐 주조인들은 동전의 은 함량을 줄일 기회가 주어지자 실제로 그렇게 했고, 그 결과 신체 일부가 잘려나갔다.
  • 헨리 8세는 동전을 만드는 것이 중앙집권화되자 마찬가지로 은 함량을 줄였따. (물론 그는 왕이었기에 신체의 어떤 부분도 잘려나가지 않았다.)
  • 영국은행의 설립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정부는 100년 만에 10억 파운드가 넘는 부채를 쌓았다.
  • 영국은행은 금과 교환 가능한 지폐를 발행했으며, 보유한 금보다 훨씬 많은 지폐를 발행했다.

 

이처럼 어떤 시스템이든 그 허점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반복되어왔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화폐를 시장에 유통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는 통화량이 증가할수록 개별 파운드화의 가치는 하락한다는 사실을 이미 살펴봤다.

 

p. 83~

 

돈의 질서를 세운

금본위제 시대

 

당시 파운드화의 가치가 안정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1870년대에 ‘금본위제’가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금본위제는 서구 국가들이 서로를 죽이는 대신 무역을 하기로 결정한 이후 나타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중략)

 

금본위제는 본래 국제무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되었지만, 영국은행 입장에서는 지폐를 무한정 발행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부작용도 있었다.(중략)

 

1차 세계대전 이후 잠시 지폐와 금의 연계가 재개되었지만 1931년 영국은행은 지폐를 금으로 교환해주는 일을 영구히 중단했다. 그날 이후로 파운드화는 ‘법정화폐fiat currency’가 되었다. 즉 정부가 가치를 보증한다는 이유로 가치를 지닐 뿐, 어떤 실물 자산과도 연결되지 않는 화폐가 된 것이다.

 

p. 92~

 

누가 돈의 가치를

통제하는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중단을 발표한 이래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금융 세계에 살고 있다. 과장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정부 발행 통화와 그 기반이 되는 ‘무언가’(주로 금)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화되거나 끊어진 적은 있었지만,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그 개념이 항상 존재했다. 이제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주요 통화들은 정부가 가치를 보증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p. 94

 

 Money Lessons 

 

돈의 가치는 시장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그 질서를 정하는 힘은 언제나 권력에게 있다.

 

역사는 단 하나의 진실을 반복한다.

돈을 통제할 권력을 가진 자는

언제나 그 유혹을 받아들인다.

 

왕들은 동전의 은 함량을 줄였고

정부는 금 보유량을 초과해 지폐를 찍었다.

이것은 인간 본성의 패턴이다.

 

그리고 1971년,

돈은 금과의 마지막 연결마저 끊고

순수한 약속(법정화폐)이 되었다.

 

이제 돈의 팽창을 막을 제약은 없다.

 

 

 

『돈의 대폭발』을 읽은 후 이 책을 보니 “이제 돈의 팽창을 막을 제약이 없다”는 문장이 더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영화 스파이더맨에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대사가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너무나도 큰 힘이다. 이 상황의 맹점은 돈을 만들어내는 주체인 정부를 막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위해서, ‘소비 진작’을 위해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와 같은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국가가 돈을 찍어낼 때 제동장치가 없다. 그리고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그 돈을 받아든 국민들은 기뻐하며 그 돈을 쓰기에 바쁘다. 자신들의 통장 속 잔고가 녹아내리는 것은 생각지 않은 채로 말이다.

 

‘화폐’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기껏해야 종이쪼가리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져서 현재의 천 원짜리, 만 원짜리, 오만 원짜리 지폐를 각각 10000장씩 들고 조선시대 또는 고려시대로 간다면 부자로 떵떵 거리면서 살 수 있을까? 택도 없는 일이다. 애초에 30000장의 종이를 들고 다니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그 화폐의 가치를 보장해주는 정부 또한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한민국이 아닌 곳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그 종이쪼가리를 벌기 위해 나는 내일도 출근을 하는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을 가진 이들은 그 힘을 책임감을 갖고 쓰기보다는 본인의 편리를 위해 사용한다. 국민으로부터 이양된 권력이지만 마치 제것처럼 쓴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지금 통화량을 늘리는 것이 미래에 분명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눈가리고 아웅한다. 

 

금과 지폐를 맞교환할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화폐 가치는 더 녹아내릴 것이다. 화폐를 얼음, 은행을 냉동실이라고 한다면, 현재 내 얼음은 고장난 냉동실 안에서 조금씩 녹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아직 다 녹지 않은 이 얼음을 다른 냉동실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치 있는 무언가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후추든, 소금이든, 금덩어리든, 이대로 두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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