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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 단순함 속에서 찾은 진짜 자본주의 가치

26.04.27

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 단순함 속에서 찾은 진짜 자본주의 가치

 

지난 연휴 동안 아내와 함께 집안 정리를 했던 경험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정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소소했습니다.

 

막내가 이제 제법 커서 레고를 제외하고 장난감을 잘 가지고 놀지 않더라고요. 불필요한 장난감과 레고 블록을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자전거가 세 대 있는데, 현관에 둘 수 없어서 자기 방에 거치할 필요가 있었고요.

 

당근 거래를 위해 과거에 붙박이장에 쌓아둔 물건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처분하기 위해 어떤 품목이 있는지 파악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베란다와 실외기실에 쌓아둔 물건들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3일간 정리를 하다 보니,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나눠봅니다.

 

과거의 나를 마주하다

 

불필요한 에너지와 자본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낭비했다는 생각에 정말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20년 전에 읽었던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에서 “물건을 살 때 필요한지 세 번 생각한 후에 산다" 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필요하다는 개념도 생각의 폭과 시간 축을 넓게 보면 사실 순간적으로 발생합니다. 공수래공수거이기에 내가 구입한 물건을 죽을 때 한 개도 가져가지 못하잖아요.

 

부자들은 비싸고 좋은 옷과 신발을 소량으로 구매해, 그것들을 정말 헤질 때까지 입고 신는다고 합니다. 나의 옷장을 보고,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허투루 썼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신발은 10년 동안 뒷굽이 닳아서 못 신었던 신발이 단 한 켤레뿐이었어요. 싸다고, 세일한다고 불필요한 물건을 마구잡이로 샀던 과거가 부끄럽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쇼핑이 왜 나쁜지, 제가 정리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네 가지 관점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자본의 관점 : 돈이 일할 기회를 빼앗는다

 

소비에 투자한 돈은 결국 사라집니다. 그 돈을 자본에 투자했다면 나를 위해 그 돈이 일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물건을 구입하는 데 쓴 돈은 내가 그 물건을 사용하지 않으면 가치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즉 소비하는 순간 돈이 휘발됩니다.

전에 “연간 사용 시간당 비용”이라는 개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건 가격을 내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시간으로 나누는 것인데요.

 

  • 침대를 100만 원에 샀다면 → 하루 8시간 × 365일 = 1,000,000 ÷ 2,920 = 시간당 342원
  • 10만 원짜리 신발을 1주일에 한 번 8시간 신는다면 → 100,000 ÷ (8 × 52) = 시간당 240원

     

사용 시간당 비용만 보면 신발이 조금 싸 보입니다. 하지만 침대는 10년을 사용하고, 신발은 1년 후에 신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더 이상 신지 않아 처분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신발이 훨씬 더 큰 낭비가 되는 것이지요.

 

제일 좋은 것은 일단 물건을 사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구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시간당 사용 가치가 높고 오래 사용하는 물건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점은 '대체재와 보완재' 개념입니다. (부동산학개론에도 나오는 개념입니다, ㅎㅎㅎ)

 

대체재의 관점에서 보면, 물건을 아예 구매하지 않으면 대체재를 찾거나, 대체재가 없으면 그 행위를 하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술을 사지 않으면 음료를 찾고, 음료도 없으면 물을 마시게 됩니다. 그게 습관이 되면 자연스럽게 술을 사지 않게 되고요. (사실 이 개념은 단순하지만, 습관 형성이라는 굉장히 깊은 주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보완재의 관점에서 보면 그 물건과 관련된 물건 또한 필요가 없어집니다. 핸드폰을 사지 않으면 충전기도 살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차를 사지 않으면 보험료, 유류비, 주차장 확보, 수리비까지 통째로 사라집니다.

 

결국 물건에 사용한 돈만큼 기회비용이 발생하며, 보완재까지 포함하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잃고 있는 셈입니다.

 

에너지의 관점 : 쇼핑이 빼앗아가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쇼핑에 할애하는 시간을 간과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의 에너지는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과 감정은 나의 소중한 에너지입니다) 쇼핑을 위해 비교 검색하고 의사결정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과 뇌, 그리고 육체를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칼로리와 희로애락의 감정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물건을 사용하다가 버리거나 처분할 때는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나와 아내가 3일간 집안 정리를 한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이사를 갈 때 짐이 많으면 더 큰 이삿짐 차를 빌려야 하고, 청소할 때 물건이 많으면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커집니다. 집에 놓인 물건 하나가 미래에 나의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모할 잠재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가 줄어든다면 이러한 에너지 손실은 더 큰 문제가 됩니다.

 

결국 쇼핑에 사용한 에너지만큼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쇼핑하는 시간에 재테크 공부를 하여 자본을 불린다고 생각해 보시면 체감이 되실 겁니다.

 

부동산 관점 : 물건이 평당 ****만 원의 땅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것은 땅값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대문구의 2026년 기준 아파트 매매가는 평당 약 2,800만 원입니다. 우리 집에서 물건이 1평을 차지할 경우 2,800만 원 가치의 대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불필요한 물건이 대지의 사용 가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불필요한 물건 때문에 더 넓은 평수에 살아야 하고 그만큼 더 비싼 집값을 지불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니멀리즘으로 가족들이 사용하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게 되면 84에서 59로 이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줄이는 것이 곧 주거비를 줄이는 것과 같다는 사실,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심리의 관점 : 물건은 마음의 공간도 차지한다

 

3일간 정리를 하면서 느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물건이 쌓여 있는 공간에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것입니다.

 

붙박이장을 열 때마다 '언제 정리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베란다에 쌓인 박스들을 볼 때마다 '처분해야 하는데'라는 숙제가 남아 있었고요. 물건 하나하나가 나에게 보이지 않는 심리적 부채를 지우고 있었던 겁니다.

 

정리를 마치고 텅 빈 붙박이장과 깔끔해진 베란다를 보았을 때 느꼈던 해방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공간이 비워지니 마음도 비워졌습니다. 물건을 비우는 행위가 단순히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여유를 되찾는 것이라는 걸 몸소 체감했습니다.

 

혹시 지금 집에서 열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수납공간이 있으시다면, 그게 바로 심리적 부채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일단 있는 물건들을 처분하는 것은 자처하더라도, 앞으로 2026년에는 옷, 신발, 전자제품을 사지 않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형광펜과 같은 단순한 소모품도 3번 정도 생각해 보고 살 계획이고요.

 

구체적인 실천 규칙은 이렇게 정했습니다.

 

첫째, 구매 전 일주일 룰을 적용합니다. 뭔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장바구니에만 담아두고 일주일을 기다립니다. 이틀 뒤에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때 구매 여부를 판단합니다. 경험상 일주일이 지나면 대부분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둘째,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를 내보냅니다. 어쩔 수 없이 물건을 구매해야 할 경우, 같은 카테고리의 기존 물건 하나를 반드시 처분합니다. 물건의 총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요.

 

셋째, 아이에게도 함께 알려줍니다. 막내에게도 이번 정리를 통해 "정말 필요한 것"과 "갖고 싶은 것"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 물건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것을 나눠주는 경험을 하게 해주려 합니다. 이런 습관은 어릴 때 형성해야 평생 간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올 연말에 이 프로젝트의 결과를 다시 나눠보겠습니다. 얼마를 아꼈는지,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해 볼 생각입니다.

 

집안 정리 3일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내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나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

 

자본도, 에너지도, 공간도, 마음도, 물건을 줄이는 순간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이 글이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룩하는 그날까지,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습니다!


댓글

러버블리v
1시간 전N

와 이코님..진짜 어떻게 하면 이런글이 나오죠? 내공이 장난아닙니다...배우고 갑니다 좋은 나눔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럭셔리초이
26.04.27 22:33

오~ 이코님, 아이들과 함께하는 절약프로젝트!!!! 넘 멋지네요! 응원합니다 ^^

모애옹
26.04.27 23:37

오 저는 언제 정리하지라는 마음의 짐이 큰 거 같아요. 쉬는 기간 동안 일부 버리는 걸 시도해봐야겠어요!! 동기부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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