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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후기

[프리메라] 독서 후기 #3 『도둑맞는 집중력』 - 녹색창 no!

25.08.29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사람들이

녹색창을 할 일 없이 아래로, 옆으로 스크롤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속으로 이런 말을 되뇌인다.

‘나도 집에서 저러는데…’

 

나도 집에서 일을 하다가 머리 좀 식힐 겸,

혹은 습관적으로 휴대폰에 손이 가고 나 역시 할 일 없이 녹색창을 연다.

그러고는 나랑 전혀 관계없는 기사를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앞서 읽은 책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와

이번에 읽은 책 『도둑맞는 집중력』을 읽고 변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더 이상 녹색창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꼴랑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

 

틈을 주자

 

녹색창에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책에서 강조하는 ‘gap’(틈)의 소중함 때문이다.

녹색창을 손으로 넘기며 읽게 되는 자극적인 기사가 일을 잠시 멈춘 뒤 나에게 필요한 진정한 휴식이지 않음을 (예전부터 알기는 했지만) 진정으로 깨달았고, 나에게 필요한 건 다른 일로 넘어가는 전의 그 순간을 ‘고요의 시간’이나 차라리 ‘멍’ 때리는 시간으로 채우는 게 훨씬 더 필요함을 깨쳤기 때문이다.

 

딴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머릿속 시간 여행”을 떠나 과거를 더듬고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정신은 눈앞의 사안만 생각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면 다음에 일어날지 모를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하며,

이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148페이지)

 

창의력 관련 책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내가 해결하고픈, 그런데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내용이 머리속에서 버무려질 때까지 시간을 주면, 나중에 무의식적으로 해결책이 떠오른다는 내용이다.

“아하, 모멘트” 같은 순간.

 

그래서 요즘엔 공백의 시간이 생기면 여러 자극을 내 속으로 집어넣기보다는 그 공백을 즐기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부유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면 ‘Thank you’! (투자에 대한 생각도 버무려지렴)

 

테크기업이 원하는 것

 

"웹사이트와 앱들은 우리의 정신을 길들여 잦은 보상을 갈망하게 만들도록 설계된다.

우리가 ‘하트’와 ‘좋아요’를 갈구하게 만든다."

 

『도둑맞는 집중력』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마치 우리가 ‘파블로프의 개’가 되는 것처럼 자극과 보상을 갈망하도록 길들어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길들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테크기업의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예전에 유튜브 시청자가 나이가 어릴수록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은 광고를 끝까지 다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웹 페이지 ‘맨 밑에 도착하면 상당한 양의 내용이 또 다시 자동으로 다운로드’되는 기능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1초라도 웹페이지에 잡아두고 광고 하나라도 더 노출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테크기업의 술수 중 하나라고 언급된다.

 

사기업인 이상 모두 영리 추구가 목적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술수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휴대폰 스크린타임을 정해놓고 쓰기는 했지만, 잘 지키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크롬 사용 시간이 크게 줄었다.

 

여전히 녹색창에서 검색할 일이 많은데, 필요한 검색이 끝난 후 기사를 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만, 그런 반응이 있을 때마다 1초간 고민하고 후딱 크롬을 닫아버린다.

 

이 책에서는 테크기업의 이러한 관행을 테크기업이 앞장서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볼지, 아니면 스크린 타임 등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볼지 크게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 이 부분도 흥미로웠다.

 

잘 먹자

 

이 책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짚는 것 중 ‘먹는 게’ 있다.

 

각종 첨가재가 섞인 냉동식품, 정크푸드 등 우리가 싸다고 혹은 간편하다고 먹는 것들이 우리의 소중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조언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

몸이 건강해야 이것이 맑은 정신으로 연결되고, 에너지가 필요한 행위를 제대로 낳게 되니까.

 

임장을 하거나, 혹은 밖에서 간단히 한끼 때울 요량으로 그간 삼각김밥을 참 많이도 먹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 그러지 않으려고 다른 것들을 준비해 다닌다.

 

‘몸을 잘 돌보아라. 네가 숨쉬는 곳이다’

 

--

 

이 책은 집중력에 대한 거대담론이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에 손에 가게 되는 이유부터 테크기업의 목적과 이윤 추구, 스트레스, 먹는 것, ADHD까지 집중력과 연관 있을 수 있는 요인을 풀어내고 있다.

 

그 요인을 풀기 위해 저자는 참으로 부지런히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그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휴대폰 자체가 우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을 사용하는 우리의 방식 또는 테크기업의 설계 방식이 문제임을 깨닫고 행동과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었으니, 이 책은 나에게 고마운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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