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력서와 추도사
- 당신이 남기고 싶은 것은 숫자인가 미덕인가
p. 48
어떤 사람이 근사한 물건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에게 존경받는 일은 거의 없다. 적어도 당신이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다. 특히 당신이 가장 존중과 존경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물건으로 당신을 판단하지 않는다.
p. 48~49
나는 ‘미리 쓰는 부고’라는 아이디어가 매우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요점은 이렇다. 당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신문에 실리기를 원하는 부고의 내용을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그 내용에 맞춰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당신이 삶에서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고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단순한 방법이다.(중략)
본인의 부고에 자동차가 몇 마력인지, 집이 몇 평인지, 옷을 사는 데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적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연봉이 얼마나 됐는지, 결혼반지가 몇 캐럿이었는지, 주방을 수리할 때 얼마나 비싼 이탈리아산 수입 가구를 들여왔는지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중략)
당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고의 내용에 물질적 소유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유는 그런 물건이 진정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p. 50
그렇다면 인간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 스미스는 이렇게 썼다. “남들의 눈에 띄고, 관심을 끌고, 주목받고, 사람들의 공감과 호의와 인정을 얻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이익이다.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편안함이나 쾌락이 아니라 허영심이다.”
p. 51
사람들이 멋진 물건을 과시하는 이유는 그것이 남들의 존중과 존경을 받을 ‘최후의’ 방법이거나 심지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p. 53
당신의 이름이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 커지는 순간이 오면, 그게 당신의 진정한 가치가 된다. 나는 내 이름보다 더 가치 있는 물건을 살 수 없다. 그러므로 보석 따위를 사들이는 일은 무의미하다. 나는 나일 뿐이다. 돈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p. 54
"사람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자존감을 느낀다. 하나는 자신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데서 오는 내적 자존감이고, 또 하나는 타인의 의견이나 시선에 의해 형성되는 외적 자존감이다. 심리학자들은 후자를 오만한 자존감hubristic pride이라고 부른다.
- 언론인, 작가 제니퍼 브레니 월리스Jennifer Breheny Wallace《결코 충분하지 않은 Never Enought》-
p. 57
나는 다음 두 가지 교훈을 항상 염두에 두려고 노력한다.
첫째,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극대화해라.
둘째, 집의 외부가 아닌 내부를 자랑하라.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을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이름을 남기고 싶은 걸까? 그만큼 명예욕이 강한가?
만화 ‘원피스’에서는 이런 대사가 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총알이 심장을 관통했을 때? 불치병에 걸렸을 때? 맹독 스프를 먹었을 때? 아니다! 그건 바로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은 많지만 이 대사가 내 마음에는 가장 크게 와닿았다. 잊혀진다는 건 관계의 소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에 마주하게 되는 그 관계의 소멸에서 나는 절망했다. ‘님’에 점 하나 찍으니 ‘남’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그 사람에게서 잊혀졌다는 사실에 무너졌다.
친했던 사람과도 어느 한 순간의 일로 거리가 생기고, 단절된다. 나라는 사람은 ‘관계의 상실’에 큰 슬픔을 느끼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남기고 싶은 것은 ‘원피스’의 등장인물 닥터 히루루크처럼 ‘나라는 사람에 대한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 집의 가격이 아닐 것이고, 대형평수인지 아닌지도 아닐 것이고, 자산이 얼마인지도 아닐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어떤 것'이고, ‘의미 부여’이고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없는 가치’일 것이다.
‘직업’, 나 이외의 인물이 대체 가능하다. ‘자산가’, 대체 가능하다. ‘사회적인 위치’, 대체 가능하다.
대체할 수 없는 것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가족’(단순한 혈연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관계)
나는 그런 관계를 원하는 것 같다. 내가 소중히 대하고, 나를 소중히 대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이 되는 존재.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혼자’라는 사실이 조금 슬퍼지는 순간이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인기🏅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