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긍정입니다.
지난 1월 말,
월부에 입성한지 2년이 넘어 첫 매수 계약을 한 뒤
경험담을 남기고 이제 3달이 넘게 흘렀네요.
매수 경험담을 쓸 때만 해도
전세 빼기에 대해 걱정이 있긴 했으나
제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한편으로는 마냥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투자한 단지의 옆 동네에는
2800세대 이상의 대단지가 입주를 2달 남겨두고 있었고,
또 그 옆 동네에는
3천 세대 이상의 대단지가 이미 입주를 시작한 상황이었어요.
제 물건의 잔금일은 4개월 정도 남아있었고
매도자는 이 집의 전세가 맞춰지면
날짜를 협의해서 이사 나갈 집을 구하기로 하셨는데요.
매도자께서 집 보여주기나 이사 및 잔금 날짜 조정 등에 있어서
협조를 잘 해주시기는 했지만
주변 공급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안좋아질 것이고
잔금일이 가까워질수록 매도자분의 이사 날짜도 고정될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빨리 전세를 맞추는 것이 시급했습니다.
계약서를 쓴 날이 구정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이었기에
계약서를 쓰기 전부터 부사님께서는 전세 광고를 시작하셨습니다.
부사님:
"계약서 쓰기 전이지만 혹시 모르니 연휴 동안에 광고를 노출시켜 두는게 좋을 거 같아요.
얼마에 올릴까요?"
긍정: 엇... 얼마에 올려야 될까요?
네... 맞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전세가는 부사님께 묻는 것이 아니라
주변 단지들의 전세 물량과 가격을 보고
적정 전세가를 산정해야 하는데 말이죠!
대략의 전세가격 수준을 가늠해 두고는 있긴 했지만
정작 이 상황이 되니 부사님의 의견을 물어보게 되더라구요.
당시 제 단지에는 객관적으로 거래가 되기 어려운 비싼 가격대의 전세 물건 2개가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부사님 의견에 따라 기존 전세물건 가격보다 2천만원 저렴한 가격에 광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가격은 제 희망 전세가보다 2천만원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부사님의 의견을 듣고 보니 저도 모르게 욕심이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이 때 부사님의 의견보다는
제가 원래 목표했던 가격대부터 시작했어야 맞았던 것 같습니다.
주변 전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욕심이 생겨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이죠.
사실 모든 결과를 알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가격대에 전세를 내놨더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 번 투자에서는 전세 가격을 설정할 때
배운대로 객관적으로 적정한 전세 가격을 산정하고
최대한 빨리 전세를 맞추는 것을 적용해야겠습니다.
어쨌든 부사님의 의견에 따라 전세 광고를 올렸고,
역시 명절에는 아무도 전세를 찾지 않았습니다..ㅎㅎ
그리고 명절이 지나간 뒤 1주일 쯤 지나는 동안
매수 부동산 사장님이 전세 손님 1~2팀에게 집을 보여주시긴 했지만
계약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어요.
시간이 점점 흐르자 제 마음은 불안해졌고요.
2월 중순쯤 매수 사장님께 다른 부동산에도 물건을 내놓겠다는 말씀을 드리게 됩니다.
(계약서 쓰던 날 말했어햐 했는데 알면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사님께서는 좀 언짢아하시긴 했지만 그러라고 하셨고,
저는 전세 광고 문자를 해당 생활권과 주변에까지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200군데 넘는 부동산에 전세 광고 문자를 보냈고
그 중 50군데 이상의 부동산에서 네이버 광고를 올렸습니다.
전세 손님이 오시면 집보기 약속은 매도자가 아닌 저를 통해 해주시길 부탁드리면서
전세 손님들이 얼마나 오시는지, 피드백은 어떤지 체크해보고자 했는데요.
이때부터 정말 힘든 날들이 시작됐습니다.
제 목표 전세가보다 2천만원 높게 설정해두긴 했지만 그래도 단지 내 최저가였는데
50군데 넘는 부동산들에서 저에게 집보기 문의 연락이 전혀 오지 않았던 것이죠.
누가 보러 와야, 아니면 문의라도 해야
뭐가 문제인지 개선할 점이 있는지 생각해볼텐데
이 동네 전세 손님이 그냥 끊긴 느낌이었습니다.
광고해주신 부동산들에 직접 방문하면서 사장님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제 단지 뿐 아니라 상위 선호 단지들에도 전세 손님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처음 투자 결정을 할 때만해도
'주변에 입주가 있긴 해도 그래도 서울이니까 전세가 빠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입주장은 전세 수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제 단지가 있는 생활권에서도 옆 동네 신축으로 빠져 나가는 전세입자들, 집주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빠져나간 수요를 채워주는 신규 수요가 끊겨버리니 (시기상 학교 수요가 찾아올 시기도 지남)
전세 물량은 계속해서 쌓여만 갔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제 단지에 투자자들이 여럿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몇 개 없던 전세 물량이 자꾸만 늘어갔습니다.
심지어 다 저보다 층도 좋고 옵션도 좋고 심지어 공실도 많았습니다.
여전히 가격으로는 제 물건이 최저가이긴 했으나
이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잔금일까지는 3개월 2주 정도 남았던 때 즈음
처음 광고했던 X.3억 가격에서 -3500만원을 내렸습니다.
억 단위 앞 숫자가 바뀌어야 눈에 확 띌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계속해서 사장님들을 직접 만나면서 전세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제 상황에 대해서, 걱정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면서
제 물건을 우선으로 빼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다들 호의적으로 대해주시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지만
광고를 뿌리고 가격을 내리고 나서도
50군데 넘는 부동산에서 제게 전세 문의 전화는 한통도 오지 않았습니다.
이때 몰려들었던 불안감과 공포감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수 과정에서 어그러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매수 포기라는 옵션이 있었지만
전세 빼기 과정에서 생긴 문제에는 포기라는 옵션이 없었어요.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하는데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같은 시기,
매수 부동산 사장님은 혹여나 매도자가 이사 시기를 고정시킬까를 우려하셨고
그래서 매도자가 이사갈 집도 직접 같이 알아봐주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2월 셋째 주에 매도자는 이사갈 집의 매매계약을 했는데요.
부사님 덕분에 매도자는 2월 말부터 5월 말 사이 언제든 이사갈 수 있는 조건으로 매수 계약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제가 전세입자를 구할 때 언제든 입주 가능하도록, 거의 공실에 가까운 조건으로 만들어주신 거였죠.
가뜩이나 손님이 별로 없는 상황인데 날짜까지 한정되어버리면 너무 힘들 상황에서
부사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가능한 좋은 조건을 만들어 두고 가격도 최저가였으나
여전히 손님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경쟁 물건은 새로 쌓여가고 있었어요.
더 이상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계속 부동산을 찾아가고 저 좀 도와달라는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적인 힘듦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당시에 듣고 있던 열반중급반 오프라인 강의에서
주우이 멘토님께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멘토님께 조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단지명을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대략의 상황을 말씀드리니
"일 잘하는 부동산 한군데, 많아도 두군데에만.
그 사장님께만 전세 가격 천만원 더 깎아드린다고 하세요.
가격 낮춰서라도 빨리 빼는게 상책입니다.
물건을 마냥 많이 뿌리는 것보다 이게 좋아요."
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바로 다음 날 주우이 멘토님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일 잘하는 부동산 사장님 두 분을 찾아갔습니다.
사실 오프라인 강의를 들었던 그 날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다음날이 되자 상태가 더 좋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집에 있으면 안될 것 같았고, 현장에 가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서 전철을 타고 현장으로 향했고,
가는 도중 거의 기절해서 차고지까지 들어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갔습니다.
방문한 부동산 중 한군데가 매수 부동산이었구요.
결국 그날 저녁, 매수 부동산 사장님은 전세입자를 구해주셨습니다.
전세 만기가 2개월 정도 남아서
같은 동네에서 이사할 집을 구하고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이 단지는 선택하지 않고 있던 분이었는데
부사님께서 그 분을 설득하셨던 것 같아요.
물론 사장님께서 제게 제시한 가격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낮았고
(당시 광고 가격보다 -2500만원)
순간적으로 '이거 투자금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싶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걸 수락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잔금 3개월 전 전세 빼기를 마무리 하면서
잔금일도 세입자가 원하시는대로 한달을 더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전세 계약 이후 이 단지의 전세 상황들을 지켜보니 이때의 선택이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보다 투자금이 많이 들어간 점은 아쉽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잘 버텨내보겠습니다.
우당탕탕 지나온 24월 12월부터 25년 2월까지의 시간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투자에서는 실수를 줄이고 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전세 빼기에서 잘한 점>
1. 매일 전세 트래킹을 하고 부사님들을 직접 만나면서 경쟁 물건들의 상황을 파악했던 점
2. 경쟁 물건들이 객관적으로 내 물건보다 좋다는 점을 인정하고 빠르게 행동하고 결정했던 점
3. 부사님들에게 전화만 하지 않고 최대한 자주 직접 찾아갔던 점 (이 과정에서 얻게된 정보가 많았음)
4. 강의를 계속 들으며 환경 안에 남아 있으면서 동료분들과 멘토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점
<전세 빼기에서 보완할 점>
1. 전세가 설정은 셀프!!!
2. 매수 계약서 쓰는 날 부사님에게 전세 뿌릴 시기 말하기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함..)
3. 초반에 경쟁 전세물건들의 상세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한 점 (동료든 가족이든 모두 동원하기)
<뒤늦게 깨달은 매수에서 보완할 점>
1. 타겟 단지의 최저가 물건뿐 아니라 모든 물건을 다 확인하지 못한 점
2. 잔금일에 짐이 빠진 후 집 내부 상태를 확인했지만 구석구석 사진을 남겨두지 못한 점 (유리창, 방충망까지 꼼꼼히 사진 찍어야 함)
3. 아랫집에 직접 누수 체크하지 못한 점
전세로 한참 고군분투했던 2월에 열반중급반을 수강하면서
당시 조장님이셨던 나슬님께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셨고
이전에 함께 강의를 들었던 동료분들께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절박했던 시기에 오프라인 강의에서 주우이 멘토님께 받았던 조언 덕분에
무사히 전세를 잘 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세계약서를 쓰고 나서 진이 빠져서 복기글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번 1호기 과정에서 정말 배운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혼자였으면
매수, 전세 그 어떤 과정이든 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 주변의 동료분들과 튜터님, 멘토님께 감사드립니다.
배우고 느낀 것을 앞으로 또 적용하고 성장하면서
저 또한 다른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실력있는 투자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긍정님 입주장 속에서 전세 빼기 고생 많으셨습니다 ㅠㅠ 마음 다잡고 컨디션이 안좋으셨는데도 다시 한번 힘내서 부동산 방문하신게 정말 신의한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많으셨스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인데 아직 까마득하구 너무 대단하시네욤👍🏻
아 ... 너무 쫄릴듯... ㅠㅠ 공급 미사일 쏟아지는 한가운데서 시한폭탄 들고 서있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