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았다. / 내일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오늘 이 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 온 소나무. /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양새는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다.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이었다. -p21-
하늘 가득한 별들이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해 주는 듯했다. 걱정하지 말고 한 걸음씩 내디뎌 보라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을 거라고. /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척도는 내게 달렸고, 정말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못한다고 말하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나아가 보자고. 때론 그 작은 한 걸음이 답일 때가 있다고. -p28
나무를 키울 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눈에 보이는 줄기가 아니라 흙 속의 뿌리란다.”-p31
막 싹을 틔운 어린나무가 생장을 마다하는 이유는 땅속의 뿌리 때문이다. 작은 잎에서 만들어 낸 소량의 영양분을 자라는 데 쓰지 않고 오직 뿌리를 키우는 데 쓴다. 눈에 보이는 생장보다는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 뿌리에 온 힘을 쏟는 어린 시절을 ‘유형기’라고 한다. 나무는 유형기를 보내는 동안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보내는 유형기가 평균 잡아 5년. 나무는 유형기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기 시작한다. 짧지 않은 시간 뿌리에 힘을 쏟은 덕분에 세찬 바람과 폭우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성목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암울하게만 여겼던 방황의 시간은 어쩌면 내 인생의 유형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p32-
뿌리의 힘을 제대로 키운 나무가 모진 시련을 딛고 거목으로 자라나듯, 스스로 단련하다 보면 언젠가 또 다른 희망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믿게 된 것이다.-p34-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을 기꺼이 감수해야 더 높이, 더 크게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p35-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방향이 틀어져 있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럴 때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돌려야 한다. 나를 점검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새 엉뚱한 곳에 이를지 모르기 때문이다.-p39-
어쩌면 멈춤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41-
새 생명이 자라기 위해 숲에 빈틈이 필요하듯 우리 인생도 틈이 있어야만 한숨을 돌리고 다음 걸음을 내디딜 힘을 얻을 수 있다. -p50-
완벽한 사람보다는 어딘가 틈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다는 것도 그제야 알게 되었다. -p51-
완벽을 목표로 삼고 부족한 것을 모두 채우려고 무리하는 순간부터 찾아드는 건 불안과 초조뿐이다. 오래된 숲의 틈이 말해 주지 않는가. 비움으로써 더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는 법이다. -p53-
이렇듯 생존을 위한 버팀은 한번 싹을 틔운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나무들의 공통된 숙명이다.
나무에게 있어 버틴다는 것은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 내는 것이고, 어떤 시련에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버팀의 시간 끝에 나무는 온갖 생명을 품는 보금자리로 거듭난다. -p56-
정호승 시인은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나 나무나 삶을 제대로 살아 내는 과정에는 오로지 버텨 내야 하는 순간이 있는 듯하다. 나는 오늘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투를 빈다. -p59-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내 안의 우듬지가 얼마나 선명한가에 따라 당장 오늘 하루가, 10년 뒤의 내 모습이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듬지가 없다고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없으면 찾으면 되고 만들면 된다. 그러니 시련이나 고통 앞에 주저앉기 전에 한 번만 생각해 보자. 나의 우듬지가 무엇인지 말이다. -p84-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싹을 틔우는 씨앗의 기적은 그저 맹목적인 기다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용기 있게 하늘을 향해 첫발을 내딛지 못하면 기다림은 결국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다. -p94-
“기다리기만 한다고 저절로 때가 오지는 않아요. 가장 좋은 때는 결국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겁니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 작은 씨앗이 캄캄한 흙을 뚫고 세상 밖으로 머리를 내밀듯, 우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려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 그러므로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해 볼 여지가 있다면, 씨앗이 껍질을 뚫고 세상으로 나오듯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괴테도 말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고.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거목도 그 처음은 손톱보다도 작은 씨앗이었음을 잊지 말기를. -p96-
가만히 보면 나무에게 있어 적응은 가진 것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 변화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연의 모습을 철저히 버리고 그곳에 맞게 적응해 가는 것이다. 더욱이 그냥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의 다른 생명체들까지 불러 모아 새로운 생명의 땅을 만든다. /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변화를 올곧이 받아들이며,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 그것은 나무가 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p137
만약 운이 나빴다면 내가 아무리 애를 쓴다 한들 어떤 이유로든 나무가 시들었을 것이다. 큰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천만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아마 예전과 똑같이 깜깜한 새벽에 집을 나서서 어두운 밤에 귀가할 것이다. 내가 나무 의사로서 특출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무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마음만이라도 누구에게든 뒤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149
그런데 기회란 것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였기에 찾아든 결과물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좋은 일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고, 더 좋은 일들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고. 그것이 바로 내가 지금도 아픈 나무들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련스러울 정도의 굳은 믿음으로 끝까지 노력하는 것뿐임을 아는 것이다. -p150-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 때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 하루 내 삶은 어떠했는지, 나는 과연 인생이라는 나이테에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말이다. -p173-
그런데 이렇듯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속성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면서 경쟁을 하지 않는 나무들이 결국 오래 사는 것이다. -p235-
3. [깨달은 것] 이 책에서 얻은 것과 알게된 점 / 느낀 점
▶ 중요한 것은 '오늘'이다. 이 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것. 나무의 시간을 통해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배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보여지는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결국 본질은 내가 실력이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나의 미래의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나의 시간을 기다린다. 인내하면서 더 크게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러나 그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결국 때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나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복기하고, 개선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열심히 지치지 말고 버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최선을 다하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내가 원하는 목표점까지 가게 해줄 것이다. 나무가 되자.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천년만년 자라나는 나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