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공부인증

[달려라잼재미 독서] 철학을 하지 않는 닭_강국진

  • 25.06.20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저자 강국진씨를 알게 되었다. 책 날개에서 저자가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전공한 것을 보고 아무래도 내용이 좀 어렵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읽어나가는데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도 물론 좋았지만 글 자체에서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 본 사람이고, 삶에 대하여 오랫동안 고민한 듯한 단단함이 느껴졌다.

비록 이 책을 다 읽지는 못 했지만(구매해서 꼭 완독하려한다) 저자의 글 자체에 관심이 생겼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저자의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2020년부터 1400개가 넘는 글들을 써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저서를 검색하던 중 철학으로 분류되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색의 결과를 적은 게 아닌 자신의 사색을 위해 썼다는 이 소설은 당연히 독자들의 사색도 불러 일으킬 법 하다.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고 스스로의 생각에 빠지길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이 적어도 나에 한해서는 실현되었다.

 

'다행히도 여러분에게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면 그 생각에 마음껏 빠지시라.

이미 활자화가 된 이 책은 독자 여러분을 기다려주겠지만, 문득 떠오른 그 생각은 애써 붙잡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붙잡으면 나중에는 상상 이상으로 길고 큰 생각으로 자라날 수 있다. 혹시 모른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여러분들이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는 때가 올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주 큰 영광이고 기쁠 것이다.'

 

서문의 말에서 묻어나오는 사려깊음! 글을 쓰고 소통하기를 재미있어하는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저자의 말마따나 내 생각을 붙잡아두려 신나게 기록을 시작한다.


#불확실성을 통한 인식

-교촌 3호 스스로가 물을 먹는다는 걸 인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었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다음번에는 물을 조금 먹게 될지 많이 먹게 될지, 아니면 전혀 못 먹게 될지 모르다 보니 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주식, 부동산, 부업을 전전긍긍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 글에서 물과 모이를 보고 떠올려진 비유 대상은 돈이다. 돈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지출을 인식하고 가계부를 적지.

>감자칼에 손가락 살점이 뜯겨나가고 나서야 엄지손가락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든 없어봐야 그 가치를 더 잘 알게 된다. 불확실성을 통해 존재가치를 더 선명히 확인할 수 있다. 결국은 불확실성에 의해 피어난 '불안'이 준비(예비/대비)를 부른다.

 

#환경과 움직임

-그러니까 수조에 오징어를 넣어서 먼 곳으로 옮길 때도 그냥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수조에 넣으면 오징어가 다 죽어 버린다고. 하지만 수조에 오징어를 잡아먹고 사는 놈을 한 마리 넣어주면 오징어들이 훨씬 오래 살아남지. 살려는 움직임이 살도록 만드는 거야.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정해진 대로만 살게 되면 생명은 오히려 단축되고 만다니까!

>고등어가 떠올랐다. 고등어는 스트레스에 약하고 가만히 있는 걸 못참아(회유성 어종) 운반할 때 다른 활어처럼 네모난 수조가 아닌 원형 수조를 쓰고 물을 한 방향으로 순환시켜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 자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다.

결국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나의 태도. 안팎으로 중요하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생각 없이 그저 상식대로만 산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망과 의지에 따라 사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욕망과 의지에 따라 살게 된다.

 

#인식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오직 자신이 무엇 때문에 자유롭지 않은지를 알 때만이 가능합니다.

>내가 무엇에 사로잡혀있는 지를 모른다면, 자유 또한 말 할 수 없다.

 

#선택

-병아리야, 항상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일인지 생각하고 선택하렴. 선택은 아주 중요한 거니까. 안녕.

 

#고독

-나와 함께 살고 싶다고? 그것이 바로 자네가 나를 떠나야 한느 이유일세. 자네는 아직 공존이라는 게 어떤건지 모르고 있어. 고독하고 싶지 않다면 먼저 고독을 경험해야 한다네.

 

#관계의 거리

-실질적으로 모든 존재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라는 게 있어. 그 거리보다 멀어지면 서운함과 그리움이 생기지만, 그보다 더 가까워지면 두 존재 모두 혹은 둘 중 하나의 존재가 무너지면서 아픔이 생기게 마련이야. 바로 그 아픔이 미움을 만들고 상처를 입히지.

 

-가까운 거리에서 공존하는 일은 자기를 지킬 강한 힘을 필요로 하네.

 

#상처

-자기와 비슷한 닭을 보면 달려들어 꼭 붙들려고 하는 거야. 어떤 때는 아예 거리를 없애려고도 해.

자신도 상대방도 그렇게 가까운 사이로 함께 살기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큰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거나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는 거야. 또 상처는 꼭 상대방으로부터 입는 것도 아니라네. 상대방에게 비춰진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상처를 받아. 반대로 우리에게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우리가 비춰주는 그들 자신의 모습 때문에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 이처럼 사랑은 커다란 힘과 지혜를 요구하는 것일세.

 

#진정한 친구

-진정한 친구는 시간과 거리에 무관하게 만날 수 있다는 거야.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서는 안 돼.

그것을 알고 있는 닭은 결코 완전히 외로워지지 않지.

>이제는 연락을 할 수 없는 그도, 비록 멈춰 있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 존재하며 이따금씩 빛을 내비추는 것처럼.

 

#답은 내 안에

-진정한 답은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일세. 모르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기 안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는 말이야.

 

#진정한 가치

-그럴수록 그는 자유로운 닭들을 위한 땅에서 자신의 자리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빨간 열매도 잔뜩 먹고 싶었습니다. 모든 암탉들이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그런 닭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고 나면 지금 느끼는 두려움과 고독은 깨끗이 사라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운이 더해져 부자가 되더라도, 나만의 가치를 찾지 않으면 두려움과 외로움은 죽을 때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걱정해야 할 것은 많다네. 계속 이기려고 하는 자가 편안한 마음이 되는 때는 절대 오지 않아.

 

#거짓 자유

-그들은 닭장의 닭들을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그리고 확실히 닭장 안에 사는 닭들의 삶은 끔찍한 데가 있지만, 실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들도 그렇게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도 자유롭지 않으면서 남을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딘지 설득력이 없어보였습니다.

 

-귀농은 사냥개와 싸워 이길 만큼 힘이 세거나 빠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나라는 한 마리의 닭만큼은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 있는 닭들은 그저 언젠가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한 할 뿐 달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즐기면서 사는 데 몰두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약해지거나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게 아니면 빨간 열매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살 뿐이다.

 

#깨달음

-나는 닭장 안에는 없는 귀한 지혜를 찾으려 닭장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단순히 닭장 밖에 산다는 것만으로 내가 닭장 안에서의 삶에 대한 대안을 찾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사실 나는 닭장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닭장이라는 세계가 나를 단순히 인간의 먹이라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그 세계를 부정하고 탈출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세계를 부정하는 일과 그 대안이 되는 세계를 창조하거나 찾는 것은 다르다.

 

-나는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어렵게 닭장을 탈출하고서도 다시 닭장 밖이라는 세계가 나를 나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나는 또 다른 닭장에 갇히고 만 셈이다.

 

-결국 자기가 없는 삶이란 그릇에 담긴 물처럼 그릇의 모양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되어지고 마는 삶일 수밖에 없다.

 

>귀농2호가 닭장에서 나오지 않은 채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이 사실을 절대 깨달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생각하고 행동한 뒤 겪은 경험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이다.

 

#철학하는 삶

-나는 나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목표가 없었다. 모처럼 내가 태어난 닭장을 탈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저 먹고 마시고 몸이 편한 것만을 찾는 닭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점점 더 단순해졌고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지 못하게 된 닭, 모든 것이 그저 당연히 주어진 줄 아는 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귀농2호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살아야 하는 곳은 닭장 안도, 닭장 밖도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또다시 나에게 주어진 어떤 세계가 나를 지배하고, 나의 의지와 욕망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의지와 욕망에 따라 삶이 결정되도록 할 뿐이었습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곳은 나 자신이다. 내가 있지 않은 삶은 이렇든 저렇든 결국에는 의미가 없다.

 

-마음 속에 자기만의 세계를 지니고 사는 닭은 닭장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결국 철학하지 않는 삶은 어디에서 살든 가치가 없는 것이다.

 

#본질

-귀농은 다른 닭들을 구하기 위해 황금닭은 기다리지도, 닭춤이 완성되기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냥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었지. 다른 닭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그는 곧장 닭장 근처로 가서 닭들을 구해내거나 길 잃은 닭들을 도와주었을 것이다. 닭이 꼭 동닭이나 서닭이 되어야만 닭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걸까?

 

#지행일치

-그는 자기의 목숨이 천 마리, 만 마리의 목숨만큼이나 가치 있다고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빼빼 마른데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라한 닭, 닭장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귀농2호의 목숨과 바꾸었습니다.

 

#내가 하나라는 착각

-단지 내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내 주변의 환경을 빼놓고 나만 쳐다보아서는 답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당신은 닭이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놓인 닭을 말하는 겁니까? 어디에 어떻게 놓인 닭인가를 빼놓고 그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같은 닭이라도 놓인 상황에 따라 다른 존재가 된다면 어떤 하나의 답이 있을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자기가 누구인지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우리의 주변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예쁘다는 말을 듣는 새는 자신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동물들 사이에 가보기 전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지금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과 완전히 분리된 채 존재하게 되는 일은 없다. ...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사는가를 말하지 않고 닭이란 무엇인가를 물을 수는 없다.

 

#나와 환경

-우리가 스스로 누구인가를 잊어버릴 때 우리는 환경의 노예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우리만을 외치면서 우리만 쳐다볼 때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잊어버린다.

 

#모든 생명은 흐른다

-나는 누구인가라든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은 늘 갖고 있어야 하지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나와 우리는 계속 바뀔 뿐만 아니라 미리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와 만나 바뀌어 가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나와 우리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물론, 발전을 추구한다든가 뭔가를 열심히 한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싫은 것을 없애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더 가지려는 것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잘못은 우리의 진짜 삶이 그런 욕망과 결핍이 충족된 후에야 시작된다고 생각하다는 데 있다.

 

-언제 어디에 어떻게 도달하든 위험과 결핍은 늘 있기 마련이다. 발전에 대한 강박은 지금 갖고 있는 것과 현실을 비하하게 만든다. 우리로 하여금 소중한 것을 잊게 만든다. 소중한 것을 보는 눈이 사라졌는데 과연 진정한 발전이라는 게 가능할까?

 

#수용과 겸손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할 게 있다. 그것은 우리는 언제나 한계를 가진 유한한 존재로 남으리라는 것이다. 언제나 우리의 생각은 부족할 것이고 세상은 우리 생각과는 다를 것이다.

 

-현명하다는 것과 어리석다는 것은 그저 상대적인 말에 지나지 않으며, 또 다른 차원에서 보면 우리는 언제나 어리석은 닭으로 남게 될 뿐이다.

 

-우리는 어리석음과 부족함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어떤 의미에선 바로 그 세상의 어리석음과 부족함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이유이고 우리의 존재 의미다. 자유201호의 부족함이 내 삶에 의미를 주었듯 말이다.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그는 다만 지금의 나로서 그들을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삶은 저절로 펼쳐질 것입니다.

귀농2호는 더 이상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미래는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루하루가 우리를 변하게 하면서 우리는 매일을 다른 나로, 다른 우리로 살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매일매일 해야만 하는 것은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우리는 결국 그날그날의 질문과 정면으로 만나야 한다.




댓글


달려라잼재미님에게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달려라잼재미 독서] 철학을 하지 않는 닭_강국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