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가격』
Chapter 2. 나도 모르는 새, 돈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구매력이 급락하는 진짜 이유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다.
당신의 돈이
작아지고 있다."
p. 35
생각해보자. 맥주부터 부동산까지, 왜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은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오를까? 그렇게 계속 비싸져야만 하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과연 있는가?
이 장에서 그 이유를 밝혀볼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갑 속에 있는 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현행 화폐 시스템이 앞서 살펴본 3가지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해볼 것이다. 그 역할은 다음과 같다.
① 교환의 매개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지급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② 가치 척도: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매기는 기준이 된다.
③ 가치 저장 수단: 생산한 것을 즉시 소비하지 않고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화폐의 형태로 보관할 수 있다.
p. 36
당신의 돈은
거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이 질문은 간단하다. 파운드화를 예로 들어보자. 수백만 명이 매년 수십억 건의 거래에 파운드화를 사용하고 있다. 다른 주요 통화들도 마찬가지다. 즉 교환의 매개체로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p. 37
당신의 돈은
가격 표시 수단으로 적절한가
어떤 통화가 효과적인 가치 척도가 되려면, 그 통화 자체의 가치가 합리적으로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런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것이 무너졌던 상황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따. 예를 들어 1923년 독일에서는 상품의 가격을 측정하는 통화인 라이히스마르크(1924년부터 1948년까지 쓰였던 독일의 통화-옮긴이)의 가치가 급속히 하락했다.
현재 주요 통화중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는 없으며, 대부분 역사적으로도 그런 적은 없었다. 따라서 가격을 매기는 수단으로서 통화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모든 통화는 가치가 매일 조금씩 변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변동환율제의 적용을 받는 통화는 다른 모든 통화에 대한 상대적 가치가 항상 변한다. ‘파운드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다’(즉 1파운드로 더 많은 달러를 살 수 있다.) 또는 ‘달러가 유로 대비 약세를 보인다’(1달러로 살 수 있는 유로가 줄어들었따) 등의 뉴스를 자주 듣게 되는 것도 바로 변동환율제 때문이다.(중략)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통화도 고정된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p. 39
당신의 돈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효과적인가
어린 시절 5펜스였던 우유 한 팩이 오늘날 55펜스가 되었다면? 식료품값이 전반적으로 오른 것일까, 아니면 젖소들이 노동조합이라도 결성한 걸까?
이제 당신은 돈의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른 가능성도 떠올릴 수 있다. 어쩌면 가격이 변한 것이 아니라, 통화 가치가 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집이나 우유의 실제 가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주장하려는 바는, 장기간에 걸쳐 통화 가치는 대폭 하락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통화를 형편없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만들며, 결과적으로 당신의 자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중략)
첫째, ‘무엇으로 측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둘째, 특정 통화로 측정해보면 장기간에 걸쳐 거의 모든 것이 비싸졌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이는 물건들의 가치가 변한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사는 돈 자체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선 통화를 금으로 대체해 금을 기준으로 집과 우유의 가격을 매기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왜 금일까? 금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가격을 매기는 기준으로 금을 사용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살펴보는 것은 가치가 있다.(중략)
점선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1970년 100으로 시작해서 2020년에 102로 끝난다. 금으로 측정했을 때 집값은 50년 전과 거의 같다는 의미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1970년에 어느 정도의 금을 금고에 넣어두고 50년 뒤 꺼낸다면 그 금으로 50년 전 구매할 수 있었던 집을 지금도 똑같이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중략)
미국 주택의 중위값은 1970년까지 달러로 보든 금으로 보든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두 가격은 갈라지기 시작한다. 달러로는 가격이 거의 100배 가까이 올랐지만, 금으로는 현재까지 거의 변화가 없다. 믿기 어려울 정도지만, 지금 당신이 중위값에 해당하는 미국 주택을 구입하는 데 드는 금의 양은 120년 전과 거의 동일하다. (중략)
이제 앞서 살펴보기로 약속한 두 번째 관점으로 넘어가보겠다. 장기간에 걸쳐 당신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확인해보겠다. 주택과 우유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다.이 작업은 ‘구매력’을 살펴보면 된다. 구매력은 말 그대로 특정 시점에 파운드화로 얼마나 많은 것을 교환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척도다.(중략) 1700년대에는 휴대폰, 요가 매트, 나이키 운동화 같은 상품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지금과 가격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종합물가지수’를 이용해 구매력을 살펴보겠다. 종합물가지수는 다양한 자료를 조합해 최대한 폭넓고 일관된 그림을 보여주는 지표다.(중략)
만약 1837년에 살던 조상이 2022년에 열어보는 조건으로 먼 후손에게 유산을 남겼다고 해보자. 그 조상은 1837년 기준으로 100파운드어치의 물건을 살 수 있는 금액을 남겼다. 당시에는 매우 넉넉한 금액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2022년 그 봉투를 연 후손은 겨우 87펜스어치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고작 87펜스다.
p. 47~
내 돈의
실질 가치 변화 성적표
- 교환의 매개체로서 훌륭하다.
- 가치 척도로서도 잘 작동한다.
- 그러나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는 형편없다. 파운드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불과 몇 세대 만에 구매력이 99퍼센트 이상 하락했고, 그중 절반 가까이는 최근 20여 년 사이에 사라졌다.
이 문제는 비현실적으로 긴 시간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2000년 밀레니엄 파티 후 코트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을 오늘 옷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고 상상해보자. 그 지갑에 100달러짜리 지폐가 들어 있었따면, 지금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당시의 58퍼센트에 불과하다. 즉 42퍼센트의 구매력을 잃은 셈이다.(중략)
세계 주요 통화의 구매력이 20년 사이 부지불식간에 절반이나 하락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중략)
어떤 통화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었다면 구매력이 하락한 것이다. 다만 은행에 돈을 넣고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구매력 하락을 벌충할 수 있어서 손해가 덜할 것이다.(중략)
그러나 구매력이 너무 빠르게 하락해 은행 이자로는 그 손실을 메울 수 없는 시기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구매력 하락을 만회할 만큼 은행에서 충분한 이자를 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즉 자산 가치를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더 위험한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돈의 가치 저장 기능이 무력해진 탓에 적어도 지난 14년 동안 과거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당해왔던 셈이다.
p. 51
Money Lessons
당신의 지갑 속의 100달러는
10년 뒤에도 똑같을까?
숫자는 같아도 살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도둑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현금의 구매력은 점차 녹아내린다.
그렇다면 생각해보라.
당신의 자산은
인플레이션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있는가?
중요한 것은 화폐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형편없어졌다는 것이다. 돈을 막 찍어내는 시대다. 코로나 시기, 그리고 얼마전 ‘재난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화폐가 시장에 어마어마하게 풀렸다.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그 정책의 결과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 수렴한다.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 그 돈이 가진 가치는 낮아진다. 넘치는 재화에는 사람들이 달려들지 않는다. ‘돈의 거리’가 가까운 이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그 넘실거리는 화폐를 이용하여 ‘희소’한 자산을 구매한다. 그리고 자산을 구매함과 동시에 그 자산의 가격은 상승한다. 그리고 가격이 상승한 자산을 팔아 취득한 화폐로 더 큰 가치의 자산을 산다. 물론 그냥 보유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소유만으로도 ‘가격 상승’이라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팝콘각이다.
분명히 나도 6년 전 자산을 취득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에 내 화폐를 꽁꽁 쥐고 자산을 구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 결과 나는 집값 하락에 배팅하는 아주 적극적인 투자자가 되었다. (다른 말로 무주택자라고 한다.) 두려움은 사람을 움츠러들게 한다. 그리고 공포로 이어진다. 도전하지 않게 된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한번도 RISK라는 것을 헷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냥 무작정 피하려고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무주택자라는 현실을 맞이했다. 자산도 없고, 행복한 가정도 꾸리지 못했다. RISK에서 고개를 돌리고 ‘피하길 잘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 사람이 맞이하는 현실은 처참할 수밖에 없다. 자업자득이다.
이제는 예전 옷에서 5만원 짜리 지폐를 발견한다고 해도 그렇게 기쁘지 않을 것 같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 가치는 이미 많이 하락했다. 하지만 그 5만원을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자산으로 바꿀 것이다.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식을 사는데 쓸 것이다. 또는 나를 위해 투자할 것이다. 책을 사는데 쓰거나, 단백질 음료를 사는데 쓸 것이다. 앞으로 돈을 쓸 때는 ‘나를 위한 투자’ 또는 ‘자산 구매’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고민할 것이다. 그 고민에 중독되어 시간이라는 자산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화폐 가치 하락'이라는 매일매일 마주할 현실에서 ‘가치’ 있는 ‘자산’을 조금씩 쌓아나가는 ‘진화하는 투자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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