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이사 김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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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김현준입니다. 미국와서 느낀 것은 주식투자가 최고입니다.

안녕하세요? 더퍼블릭자산운용 김현준입니다.〈구해줘월부 – 주식상담〉 이 종영되어 많이 아쉬우셨나요?  저는 지금 더 큰 투자자가 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투자의 안목을 더 넓힌 후에 다시 〈구해줘월부〉로 찾아뵈려고 합니다. 일단, 미국에 와서 느낀 점 좀 나눠볼까요? 여기 날씨가 정말 좋아요. 근데 그보다 더 좋은 건 주식 투자예요. 미국은 정말 큰 시장이라 투자 기회가 많거든요.  제 습관인데, 좋은 회사나 브랜드 보면 바로 구글에 검색해 보고 메모해 둬요. '○○stock', '△△ IPO' 이런 식으로요. 시차 덕분에 방해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하루 종일 기업 자료 읽고 정리하는데, 20대 때처럼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어요.     주식에 푹 빠져 있다 보니 걱정했던 외로움 같은 건 잊었네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기쁨, 여러분도 아시죠? 주식은 대체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걸까? 아무튼 저는 지금 매우 행복합니다. 그럼 제 미국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혹시 더퍼블릭자산운용의 설립 이념을 아시나요?저희는 대중에게 올바른 투자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칼럼을 쓰는 이유도 그 일환이고요. 오늘은 제가 만난 재테크 초보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주식 초보 F]첫 번째 초보는 F라고 하겠습니다. 이 친구는 대학생인데 부모님께서 주식을 해보라고 학생 치고 큰돈을 주셨어요. 나름 깨어 있는 부모를 만난 케이스죠? 그런데 주식 할 돈 좀 달라고 조를 때는 언제고 막상 돈이 생기니 어떻게 할 줄을 모르겠더라는 거예요. 일단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 겁니다. 아니 사고파는 방법은커녕 계좌를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무작정 교보문고에 가서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 하기》 《주식투자 일주일만 하면 □□□만큼 한다》는 책을 뒤적거리기도 했고요. 요새 ‘PER, PBR은 일반 투자자도 누구나 안다’ ‘네이버 금융은 다 보고 주식 투자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나만 금융 문맹인가?’라며 속앓이만 하고 있을 거예요. F도 똑같았어요. 무작정 책을 읽어봐도 잘 모르겠어서 나만 금융 문맹인가? 하고 속앓이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F는 다행히 훌륭한 선배들을 만나게 되었대요. 무엇을 물어봐도 절대 핀잔 주지 않는 선배들입니다. 내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나를 위해 좋은 투자서를 추천하는 걸 인생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그런 분들이요.  [주식 초보 N]두 번째 초보는 N이라고 할게요. N은 취직하고 2년이나 3년 차 정도 됐어요.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야근을 많이 해서 소비할 시간도 많지 않은 터라 틈틈이 저축했대요. ‘연금저축’이요. ‘세금을 덜 낸다니까 그것만으로 이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한창 펑펑 쓰고 싶을 나이일 텐데 훌륭하죠? 그런데 여자 친구와 해외여행을 예약하려고 하니 여윳돈이 없는 거예요. 결국 연금저축을 깰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수익률이 어떤지, 은행에 지불한 수수료는 얼만지, 결국 다시 토해낸 세금과 운용한 기간의 기회비용은 어느 것이 더 큰지 알아볼 생각조차 못 하고요.   주식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여러분, 모두 복리의 마법이라는 단어 들어 보셨죠? 작은 수익률 차이라도 긴 시간이 흐르면 막대한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거요. 혹시 ‘멍청비용(stupid tax)’은요? 원래는 도박이나 복권에 쓰는 돈을 뜻하는 속어였는데 현실에서는 비논리적이거나 비상식적인 지출에 폭넓게 쓰입니다. N이 자금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연금저축에 가입했다가 해지해서 잃은 또는 벌지 못한 금액도 멍청 비용 중의 하나겠지요.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다.’는 말은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고쳐야 할 것 같아요. ‘공부를 안 하면 돈을 못 번다’.그런데 사실 N도 이런 것을 공부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어디서 배워야 할지를 몰랐다는 거죠. 유튜브는 정보가 너무 파편화되어 있고, 믿을 수 없는 정보도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블로그는 대부분 금융회사의 광고성 글이었대요. 결국 정말 꼭 필요한 것만 찾기도 너무 어려웠던 거죠.   F와 N의 10년 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F와 N, 두 사람은 모두 옛날의 저입니다. F(Four)는 2004년, N(Nine)은 2009년의 김현준이 직접 겪은 얘기입니다. 2004년의 저는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려고 했으나, 정말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를 정도의 초보라 막막했던 대학생이었고요. 2009년의 저는 프로 펀드 매니저가 되었지만, 주식을 찾거나 분석할 줄만 알지 그 외의 재테크는 완전 젬병인 사회 초년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분들이 다 아시다시피 1,000억 원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대표이자 21년 차 주식 투자자이자 6권의 책을 집필한 재테크 작가입니다. 그리고 월급쟁이 부자들의 주식 투자 멘토죠.  여러분이 사랑하는 부동산 멘토 너나위 님과 제가 〈구해줘월부〉에 이어 다시 뭉쳤습니다. 저희 둘 다 〈아는선배〉 출신이잖아요? 바쁜 일상 중 친한 선배가 커피 타임에 조곤조곤 풀어주는 성공 투자 썰. 이 썰들을 풀면서 진짜 도움을 주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재테크를 1도 모르는 찐 초보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저와 너나위님이 함께 진짜 열심히 준비했어요. 1년이라도 무조건 빨리 시작해야 하는 종잣돈 모으는 법부터, 재테크의 양대 축 주식과 부동산의 기초를 임팩트 있게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곧 만나요.     좋은 글을 남겨주신 멤버에게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로 감사함을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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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 본 K-푸드의 인기 비결

안녕하세요? 너나위 님과 함께 〈구해줘 월부 - 주식 상담〉 편을 진행했던 더퍼블릭자산운용 김현준입니다.저는 지금 저희 회사 해외 펀드를 더 키우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나와 있습니다. 월부 분들을 자주 뵐 수 없어서 아쉽지만, 투자 실력을 더 키워서 반드시 여러분 앞에 다시 등장할게요! 하지만 생각만으로 그치면 투자자이자 창업자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뭐라도 해 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월부닷컴 커뮤니티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려고 해요. 이제는 해외 투자가 보편화 되었다는 말 조차도 무색하죠? ‘국장보다는 미장’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니까요. 하지만 직접 나와서 살아 보니 직접 겪어 보고 투자를 하는 것과 뉴스나 유튜브만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는 날까지 칼럼을 통해 주로 미국 소식을 전해 보려고 합니다. 자, 준비 되셨나요? 월부닷컴에서만 볼 수 있는 김현준 대표 미국 주식 칼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본 K-푸드의 인기 비결 필자의 동생은 메타(구 페이스북) 출신 디자이너다. 그것도 수억 대의 연봉을 받는. 글로벌 기업, 억대 연봉, 얼마나 좋은 타이틀인가?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미국에서 살기 전까지는··· 미국은 과장을 조금 보태 숨만 쉬어도 돈이 새 나가는 곳이다. 2022년 기준 미국의 1인당 GDP는 76,330달러다. 한국의 32,423달러와 비교하면 2배가 조금 넘는다. 그러나 농담 삼아 미국이 한국보다 싼 것은 국내선 항공권과 골프 밖에(놀랍게도 캘리포니아 기준 산유국인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없다고 할 정도로 생활 물가는 살인적이다. 빈부 격차가 더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노숙자homeless가 많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오늘은 미국 물가 시리즈 첫 번째로 식비를 다뤄 보려고 한다. 미국과 한국의 식문화는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그 중 두드러지는 것은 팁을 포함한 주문 및 계산 방법, to-go라고 하는 포장 문화와 점심 도시락 정도가 되겠다. 미국 식당에서는 주문이나 계산을 앉은 자리에서 한다. 심지어는 손을 들거나 목소리를 높여 접객원을 부르는 것은 굉장한 결례다. 그러다 보니 한 번 외식을 나가면 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예사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답답할 지경이다. 가까스로 계산을 하려고 하면 메뉴판에서 본 가격과 판이하게 다른 지불 금액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 기준 7.25%의 판매세sales tax가 부과되고 여기에 최소 18%부터 시작하는 팁도 붙는다. 최근에는 접객원들이 들고 다니는 POS기를 쓰면서 계산서를 두 번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은 줄었지만, 접객원들 눈 앞에서 팁을 얼마 줄지 선택해야 하는 곤욕이 더해졌다. (대부분 적은 팁을 주더라도 민망하지 않게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주기는 한다.) 미국에서는 일반 급여 생활자가 점심에 외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점심 시간이 두 시간이나 되지도 않고, 물가도 너무 비싸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운영하는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즈Whole Foods에서 캘리포니아롤 한 줄 집어 들면 20달러(우리 돈으로 28,000원 가량)는 우습게 지출된다. 그리고 ‘굳이 직장 동료와 내 개인 시간을 빼서 식사까지?’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점심 시간은 집에서 싸오거나 주변 식당이나 델리(간단한 음식을 파는 간이 식당 겸 편의점)에서 ‘to-go’해온 메뉴로 단출하게 때우는 편이다. 어쨌든 팁과 시간은 아끼지 않았는가? 이것이 최근 음식료 주식들의 질주의 배경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을 위시한 K-푸드 열풍이 불었고, 미국 시장에서는 Sweet Green과 CAVA라는 비교적 신생 외식 업체의 인기가 뜨겁다. 이 둘은 간판을 떼고 보면 거의 같은 레스토랑으로 보일 정도로 비슷한 형태다. 다양한 샐러드나 곡류를 베이스로 고기, 두부와 같은 몇 가지 단백질과 소스를 얹어 먹는 메뉴도, 손님들이 진열대를 줄지어 지나가며 원하는 식재료를 선택하여 계산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여기서 샐러드나 지중해식 또는 건강한 식재료 등과 같은 그들이 내세우는 정체성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본질은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고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참고로 아직까지 미국의 팁 문화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자리에 앉아 먹는 레스토랑에서는 당연히 내야 하지만 포장을 하는 경우나 개별 접객원이 없는 형태의 식당에서는 내지 않아도 된다. 택시에서는 안 내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음식 배달원에게는 대부분 지불한다. Sweet Green과 CAVA는 대기 인원이 없다는 가정 하에 주문부터 계산까지 10분이 채 안 걸린다. 음식 가격도 저렴해서 20달러 정도면 훌륭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가게는 적은 인원과 좁은 면적으로도 높은 회전율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좋고, 손님은 가성비 좋은 음식을 빠르게 얻어 점심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좋다. 가게 안에서 유튜브를 보며 혼밥을 할 수도 있고, 일이 바쁜 날에는 사무실에서 뚝딱 해결할 수도 있다. K-푸드도 마찬가지다. 라면과 김밥이 어떤 음식인가? 싼 값에 금세 한 끼를 책임질 수 있는 메뉴 아닌가? 미국에서 10달러 이내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 중 라면은 달걀이나 만두, 치즈 등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리는 훌륭한 식사다. 김밥은 정말 베어 물기 편한 메뉴이면서도 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등 영양소까지 균형 있게 들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재미 있는 포인트는 10달러, 20달러라는 단위다. 우리가 라면이나 김밥을 살 때 1인분에 14,000원, 28,000원이라는 가격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호텔 식당이나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먹어도 10,000원이면 족하다. 새로운 고객들은 K-푸드를 싸다고 좋아하는데 기업들은 기존에 한국에서 팔던 것보다 훨씬 비싸게 팔고 있다. 더 이상 좁은 한국 땅에서 박 터지게 싸우지 않아도 된다. 원래는 새로운 소비 시장을 개척하려면 가격 경쟁도 좀 하고 광고비도 팍팍 써야 하는 것이 순리였다. 그러나 K-푸드 기업들은 수출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이다. 이것이 삼양식품 질주의 비결이다.        좋은 글을 남겨주신 멤버에게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로 감사함을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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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_now] 미국에서 가장 비싼 것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것은? 미국에서 거주한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여기는 우버이츠Uber Eats에서 김밥, 떡볶이, 순대를 시켰더니 100달러(한화 14만 원)가 나오는 곳이다. 김떡순은 종로3가에서 3,000원이 국룰이 아니던가? (나이 사십 먹은 아저씨의 옛날 기억이니 양해 바란다.) 1BD 1BTH(1 Bedroom, 1 Bathroom의 줄임말. 침실 하나 거실 하나가 있는 집을 뜻한다.) 월세가 4,000달러(한화 560만 원)다. 미국행을 결정하면서 서울 서초구에 비워 둔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월세라도 받을 걸 그랬나? 평생 이 물가에 적응하고 살아가야 한다면 생각을 달리 해야겠지만, 기왕 한 번 사는 것 돈을 써서라도 경험을 늘리는 편이 남는 것이라는 생각에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해 보는 중이다. 기업이 분기 마다 발표하는 실적도 일회성 비용은 따로 떼서 보지 않던가. 여기서 일회성 비용이란 기업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이기는 하나, 통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을 말한다. 정리 해고를 하면서 위로금을 지급했거나, 세무 조사에 따라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는 등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싼 것은 골프와 국내선 항공권이다. 사치재에 속하는 우리 나라와는 달리 골프는 어른이들의 소소한 레저로, 국내선 항공권은 대중 교통으로서 기능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서비스 공급자끼리 치열하게 경쟁을 하다 보니 가격이 낮다. 식자재와 공산품도 가격이 낮은 편이다. 우리 나라 정부가 농촌의 일자리를 위해 필사적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은 근원적인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가용을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끝도 없이 뻗은 도로 양 옆으로 광활한 농지들을 볼 수 있다. 아마 그곳을 경작하는 데는 대형 농기계가 필수적일 것이다. 어쩌면 비행기로 씨를 뿌리거나 농약을 칠 수도 있다. 이런 대농大農은 생산성이 높아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다. 공산품은 세계 어디서 생산하든 원가가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생산지가 어디이건 간에 좋은 농수산물은 노량진 수산 시장이나 송파 가락 시장에 먼저 왔다가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는 말처럼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제조업체들은 미국에 유통하기를 꿈꾼다. 그럼 미국에서 생활할 때 가장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에 갓 이주한 한국인들과 얘기를 나누면 십중팔구 보험료를 들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필수재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보험과 건강 보험이 우리를 ‘뜨악’하게 만든다. 자동차를 구매하자 마자 가입한 자동차 보험료는 6개월에 2,200달러였다. 보통 1년 단위로 자동차 보험을 계약하는 우리 나라 식으로 얘기하자면 6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이것도 중개인을 통해 할인 받은 금액이다. 한국에서는 100만 원 정도 내는 것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비싸다. 내가 미국에서 비싼 차를 타는 것도 아니다. 참고로 나는 미국에서 테슬라를 타고 있고, 한국에서는 스포츠카로 유명한 독일 P사의 자동차를 탄다. 건강 보험은 한 술 더 뜬다. 한 달에 800달러씩 내고 있다. 누가 한 달에 보험료로 100만 원을 지출하는가? 상속 목적의 초거액 자산가나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오는 비정한 살인마가 아니라면 말이다. 참고로 생명 보험은 상속인, 즉 자녀 등이 보험료를 납부했을 경우 보험금에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초거액 자산가가 절세 목적으로 왕왕 사용하는 금융 상품이다. 도시 면적이 크고 대중 교통 사정이 열악한 캘리포니아에서 자가용은 필수재다. 자동차 보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에게 꼭 필요한 자동차 보험료가 서민의 생계를 어렵게 할 만큼 치솟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케케묵은 단어라고 생각하는가? 그만큼 코로나19는 우리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때 가족끼리 자동차 여행 많이 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공 장소보다는 믿을 만한 소수의 인원끼리만 모여 여가를 즐긴 것이다. 한때 모두의 인스타그램 피드가 골프장 잔디의 초록색으로 물들었던 것도 같은 연유다. 주식이나 코인 가격이 올라 자가용을 새로 구매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자동차 사용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자동차 사고도 늘어난다. 문제는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물류가 마비되고 인건비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정비사 아저씨도 일 좀 덜하고 자동차 여행 가고 싶었을 것 아닌가? 자동차 수리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오른 것이다. 보험사는 사전에 돈을 받고(보험료) 나중에 피보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돈을 지급한다. (보험금)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고 사고 한 번 안 나고, 긴급 출동 한 번 안 부르면 보험사에게 돈을 갖다 바친 꼴이 되고 반대로 사고가 많이 나면 보험사가 적자를 보는 구조다. 그래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보험사들이 큰 손실을 본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은 국가를 막론하고 운전자에게 필수적이다. 회사들 간에 서비스의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장점이다. 고객의 돈을 미리 받아 관리해야 하므로 속임수를 쓰거나 도산하기라도 하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1년에 한 번씩 보험사를 갈아 탈 수 있다 해서 그들을 얕보면 큰 코 다친다. 몇 안 되는 과점 기업들끼리 마음 먹고 뭉치면 소비자들이 매우 불편해진다. 현재 미국의 자동차 보험이 꼭 그런 꼴이다. 큰 적자를 본 이후 “보험료를 올려 주지 않는 주state에서는 아예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배짱을 부린 탓에 자동차 보험료가 천정부지로 뛴 것이다. 이것이 미국 자동차 보험이 비싼 이유이자 다운타운downtown에 가면 범퍼가 떨어지거나 문이 찌그러진 채 운행하는 자동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주식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체중계처럼 정확히 작동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인기 투표처럼 시장 참여자의 심리에 휘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보통의 시장 참여자는 6개월 미만의 시간 지평으로 돈을 굴리기 때문에 그들보다 조금만 더 길게 보면 투자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사들이 크게 적자를 볼 때 초보 투자자들은 ‘큰일이다. 수익성이 너무 나빠. 이렇게 가다가는 망할 수도 있겠어.’라고 생각해 주식을 매도하겠지만, 시간 지평을 길게 보고 평균 회귀를 믿는 가치투자자들은 ‘자동차 보험은 필수재이고 과점 산업이니까 분명히 보험료를 올릴 거야. 그러면 수익성도 정상화되겠지.’라면서 주식을 사들일 것이다. 좀 더 현명한 투자자들은 저평가 주식이 적정 가치에 다다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의 가파른 수익성 개선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환호하는 거래자들traders에게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팔아 치울 것이다. 다시 말해 거래자들은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안 좋을 때는 비관적으로, 수익성이 좋을 때는 낙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주식을 쌀 때 팔고 비쌀 때 사게 된다. 투자자들investors과 정반대다. 이것이 수 년 사이 미국의 자동차 보험 기업들의 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하는 이유다. 아쉽게도 내가 미국으로 건너온 것은 이런 일들이 모두 발생한 이후다. 이사한 후 자동차가 필요해 구입하고,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려는데 보험료가 너무 비싸 놀랐다. 즉시 자동차 보험사 주가를 확인했는데 이미 모두 오른 뒤라 땅을 치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상장 주식 투자의 매력이 무엇인가? 전세계에 투자할 종목이 수만 가지가 넘는다. 훌륭한 기업 여러 개를 꾸러미로 가지고 있다가 주가가 저평가 된 것만 골라 투자할 수 있다. 더퍼블릭자산운용은 자동차 보험사가 아닌 다른 보험업에 투자를 해 두 배가 넘는 큰 수익을 올렸다. 다행히 해당 보험업은 자동차 보험에 비하면 틈새 시장에 불과해 똑같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과정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에서 소외돼 있었던 덕분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정해진 미래’ ‘타임머신형 투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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