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경험담

가족을 놓았었습니다. [재이리]

  • 24.01.13


엄마가 불안하신지

밤새 잠을 못 주무신다.



크게 숨을 몰아 쉬기도 하시고



갑자기 울기도 하시고



거실 쇼파와 안방 침대를

왔다갔다 하신다.



나는 임보를 쓴다며

새벽 내내 모르는 척 했다.






안녕하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재이리입니다. 💕



12월

월부학교 가을학기

막을 내리기 직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시기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정말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영원한 나의 슈퍼히어로,

사랑하는 아빠께서

절뚝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월부학교 가을학기가

끝이 나던 12월의 금요일,

아빠는 간단한 시술을 받으셨습니다.



그러고 이내..

하반신에 마비가 와서

거의 걷지를 못 하시게 되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못 걷게' 되셨습니다.



지난 가을,

강아지도 마비가 와서 못 걸었었는데

그때와는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유리공이 없어'

라고 생각했던 저였는데요.



이 날은

제 마음 속 유리공이 와장창 깨진 날

이었습니다.








마지막 학기에 집중하느라

사실 아빠가 아프신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모른 척 했었던 것 같습니다.

끝나니 보이는 현실과 마주했습니다.



아빠가 쇼파에, 침대에

누워만 계시더라구요. 못 걸으셔서.



아빠는 본인이 일을 하지 않으시면

수입이 끊기는 직업입니다.



지병이 있어 마취가 위험한 걸

아시는 아빠는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끊기는 걸 아시는 아빠는



수술을 하게 되면 회복하는 데

몇 개월간 일을 못 하시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와 함께 보존치료를 하겠다며

약을 털어드시고 새벽 5시면 매일같이

절뚝이며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

약을 털어드시며,

아픈 몸을 외면하며

견뎌오셨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

괜찮다 스스로 다독이며

참아오셨을까.



이기적인 딸은

평일에는 임보를 쓴다고,

주말엔 임장을 간다고,

잠을 별로 못 잤다고,

매일같이 딸의 하루가 어땠는지

궁금해서 물으시던 아빠에게

항상 건성으로 대답하며

짜증만 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면서

가장 소중한 가족이 말라가는데도

관심 조차 없어 몰랐던 저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월부 동료분들과는

하루에 몇 번이고 통화하며

아프진 않으신지,

힘든 건 없으신지 여쭤보면서

정작 가장 소중한 나의 가족은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월부인들은

가족도 잘 챙기시겠지만..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고 계시는

과거의 저와 같은 분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고개를 돌려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믿고 의지하던 든든한 기둥이었던 아빠.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고 살아오신 아빠에게

아빠가 아프셔도 맘편히 쉴 수 있도록

든든한 딸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 해나갈 이유가

추가 되었습니다..



아빠는 오늘 오후에 수술을 앞두고 계십니다.

그저 아빠가 마취에서 잘 깨어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처럼 다시 걸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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