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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후기

[히말라야달리] 📕 독서 후기 -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25.08.31

 

 

 

 

📕 독서후기 -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 책 제목 :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 저자 및 출판사 : 김보통 / 문학동네
  • 도서를 읽고 내 점수는? : 6점

     

 

 

✅ 기억에 남는 문장들

 

  • (p30) 대책 같은 건 없었다. 당연했다. 퇴사는 이를테면,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전세는 이미 기울었고, 간신히 버티고만 있을뿐이다. 뒤를 돌아보면 나만 바라보는 가족들이 ‘힘내라!’는 눈빛을 보내며 줄줄이 서 있지만 그런 걸로는 도무지 힘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에선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머지않는 미래에 나는 흡연과 과음, 부족한 수면시간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각종 성인병에 걸린 채 전장에 쓰러질 것이고, 허무할 정도로 금세 잊힐 것이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면, 그래서 진급에 미끄러지지 않고 계속 버틴다면, 같은 소리를 몇 시간씩 혼자 떠들어댄 뒤 비장한 표정으로 잔을 돌리며 “의지를 보여라”라고 말하는 부장이 되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끔찍한 일이었다. 
     
  • (p139) “어때?” “뭐가?” “숨 쉬는 거.” “수족관에서 살다 바다로 나오니 어때? 죽겠지?”
    나는 대답대신 어색하게 웃었다. 아마, 매우 비굴한 웃음이었을 것이다.
    “끝이 어딘지도 모르게 넓고, 바닥이 어디까진지 모르게 깊고, 파도는 계속 몰아쳐오고, 물은 짜고, 시퍼런 바닷물 속엔 상어에 고래에 뭐에 득실득실하고. 바다,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지? 죽겠지?”
    “그래. 죽겠네.”
    친구는 연신 웃고 있었다. 호기롭게 회사는 그만뒀지만 막상 닥친 현실의 막막함이란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바라보던 것과 전혀 다르다. 나는 영락없이 갑자기 바다에 던져져 잔뜩 주눅든 금붕어의 모습이었을 테니. 바다에서만 7년을 살아온 친구가 보기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일 법도 했다. 
     
  • (p174) “탕수육 소자에 짜장면 하나요.” 
    우선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그래야 바닥에 내팽개쳐진 내 존엄을 다시 챙길 수 있을 테니까. 맛있는 것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테니,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하고 싶은 ‘작은 일’을 하면 된다. 어설프게 장사니 사업이니 해보지도 않은 일에 돈을 쓰는 건 그만하고. 그저 내가 있는 곳에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결로니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그것이 결론이었다. 오래간만에 먹는 탕수육 맛은 끝내줬다.
     
  • (p242) 아무리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돈도 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안 좋은 소리까지 듣다보니 그만 때려치울까도 싶었다. 사실 그만둬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같잖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 어차피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내 그림을 좋아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 (p247) 한번 더 시도했지만 여전히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에”까지만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이 이유다. 막상 그리고 있을 때는 잘 알지 못했다.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매일 나는 눈을 뜨면 자리에서 일어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특별히 기교가 느는 것도,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들 했지만, 나는 매일 분명히 누군가에게 남겨지고 있었다. 오로지 그 사람과 나만이 아는 것이지만.

 

 

 

✅ 책을 읽고 알게 된 점 또는 느낀 점

 

  • 이전에 친구가 추천해서 인상깊게 읽었던 ‘아만자’ 책의 저자가 쓴 에세이. 제목이 뭔가 이상?하지만 작가의 필명이 왜 ‘김보통’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대기업에 다니다 불행하다 느끼는 순간에 퇴사후, 새로운 삶을 위해 미친듯이 노력하는 것이 아닌 표류하며 흘러간 여정들. 그리고 마지막이 내가 아는 만화 ‘아만자’를 그리기까지로 이어진다. 이 책의 저자가 느끼는 것만큼 회사 생활이 불행하다 느껴지지는 않지만 예전에 본 미생 드라마도 생각나고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무기력감이 어떤 것일지 가늠이 되어 읽어내려갔다. 이 책을 썼던 당시보다 지금은 더 좋은 결과들이 이어졌는데 저자가 말하는 ‘보통’의 삶에 조금은 더 행복한 일들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나에게 적용할 점

  • 특별히 기교가 느는 것도,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들 했지만, 나는 매일 분명히 누군가에게 남겨지고 있었다. 오로지 그 사람과 나만이 아는 것이지만.

    →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당장 무언가 대단한 성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매일 꾸준히 이어간 행동은 분명히 어딘가에 남아 있다. 그림을 매일 그렸던 작가처럼, 특별히 기교가 늘지도 않고 당장 돈이 되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들은 분명 누군가에게 남아 있었다. 오로지 그 사람과 나만이 아는 작은 기록이었지만, 그것이 곧 삶을 이어가는 힘이 되었고 그 이후의 도약에 큰 발판이 되었다. 지금의 노력이 당장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젠가 분명히 쌓여서 내 길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으며 사소한 것들에,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소홀히 하지 말자. 
     

 


댓글


원더
25. 08. 31. 23:24

희말라야달리님. 좋은 책, 글귀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나쁘지 않는 회사 생활을 했는데 좋은건지 아쉬운건지 모르겠지만 괜찮은 것 같네요. 8월 수고하셨고, 9월 한달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