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방정식』
17. 스프레드시트는 감정이 없다.
감정이 숫자보다 깊은 통찰을 발휘할 때
p. 297~
많은 이들이 집을 구할 때 가장 이상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스프레드시트 위에 거래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본 뒤에 신중하게 의견을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판매 중인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이미 어디에 어떤 가구를 놓는 게 좋을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아이들과 거실에서 선물을 풀어보는 모습을 상상하고,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장면을 떠올린다.
p. 298
당신과 가족의 삶을 바꿔놓을 의사결정을 내릴 때 스프레드시트를 펼쳐놓고 수학 문제를 풀듯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 스프레드시트에는 감정이 담기지 않지만, 살다 보면 감정적 요인이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는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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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당신에게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쌓은 추억을 가격으로 따진다면 얼마나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추억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아이들과 추억을 쌓았던 이 집의 시장 가격은 얼마인가요?”라고 물으면 당신은 금방 숫자를 댈 것이다.이 두 가지 차이를 이해하면 사람들이 왜 특정한 방식으로 돈을 쓰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당신은 다음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좋은 배우자를 구할 것 같은가? 한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배우자의 특징을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해서 그 조건을 충족하는 상대만을 찾는다.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운명의 상대를 만날 날만을 기대한다.
가장 훌륭한 의사결정은 ‘머리’와 ‘가슴’이 교차하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돈을 가장 값지게 지출하는 비결도 합리적인 계산과 감정적인 기쁨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데 있다. 당신은 숫자를 책임 있게 관리하되, 그 숫자가 당신의 영혼과 삶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그러나 돈이 워낙 숫자와 연관이 깊은 물건이다 보니, 사람들은 오직 합리성, 효율성, 체계성의 렌즈를 통해서만 금전적 문제를 바라보는 실수를 저지른다.
p. 300돈을 쓰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개입하는지를 깨닫는 순간, 오히려 돈을 관리하는 일이 더 쉬워질 수 있따. 돈 관리를 수학 문제를 푸는 일처럼 생각하지 말고, 에산의 범위 안에서 감정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으로 바라보라.
어렸을 때 10년 넘게 살던 집에서 이사를 가야 했었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사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건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요즘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가장 쉬운 문제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시대가 되었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게 있다면 그 돈이 부족한게 아닌지 확인해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말이다.
‘돈’이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돈’이 없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렸을 때 했던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어떤 캐릭터를 택하느냐에 따라서 시작할 때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가 다르다. 그래서 게임을 더 쉽게 깨기 위해 ‘치트키’를 사용해서 돈을 최대치로 늘려서 진행하곤 했었다. 게임 속에서도 돈이 없으면 애초에 진행조차 못하는 스토리도 있었다. 치트키를 사용하면 재미없지 않느냐고? 그럴리가. 내 경우엔 치트키를 썼기 때문에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다. 게임에서까지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음, 쓰다보니 책의 내용과는 많이 벗어난 것 같긴 하지만. 치트키를 쓰는 것은 그당시 나에게 훌륭한 의사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치트키를 쓰는 데에 돈이 들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고, 내가 게임을 진행의 수월함을 더하기 위해, 플레이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만 쓰였으니 말이다.
가장 훌륭한 의사결정은 ‘머리’와 ‘가슴’이 교차하는 곳에서 이루어진다고 책에서는 언급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 ‘돈’이 많이 있다면 양자택일이라는 옵션에서 벗어날 수 있고, 훌륭한 의사결정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돈’을 소비하는 ‘경험’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만족감이 높은 소비, 좀 부족한 소비. 하지만 만족함이 부족한 소비라고 해서 훌륭한 의사결정이 아닌 것은 아니다. ‘돈’이 있는 사람이 ‘돈’을 그대로 쌓아놓고 있는 것보다 이렇게 소비를 하는 것이 자신을 포함한 많은 이들을 위해 훨씬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있다면 훌륭한 의사결정 같은 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가 큰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갖는 가장 큰 부러움이다. 언젠가는 다른 이들이 내가 이룬 부를 보며 그런 부러움을 가지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미래가 가능하다면 좋으련만.
집에는 분명 추억이 깃들고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면 그것은 가치 없는 것이다. 내가 오래 살았던 집, 추억이 깃든 집이라고 해서 팔 때 더 비싼 돈을 받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구축에 입지까지 좋지 않으면 그 가격은 똥값이다. 팔리면 다행이지.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도 사실 아무 가치가 없다. 현재에는 후회와 슬픔, 미련 말고는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으니. 후회, 슬픔, 미련은 마이너스다.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인연도, 짝사랑했던 사람과의 시간도 다 가치가 없다. 물론 그 시간이 있었으니 지금의 내가 있는거야 라는 자기위안스킬을 사용하여 마치 가치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보려할 수도 있겠지만 다 무슨 소용인가. 지금 내게 가치가 있는 건 돈 말고는 없다. 물질만능주의, 금전만능주의를 전파하는 전도사는 아니지만 그런 자격증이 있다면 정식으로 따서 활동하고 싶다. 요새는 별의별 자격증이 많으니 그런 자격증 하나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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