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통제의자격입니다.
지난 목요일, 2025년 월부학교 가을학기 수강신청이 있었습니다. 2025년 월부학기 겨울, 봄, 여름 그리고 가을학기 수강 신청에서 모두 떨어진 제가 참 오랜만에 월부에 글을 남깁니다. 수강 후기나 과제를 제외하면 아주 예전에 월급쟁이부자들 카페에 남긴 1억 달성기에 이은 두 번째 글입니다.
사실, 보유 물건의 최근 1개월간의 평균 매매가 총합에서 레버리지의 총합을 뺀 순자산이 10억을 넘긴 지는 조금 되었습니다. 그러나 10억 달성기를 쓰지 않았던 이유는 1) 열심히 저축해서 2) 모은 종잣돈을 투자금으로 삼아 3) 전세를 레버리지로 투자하여 만든 순자산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많았고 자산을 일구는 과정에서 저축과 부동산 투자 이외에 다른 투자도 큰 몫을 했으며, 무엇보다 이런 글을 남겨도 되는 깜냥인가? 라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투자의 형태는 다양했지만 월급쟁이부자들에서 그 모든 것들이 월급쟁이부자들에서 배운 원칙들에 의한 것이었고 그 대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며, 2025년 내내 월부학교에 떨어진 사람이 달성한 순자산 10억 달성 후기를 보고, 누군가는 계획한 것들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구간에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언제나 운이 좋았습니다.
1. 2020년 10월 12일
월부에 오기 전, 저는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프로 뮤지션을 꿈꿨고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적도 있지만, 그걸로 먹고 살 정도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내려두고 비교적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정도의 현실감각은 있었지만, 동시에 실거주로 매수했던 집이 매수가의 2배가 될 정도로 가격이 올랐을 때에도 아무 감흥이 없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음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직업으로 일을 하던 어느 날, 코로나 사태가 터집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많은 업종이 힘들었지만 몇몇 업종은 코로나 특수라는 이름으로 짧은 호황을 누렸었죠. 그렇게 저는 지금까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잘 쌓아온 경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코로나 특수 스타트업 회사로 이직을 합니다. 그때가 2020년 10월 12일 월요일이었고, 짧지만 아주 처절하게 한 회사의 흥망성쇠를 몸으로 겪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서 나는 언젠가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이고 그 누구도 나를 책임지지 않으며 내가 일자리를 원하지만 나를 원하는 직장이 없는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운이 참 좋았죠. 아직 나를 원하는 직장이 있고, 대체되기 전에 세상에 제대로 눈을 뜰 수 있었으니까요. 1억 달성기에도 썼듯이 이직한 스타트업이 망한 후에 운 좋게 과거 경력을 인정받고 새 회사에 입사했지만, 가장 많이 받았던 연봉의 절반 수준으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때 몇 가지 목표와 기준을 세웠죠. 1) 가능한 많은 돈을 모은다. 2)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연봉 수준을 회복한다. 3) 연봉이 올라가도 지출을 늘리지 않는다. 4) 이런 고민을 그만할 수 있는 자산 소득을 만든다.
그렇게 시중에 있는 책 100권을 무작정 사서 읽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투자와 자기계발을 가르치는 플랫폼들을 찾다가 2023년에 월급쟁이부자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2. 왜 나는 한 도시만 가게 되는 걸까?
월부에 온 후, 저의 첫 투자는 지방 광역시의 한 신축 아파트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빠르게 연봉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고 철저하게 지출을 통제해서 종잣돈도 제법 모을 수 있었지만, 월부의 투자 원칙을 지켜서 투자를 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동료들에 비해 첫 투자는 오히려 늦은 편에 가까운 것 같은데, 재미있는 것은 몇 차례의 지방투자기초반과 지방투자실전반을 겪으면서 이상할 만큼 임장지가 같은 도시였습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의아함과 약간의 불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역시나 운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하나의 지방 광역시를 통째로 이해할 수 있었고 투자로까지 연결될 수 있었으니까요.
첫 임장지에서는 지역의 가치를 이해했고, 다음 임장지에서는 그 지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 다음 임장지에서는 투자의 기준과 확신을 얻었고, 그렇게 동료들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첫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3. 대중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월부에서의 첫 투자를 마치고 다음 투자까지는 꽤 빠르게 흘렀습니다. 두 번째 물건은 수도권에 있는 미분양 아파트였고, 소위 줍줍을 했습니다.
분명히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였지만 미분양이 된 단지였고 그 지역의 평균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싸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발코니 무상 확장 등 이점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투자하려니까 미분양이라는 점이 생각보다 무섭게 다가왔지만 매물 코칭을 통해서 투자 결심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매물 코칭은 참 뜻깊은 시간이었는데, 투자해도 좋다는 코칭 내용만큼이나, 상담을 받으면서 그동안 월부에서 헛배우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 물건은 지금 입예협을 통해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식들로 거의 매일 복기를 할 만큼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최근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중도금을 최대한 갚아나가고 있으며, 추후 입주 시점에 생길 상황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고 대응책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의 자산 중에서는 가장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는 물건 같습니다.
4. 등잔 밑이 어둡다.
미분양 단지를 투자한 이후에는 남아있는 종잣돈이 많지도 않았고 임장을 다녀도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괜찮은 물건을 찾게 되어도 조건이 맞지 않거나, 무언가 아쉬움이 하나씩은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임장을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들어가기 전에 아파트 단지를 보며 이런 아파트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책과 강의를 통해서 수없이 접했던 자산을 깔고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의 실거주 집은 6년 차의 생활권 내 대장 단지였고 운 좋게도 남아있는 부채가 없었습니다. 다만, 하락장 이후에 가격 회복을 하지 못한 상태라서 매도를 하기는 아쉬웠기에 전세를 주게 되었습니다.
5.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무엇보다 잃지 않는다.
글머리에도 쓴 것처럼, 월부에 온 후로 지금까지 부동산 투자만 한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소득을 모아서 가치 대비 가격이 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투자를 하고 있지만 종잣돈을 모으거나 리스크 대비를 위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활용하든지 1) 할 수 있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2) 싸게 사고 3) 비싸게 팔며 4) 무엇보다 잃지 않는 투자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가고 있습니다.
월급쟁이부자들이라는 준거집단에서 투자자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저는 직장인이고 오히려 투자를 시작하기 전보다 급여소득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직장인으로서 대체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것의 목적도 명확해졌고 무엇보다 인생의 로드맵을 제법 뚜렷하게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월부가 저에게 준 가장 큰 선물입니다.
운이 좋게도 순자산 10억이라는 것을 달성하긴 했지만, 그게 저의 실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가 일궈낸 자산을 가지고 하락장을 겪어본 적도 없고 계속 바뀌는 시장에서 저의 자산을 유지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경험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복기하는 투자들은 아쉬움이 많았고 최상의 투자를 해본 적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은 앞으로 겪을 경험에 비하면 너무나도 미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직장인 투자자로서 매주 토요일이면 임장을 가고 다음 투자를 준비하며 언젠가는 목표 순자산과 그에 상응하는 실력 자산을 모두 갖춘 투자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이 글이 온전한 10억 달성기보다는 10억 달성기의 예고편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경험하고 성장해서 예고편이 아닌, 본편을 적을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작게는 원하는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내가 계획하고 준비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많은 벽을 마주하겠지만, 그래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결국에는 부자가 될 모든 월급쟁이를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제의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