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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그렇고 이후로도 숱하게 달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세기에도 부채가 부쩍 늘어나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가 고민이 많다. 달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 하지만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정부가 스스로 애를 먹는 것과 달러의 위상은 별개의 이야기다. 헷갈리면 안 된다. 위상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다른 통화가 달러를 제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는 쪽에 가깝다.
달러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국제 거래에서 어떤 화폐가 사용되는지를 보면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전체 국제 거래 가운데 달러가 건네진 비율은 59.5%에 달했다. 국제 거래 10건 중 6건은 달러로 체결됐다는 얘기다. 이건 습관이나 관성과 같은 것이라서 쉽게 바뀌기 어렵다. 달러 다음 두 번째가 유로화인데, 12.13%에 그친다. 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어서 3위 일본 엔화(5.9%), 4위 영국 파운드화(4.72%), 5위 중국 위안화(3.18%), 6위 캐나다 달러(3.04%)까지가 3% 넘는 통화들이다. 달러가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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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key currency’에 대해 한국은행은 ‘여러 국가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국제 거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라고 정의한다. 한국은행처럼 이야기하는 건 다소 모호하다.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내도 화폐 가치나 국가 신인도가 흔들리지 않아야 명실상부한 기축통화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달러는 유일한 기축통화다.
오랫동안 달러 패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그동안 미국은 달러를 쩍어내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는 “100달러를 만들어내기 위해 미국은 몇 센트를 들여 돈을 찍어내면 되지만, 다른 나라들은 물건을 팔아 100달러만큼 이익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달러의 특별한 위치를 유럽은 샘내고 부러워했다. 프랑스에서 1960년대에 재무장관을 지낸 뒤 1974년 대통령이 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은 달러에 대해 ‘과도한 특권privilege exorbitant'라고 표현했다.
즉, 미국이 거대한 빚을 내고 통화량을 엄청나게 늘린 원천은 바로 달러의 힘이다. 도널드 트럼프 역시 달러를 찬양한다. 그는 2023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강력한 것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의 달러”라며 “만약 달러 패권을 잃는다면 그건 어떠한 전쟁에서 지는 것보다도 더 큰 패배”라고 했다. 직설적으로 미국의 힘이 달러라는 엔진에서 나온다는 걸 표현한 것이다.
물론 미국의 국가채무는 36조 달러가 넘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래도 미국이 ‘원톱’ 국가라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달러 가치에도 별다른 흔들림이 없다. 이런 달러 헤게모니는 앞으로도 100년 이상, 적어도 수십 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달러의 힘을 믿고 필요할 경우 거침없이 달러를 찍어낸다. 코로나 팬데믹 때 가계에 현금을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으로만 1100조 원이 넘는 8610억 달러를 지급했을 정도다.
운영과 조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달러만큼 쉽게 융통할 수 있는 화폐는 없다. 달러는 발행량이 많고 차입도 쉽고 막대한 유동성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가져다 쓰기 쉽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달러의 위상을 뒷받침한다. 미국은 세계 80여 국에 약 750개의 군사 기지를 갖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군사적 뒷받침을 받는 나라가 달러를 제끼고 다른 통화를 최우선하는 외화로 삼을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미국의 힘, 달러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느낀다. 강남부동산이 하락장에도 ‘가격방어’가 되는 것처럼, 달러 또한 ‘가치방어’력이 어마무시하다. 옛날 이야기에 나온 ‘절대로 뚫을 수 없는 방패’처럼 견고하다. 방패에 흡집이 날지언정 절대로 뚫리지 않는다.
이제까지는 (상식의 부족으로) 위완화가 국제 거래에서 사용되는 비율이 달러에 이어 2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보다도 낮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놀라면서 확신한 부분도 있다. 아, 이제는 중국은 미국을 못 넘겠구나. 진시황이 바라던 불로불사의 꿈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룬 듯 하다. 미국은 웬만해선 망할 수가 없게 된 듯하다. 우주인이 쳐들어오더라도. 아, 쳐들어와도 미국군대가 물리칠 것 같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결국 우주인과 싸우더라도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이 맞서 싸우고 미국이 이길 것이다. 지난 번에도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큰 힘을 가졌기에 지구 대표로 우주인과 싸우는 책임을 질 것이다. 미국이 진다면 지구도 질테니.
미국이 강력한 힘으로 앞으로의 100년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불로불사하는 것은 나쁜 일일까? 원톱으로 계속 우뚝 서있는 것은 나쁜 일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나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를 보자. 그당시 일반인들, 그러니까 백성들은 살기 좋았을까? 나라들이 서로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매일 같이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에는 ‘나 자신의 삶’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불안함과 매일 같이 씨름하며 살았어야 했을 것이다.
마키아밸리가 『군주론』에서 말한 것처럼 “안정을 위해선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도, 그때의 사람들도 혼란스러움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자유로움을 추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라는 강력한 힘(=지배력)이 유지되어야 안정이 있다. 어쩌면 지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말고) 우리가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고, ‘어떻게 투자해서 30억 부자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는 건 미국이 강하게 우뚝 서 있어서이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의 내가 할 일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단지 시세를 따고, 내 투자금 안에 들어오는 단지 중에서 가장 좋은 것, 가치 있는 것을 찾아 실제 투자로 나아가는 것이다. 평화는 미국이 지켜줄테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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