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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의 이야기는 이 곳으로
“토요일 오전에 시간 되면 한번 놀러 와요.
아파트 조식카페에서 아침 먹고
집에서 커피 한 잔 합시다.”
회사 메신저로 선배님에게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평양냉면을 먹은 지 한 두 달 정도가 지났을까? 이후 정부의 엄청난 부동산 규제가 있었기에 입주는 잘하셨을까? 문득 걱정이 되었지만 먼저 말씀하시기 전까지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꾹 참고 있었고 이렇게 먼저 초대를 해주시다니 굉장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아리팍 조식카페
초대를 받은 토요일 아침 8시, 주말아침치고는 조금 이른 시간에 초대를 받았다.
'부자들은 원래 잠이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선배님께 이런 메시지가 와있었다.
"지하 3층에 차를 대면 슈퍼카들을 많이 볼 수 있어.
내가 주차 예약해 두었으니까 지하 3층 000동 앞에서 만나요. ^^"
기대감과 함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말 선배님 말씀대로 번쩍번쩍한 슈퍼카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선배님은 편안한 차림으로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회사에서 작업복을 입고 다니시던 선배님을 보다가 이곳에서 보니 새삼 괴리감이 들었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나 보다. ㅎㅎㅎ’
라는 생각이 들던 차 선배님은 나를 데리고 1층으로 이동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셨다.
"여기 동네 사람들이 주말에도 엄청 일찍 일어나서 활동해. 신기하지?"
분명 토요일 아침 8시라 나라면 한참 자고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부모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노부부, 운동복 차림으로 한강 방향으로 뛰어가는 사람들까지.
‘나라면 어떻게든 늦게 일어나서 11시쯤 아점 먹을 생각만 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내 위치한 조식카페는 소박했다. 생각 보다 규모가 크지도 않았고…
그 동네 특유의 ‘사치스러운 티’보다는, 그냥 사람들의 여유 같은 게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그 공간에 그 시간에 사람들이 너무 가득 차 있어서 조금 놀랐던 거 같다.
'이 시간에 뭐 이렇게 많이들 여기 계신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때 딱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좋은 것들을 다 누리려고 부지런하신 거구나!
창가 자리에 앉으니 한강이 살짝 걸쳐 보였다. 선배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창밖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지? 저쪽이 이촌동, 저 위로 남산타운, 저 뒤쪽으로 요즘 리모델링 들어간 아파트들…
여기 앉으면 지도 보는 기분이야.”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혼자 이런 생각도 한다.
'나보다 더 하신 분...'
“선배님,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그동안 선배님 이야기 쭉 들으면서 ‘언젠가 나도 좋은 동네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근데…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무리해야 하는 걸까요? 얼마까지 빚을 내도 되는지, 어느 선에서 멈춰야 하는지, 그 기준을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선배는 잠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게 제일 어렵지. 사람들이 가끔 나한테 이런 걸 물어봐. ‘형님, 지금 집값 이런데, 대출 얼마까지 받아도 돼요?’ ‘돈이 이정도 있는데 강남, 목동, 분당… 어디까지 무리해 볼까요?’”
선배는 빵을 조금 뜯어서 접시에 올려두고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요즘엔 대출이 잘 되지도 않고… 나라면 담보대출 제외하고 5천만 원 넘게 신용대출 받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올 거 같아. 그래서 그 전까지만 받을거야.”
“내가 신용대출로 1억 원을 넘게 받아본 적이 있는데 잠이 안 오고, 죄책감 들고, 회사에서 한숨밖에 안 나오더라고… 불안하니까. 그래서 나는 그 정도 이상을 받아서 집을 산다는 건 너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어.”
“맞아요. 저도 한 번 겪어봐서 알아요.”
“그래서 나는 요즘에는 이렇게 생각해. 내가 조금만 더 힘내면 벌 수 있는 돈, 직장인이라면 한 5천만 원 정도? 1년 안에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수준 안에서만 무리를 하자. 그 선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생활이 그 대출한테 끌려다니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지.”
갑자기 이해가 확 되었다. 그동안 공부하면서 익히 배운 것이기도 하고
선배는 덧붙였다.
“솔직히 남들이 신용대출 얼마큼 썼는지, 그게 나랑은 아무 상관없어. 각자 돈그릇이 다르니까. 중요한 건, 오늘 밤 집에 들어가서 잘 잘 수 있느냐야. 잠은 와야지. 엄청 불안해하면서 투자를 하거나 집을 사는 건, 이제는 좀 반대야. 너무 힘들더라. 마음이, 그렇게 돈 빌려가지고 투자했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야? 그리고 갑자기 정부에서 대출받은 거 다 토해내!라고 하면 큰일이잖아...”
| 집들이
조식을 마치고 선배님과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선배님 혹시 한강뷰 나옵니까?”
내 말에 선배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우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창밖으로 한강과 올림픽대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는 아이가 그린 그림과 아내분이 고른 듯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생각보다… 우와! 미친 한강뷰! 그러니까 일부러 베란다를 약간 북쪽으로 배치거네요? 우와!!!”
내 말에 선배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 좀 좋지? 나도 이거 보고 엄청 비싸게 계약했다고. 이 집은 또 별도의 발코니가 있어서 이렇게 바깥에서 한강을 볼 수 있기도 하고 또 얼마 전에 여의도 불꽃축제도 있었잖아?”
나의 리액션에 선배님도 신이 나셨는지 집안 이곳저곳을 소개해주셨다. 어쨌든 아파트이기에 구조나 모양은 내가 아는 아파트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천장고, 문짝을 구성하는 나무의 재질, 화장실/부엌의 도기류 같은 것이 일반 아파트와는 다르게 고급자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파에 앉자마자, 나는 궁금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선배님, 반포 집 사기 전에 광교 집 매도할 때 얘기하셨잖아요. 계약 막판에 2천만 원 깎아달라고 했던 그 사람…”
선배는 피식 웃더니, 그때 일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 진짜 잊을 수가 없지.”
“거의 다 계약 마무리됐는데, 마지막에 2천만 원 더 깎아달라고 했다면서요?”
“응. 이미 서류 다 맞춰놓고, 이것저것 협의 다 끝났는데,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2천만 원만 더 빼주시면 계약하겠다’고 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그때 좀 열받더라.”
“그럴 것 같아요.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사실 저 맨날 그렇게 하거든요. 파는 사람 마음 생각 안 하고.”
“‘내가 깎아주고 살 집을 2천만 원 깎아서 산다.’ 정말 그 생각으로 계약했어. 그냥 보면 손해 같지만, 그걸로 돈도 생기고 명의도 생기니 이 집을 살 수 있게 되었잖아?”
“그 2천만 원 안 깎아줬으면? 나 아직도 광교 살고 있었을 거야. 무주택이 아니었을 테고, 그럼 여기 들어올 자격도 없었지. 서울 집값이란 게 너무 빨리 움직이니까.”
“거래라는 게 결국 감정싸움이야. 눈앞의 2천만 원에 욱하고 올라오고 ‘아잇, 그냥 안 팔아!’ 하고 돌아서게 되거든. 근데 크게 보면,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비싼 2천만 원이 될 수도 있는 거지.”
| 월급쟁이로서 강남에 사는 삶
창가 쪽으로 자리 옮겨 앉자, 선배가 한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여기 살면서 제일 많이 한 말이 뭔지 알아? ‘아, 그래서 사람들이 왜 일찍 일어나는지 이제 이해가 됐다’야.”
“어떤 의미예요?”
“그냥… 하루가 짧아. 여기 사니까. 할 게 너무 많고, 보이는 것도 많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 너무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야. 단 하루, 한시간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선배는 반포에 이사 오고 나서 달라진 일상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침 6시, 단지 내 수영장 or 한강변 러닝
7시 차를 몰고 회사로 출근.
4시 퇴근 후, 한강공원이나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에서 한 번 더 몸을 움직이고 집으로.
저녁에는 아이 학원 픽업 겸 동네 카페에 들러 책을 읽거나, 아내와 산책.
주말 아침엔 커뮤니티 센터에서 차를 마시거나 브런치를 먹음
이발도 단지 내 커뮤니티 센터에서 할 수 있음
단지 내 정말 유명인들이 많이 사는데 하나 같이 겸손하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이웃을 대하는 모습
이 모든게 내 힘으로 일궈냈구나 하는 자부심
“광교 살 때도 좋았어. 호수공원 정말 예쁘고, 그 집도 지금 생각하면 과분했지.
근데 여기 와서 느낀 건, ‘내가 이 동네의 인프라를 만끽하기 위해 더 열심히 살고 있구나’였어.”
“동네가 사람의 텐션을 끌어올린다…? 그런 느낌이네요.”
“응. 여기 사는 사람들 보면서 많이 느꼈어. 다들 어느 정도 가진 사람들일 텐데, 생각보다 허세가 별로 없더라고.
운동복 차림으로 편하게 다니고, 아이들 데리고 뛰고… 근데 대화해 보면, 각자 자기 분야에서 엄청 오랫동안 버텨온 사람들이잖아. 그게 회사 대표든 연예인이든 한 분야에서 탑을 찍은 사람들이거든. 모든 면에서 배울 점이 많더라.”
선배는 다시 동네의 은행 이야기를 꺼냈다.
“전에 말했잖아. 이 동네 은행은 아예 ‘골드 뭐시기’라는 별도의 창구를 통해 부자들만 상대하는 별개의 지점이 있다고. 근데 거기가 단순히 대우가 좋아서가 아니라, ‘돈에 대한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관리하는 느낌이야. 대출이 되냐 안 되냐만 말해주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세금이 줄고, 이렇게 하면 리스크가 줄어든다’까지 같이 알려는 곳이니까. 이래서 진짜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구나. 절세는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걸 생각하게 된다니까!”
‘동네가 바뀌면, 나를 도와주는 사람의 수준도 같이 바뀐다’는 것. 그리고 그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었던 건, 선배가 오랜 시간 검소하게 살며 만들어온 종잣돈 + 경험 + 인사이트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기본은 똑같아. 큰돈은 부동산에 묶어두고, 생활은 검소하게. 그 패턴을 안 깨니까, 여기에 살아도 생활비는 수원 살 때랑 크게 다르지 않게 관리하고 있어.”
“선배님, 저는 솔직히 말하면 오늘 좀… 무서웠어요. 이 집에 오기 전까지는 그냥 ‘와, 부럽다’ 이 정도였는데,
막상 와보니까 ‘나는 얼마나 무리해야 하지?’ ‘10년 뒤에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선배는 잠시 웃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오늘 집들이를 하고 싶었던 거야. ‘반포에 산다’라고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서 막 시샘하거나 비현실적이라 생각하거든. 누구는 내가 로또 맞은 줄 알고, 누구는 부모님 찬스라 하고.”
“어떤 선택을 하든 본인의 기준이 명확하면 돼. 가치를 알아보는 능력하고 종잣돈, 이게 다야.”
“내 기준은 분명해.
가족이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내가 1~2년 안에 회복 가능한 수준의 위험만 감수할 것.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할 것.
늘 최악을 가정하고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
선배는 웃으며 한 마디를 더 보탰다.
“그러니까, 남의 생각이나 기준을 따라갈 필요가 없어. 후배님에게도 살고 싶은 아파트가 두어 군데는 있겠지. 근데 진짜 중요한 건 그곳에 살게 되는 순간보다, 그 과정에서 후배님이 어떤 기준을 세우고 결정을 했는지, 그리고 그 자산을 꾸준히 잘 지켜내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라는거야. 그래야 정말 힘들 때 본인만이 세운 그 기준을 통해 망하지 않는 결정을 할테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좀 부끄럽기도 했다. 나는 그냥 잘 사는 사람이 부럽고 어떻게 부자 되었는지 알고 싶고 얼마나 빨리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정도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집들이를 마치고 나오니, 아직 해가 중천이었다. 단지 앞에서 선배가 말했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 난 사실, 이런 이야기 누가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행복해. 후배님도 이미 자기 길 잘 가고 있으니까, 괜히 남의 삶을 부러워 하거나 베끼려고만 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돈 모으고 공부하고 그렇게 하는 것을 놓지 않으면 좋겠어.”
나는 한참을 멈춰 서 있다가,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시했다.
“선배님, 오늘 이야기… 제가 잘 정리해서 제 것으로 만들어볼게요. 가능하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선배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선배는 특유의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이러고 살아.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워. 이제, 각자 자리에서 자기 하루를 잘 살아보자고. 아, 그리고 저기 가면 한강라면 파니까 꼭 먹어보고 가!”
그 말을 끝으로 선배는 단지 안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나는 한강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저앉지 말자.
오늘 봤던 게 그냥 하루의 재밌는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반포 선배 이야기의 진짜 마지막 편이 되겠네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성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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