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방정식』
14. 돈이 당신의 정체성을 결정할 때
삶의 주도권을 쥔 쪽은 당신인가,
아니면 당신의 경제적 신념인가.
p. 247
“돈은 자동차에 넣는 연료와도 같다. 길을 달리는 도중 연료가 떨어지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는 주유소마다 들를 필요는 없다.”
돈이 삶을 위한 도구로 쓰이지 않고 주인의 자리에 오르는 가장 흔한 이유는, 당신의 경제적 목표와 신념이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p. 249
투자자 폴 그레이엄은 정체성의 종류를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조언한다. “당신의 얼굴에 더 많은 상표를 붙일수록 더 멍청한 사람이 된다. 만일 당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은 상표의 개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가 있다. 무엇이 됐든 그것이 바로 당신의 정체성이다. 사람들은 정체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p. 251
현명한 행동(긍정적인 절약 습관, 지출 방식, 투자 전략 등)이 몸에 너무 깊이 밴 사람은 다른 길을 택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때도 기존의 방식을 맹목적으로 고집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문제로 이어진다. 당신은 돈에 관련된 본인의 정체성(절약가, 부자, 가난뱅이, 이런저런 물건을 늘 구매하는 사람 등)을 만들어낼 때마다 삶의 방식을 전환하거나, 생각을 바꾸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p. 254
당신은 살기 위해 돈을 버는가, 돈을 벌기 위해 사는가?
돈은 당신의 도구인가, 아니면 주인인가?
돈이 당신을 섬기는가, 당신이 돈을 섬기는가?
p. 255돈이 당신의 정체성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생각을 바꾸고, 생활 방식에 변화를 주고,
소비 습관을 고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소중히 여겨라.“신념이 절대적인 믿음이 되면 위험하다.”
나는 심리적 유동성mental liquidity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세상이 바뀌거나 새로운 정보가 입수됐을 때 과거의 믿음이나 전략을 언제라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강한’ 믿음을 '유연하게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진정한 독립적 사고를 개발하라. 당신이 독립적으로 사고한다는 말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품고 있는 신념으로는 다른 주제에 대한 신념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내 주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돈을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출 습관이 변화무쌍하다. 어떤 곳에는 많은 돈을 쓰고, 어떤 곳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떤 소비는 가치 있게 생각하고, 어떤 소비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독립적인 사고자다. 돈을 섬기는 대신 돈의 섬김을 받는다.
살기 위해 돈을 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돈에 휘둘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여기저기 머리를 들이미는 것을 보면. 물론 눈에 띄는 주유소마다 들르지는 않는다. 정체성도 딱히 다양하지 않다. 나를 소개하는 것 자체가 불편할 뿐이다.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귀멸의 칼날』작가처럼 살고 싶다. 많은 이들이 내 작품은 알지만, 나라는 사람이 그 작품의 작가라는 것은 모르기를 바란다. 내가 가진 자산의 크기를 알게 하고 싶지 않다. 포르쉐 10대를 살 정도의 돈을 벌더라도 내 차를 포르쉐로 바꾸고 싶지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돈, 자산을 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길 바라지 않는다.
돈을 펑펑 써보고 싶다는 욕구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막상 어디다 펑펑 써야할지를 모르겠다. 아직도 나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나를 잘 안다면 내가 어디에 돈을 쓰고 싶은지 명확할텐데. 어렸을 때는 집에 큰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으로 꽉 찬 방이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작은 집 안에 너무도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책들을 보며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 내가 나중에 마련한 집이 어지간히 크지 않다면 굳이 서재를 만들지도 원하지도 않을 것 같은 지금이다. 프로레슬링을 언제든지 보러 갈 수 있는 삶을 꿈꾼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에너지가 엄청 필요한 일이다. 어떤 쇼는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진행된다. 집에서 누워서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나오면 엄청 환호하고 몰입하겠지만.. 그런 쇼를 일주일에 2번 또는 3번씩 가서 보는 건 무리다. 그리고 매주마다 미국의 여러 도시 또는 다른 나라의 도시로 이동해서 쇼를 진행하기 때문에 비행기도 매번 타야한다. 이 또한 돈과 시간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드는 소비다. 일년에 한 번 정도라면 해 볼 만 할 것 같지만 자주는 힘들 것 같다.
내 소비나 취미에 대해 사람들은 독특하다고 말한다. 하나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서와 프로레슬링이다. 이런 것도 나만의 독립적인 사고 중 하나일지도. ㅋㅋㅋ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귀엽고 깜찍한 것들, 캐릭터 상품을 좋아하는 것도 신기해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독립적 사고로 말하기보다는 그냥 취향이라는 걸 안다. 다만 내 소비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파악하진 못한다. 딱 하나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사치는 안 할 것 같다’라는 건데.. 내 생각에는 프로레슬링 티셔츠 같은 물건을 사는 것이 ‘사치’에 해당해서 그 또한 나를 파악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작년초(42세)까지는 자차도 없는 상태로 지방광역시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다들 불편하지 않냐고 참 의지가 곧다고 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여름에 차를 샀다.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차를 사지 않았던 건 절약도 아니었고, 돈이 없어서도 아니었고, 그저 불안함,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차를 사고나니 그 불안함과 걱정이 다 무의미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귀한 시간을 불안함과 걱정 때문에 낭비해버린 것이었다. 물론 차를 사면 차가 없을 때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고 저축액도 줄지만, 43세의 나에겐 사치품이 아니라 꼭 필요한 재화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 알게 된 것 중에 하나는 차라는 것이 감가상각은 엄청 쉽게 되는 물건인데 비싸기는 드럽게 비싸다는 것이다. 중고차를 사라는 조언을 싹 무시하고 그냥 새 차를 샀다. 새 차가 몰고 싶어서가 아니라 중고차를 산 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냥 새 차 살 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 선택에 아주 만족하며 몰고 있다.
돌이켜보니 내 삶을 열심히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변화하려고 하기보다는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융통성 없는 소비 생활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의 나는 여러 가지 변화를 받아들이고, 바꿔야 하는 것들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어쩌면 작년의 차 구매, 월부 강의 신청과 같은 일들이 터닝 포인트일 수도 있다. 10년 뒤의 내가 오늘의 나를 바라보며 엄지척을 날릴 수 있기를.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시도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을 넘어 그 삶 자체가 되기를. 그렇게 오늘도 한 걸음 더 내딛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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