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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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 본 K-푸드의 인기 비결

안녕하세요? 너나위 님과 함께 〈구해줘 월부 - 주식 상담〉 편을 진행했던 더퍼블릭자산운용 김현준입니다.

저는 지금 저희 회사 해외 펀드를 더 키우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나와 있습니다. 월부 분들을 자주 뵐 수 없어서 아쉽지만, 투자 실력을 더 키워서 반드시 여러분 앞에 다시 등장할게요!

 

하지만 생각만으로 그치면 투자자이자 창업자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뭐라도 해 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월부닷컴 커뮤니티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려고 해요.

 

이제는 해외 투자가 보편화 되었다는 말 조차도 무색하죠? ‘국장보다는 미장’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니까요. 하지만 직접 나와서 살아 보니 직접 겪어 보고 투자를 하는 것과 뉴스나 유튜브만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는 날까지 칼럼을 통해 주로 미국 소식을 전해 보려고 합니다.

 

자, 준비 되셨나요? 월부닷컴에서만 볼 수 있는 김현준 대표 미국 주식 칼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본 K-푸드의 인기 비결

 

필자의 동생은 메타(구 페이스북) 출신 디자이너다. 그것도 수억 대의 연봉을 받는. 글로벌 기업, 억대 연봉, 얼마나 좋은 타이틀인가?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미국에서 살기 전까지는···

 

미국은 과장을 조금 보태 숨만 쉬어도 돈이 새 나가는 곳이다. 2022년 기준 미국의 1인당 GDP는 76,330달러다. 한국의 32,423달러와 비교하면 2배가 조금 넘는다. 그러나 농담 삼아 미국이 한국보다 싼 것은 국내선 항공권과 골프 밖에(놀랍게도 캘리포니아 기준 산유국인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없다고 할 정도로 생활 물가는 살인적이다. 빈부 격차가 더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노숙자homeless가 많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오늘은 미국 물가 시리즈 첫 번째로 식비를 다뤄 보려고 한다. 미국과 한국의 식문화는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그 중 두드러지는 것은 팁을 포함한 주문 및 계산 방법, to-go라고 하는 포장 문화와 점심 도시락 정도가 되겠다. 미국 식당에서는 주문이나 계산을 앉은 자리에서 한다. 심지어는 손을 들거나 목소리를 높여 접객원을 부르는 것은 굉장한 결례다. 그러다 보니 한 번 외식을 나가면 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예사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답답할 지경이다. 가까스로 계산을 하려고 하면 메뉴판에서 본 가격과 판이하게 다른 지불 금액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 기준 7.25%의 판매세sales tax가 부과되고 여기에 최소 18%부터 시작하는 팁도 붙는다. 최근에는 접객원들이 들고 다니는 POS기를 쓰면서 계산서를 두 번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은 줄었지만, 접객원들 눈 앞에서 팁을 얼마 줄지 선택해야 하는 곤욕이 더해졌다. (대부분 적은 팁을 주더라도 민망하지 않게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주기는 한다.)

 

미국에서는 일반 급여 생활자가 점심에 외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점심 시간이 두 시간이나 되지도 않고, 물가도 너무 비싸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운영하는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즈Whole Foods에서 캘리포니아롤 한 줄 집어 들면 20달러(우리 돈으로 28,000원 가량)는 우습게 지출된다. 그리고 ‘굳이 직장 동료와 내 개인 시간을 빼서 식사까지?’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점심 시간은 집에서 싸오거나 주변 식당이나 델리(간단한 음식을 파는 간이 식당 겸 편의점)에서 ‘to-go’해온 메뉴로 단출하게 때우는 편이다. 어쨌든 팁과 시간은 아끼지 않았는가?

 

이것이 최근 음식료 주식들의 질주의 배경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을 위시한 K-푸드 열풍이 불었고, 미국 시장에서는 Sweet Green과 CAVA라는 비교적 신생 외식 업체의 인기가 뜨겁다. 이 둘은 간판을 떼고 보면 거의 같은 레스토랑으로 보일 정도로 비슷한 형태다. 다양한 샐러드나 곡류를 베이스로 고기, 두부와 같은 몇 가지 단백질과 소스를 얹어 먹는 메뉴도, 손님들이 진열대를 줄지어 지나가며 원하는 식재료를 선택하여 계산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여기서 샐러드나 지중해식 또는 건강한 식재료 등과 같은 그들이 내세우는 정체성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본질은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고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참고로 아직까지 미국의 팁 문화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자리에 앉아 먹는 레스토랑에서는 당연히 내야 하지만 포장을 하는 경우나 개별 접객원이 없는 형태의 식당에서는 내지 않아도 된다. 택시에서는 안 내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음식 배달원에게는 대부분 지불한다. Sweet Green과 CAVA는 대기 인원이 없다는 가정 하에 주문부터 계산까지 10분이 채 안 걸린다. 음식 가격도 저렴해서 20달러 정도면 훌륭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가게는 적은 인원과 좁은 면적으로도 높은 회전율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좋고, 손님은 가성비 좋은 음식을 빠르게 얻어 점심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좋다. 가게 안에서 유튜브를 보며 혼밥을 할 수도 있고, 일이 바쁜 날에는 사무실에서 뚝딱 해결할 수도 있다.

 

K-푸드도 마찬가지다. 라면과 김밥이 어떤 음식인가? 싼 값에 금세 한 끼를 책임질 수 있는 메뉴 아닌가? 미국에서 10달러 이내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 중 라면은 달걀이나 만두, 치즈 등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리는 훌륭한 식사다. 김밥은 정말 베어 물기 편한 메뉴이면서도 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등 영양소까지 균형 있게 들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재미 있는 포인트는 10달러, 20달러라는 단위다. 우리가 라면이나 김밥을 살 때 1인분에 14,000원, 28,000원이라는 가격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호텔 식당이나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먹어도 10,000원이면 족하다. 새로운 고객들은 K-푸드를 싸다고 좋아하는데 기업들은 기존에 한국에서 팔던 것보다 훨씬 비싸게 팔고 있다. 더 이상 좁은 한국 땅에서 박 터지게 싸우지 않아도 된다. 원래는 새로운 소비 시장을 개척하려면 가격 경쟁도 좀 하고 광고비도 팍팍 써야 하는 것이 순리였다. 그러나 K-푸드 기업들은 수출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이다. 이것이 삼양식품 질주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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