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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독서 #273]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 마티아스 뇔케

25.09.23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언제부턴가 주제넘게 구는 사람들과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이 연대해 이렇게 외쳤다. “겸손은 무슨, 그냥 내 방식대로 산다!” 과하게 포장된 자랑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고, 무례함이 솔직함으로 둔갑해서 장악하는 세상이 되었다. 쌀 한 톨도 손해 안 보려고 가장 먼저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그런 사람들이 주목받는 세상 말이다.

문제는 이 사고가 영혼 없는 성공지향형 로봇으로 탈바꿈될 때 불거진다. 융통성이 사라진 성공지향형 로봇은 모든 일이 얼마나 멋지게 돌아가고 있으며, 얼마나 환상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는지, 다음에는 어떤 대단한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을 떠돌아야 한다.

그렇다. 성공지향형 사람들은 거창하게 보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이야기에도 그들은 자신의 성공을 떠들어댄다. 그런 과장된 행동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를 보시오. 나는 어마어마한 부자이고 엄청나게 빨리 달리는 차를 몰고 다닙니다”라고 말하는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그건 우리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이 쓴 책에서 이런 약속을 한다. “여러분들은 이 책에서 어떻게 승자에 속할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될 겁니다.”

성공 전파자들이 이용하는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에 속지 말자. 우리 삶은 그렇게 간단한 대립 구도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삶의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모순투성이기도 하며, 그래서 흥미롭다. 무엇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대 포장이 넘치는 세상에서 만족은 금물이다. 처음 성공이란 걸 이루면 스스로 놀랍기도 하고, 승리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진다. 하지만 성공은 그 자리에서 만족하는 법이 없다. 이제 이런 슬로건들이 등장한다.

“계속 노력하라. 끊임없이 배워라. 매일 더 나아가고, 더 성장하고, 또 더 발전해라. 좋은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탁월해야 한다. 최상급이 새로운 기준이며, 세계 최고가 목표다. 우리는 이미 앞서 나가고 있지만, 우리 자신을 앞지르기 위해 더욱 빨리 달려야 한다.”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더 큰 성공을 재촉하고 내모는 것이 새로움에 대한 열린 자세나 혹은 자기 성찰 때문일까? 아니다. 계속 더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이다. 승자의 자세를 계속 취하고 싶은 욕망.

첫째, “그 방법이 정말 성공하게 만들어줘? 그냥 성공했다고 느끼게 해주는 거 아니고?”라는 의심을 종종 산다는 점이다. 그러나 참 모순적이게도, 성공할 수 있다는 그 무해한 행복감을 중심으로 모든 게 돌아간다. “무엇을 하든 오래 지속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권력자들은 자신에게 반박하지 않는 성실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즐긴다. 어떤 일이 실패하기 시작하더라도 그들은 반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모든 일을 ‘성공하는 방법’으로만 접근하는 사람은 그로 인해 인생을 편히 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공 강박을 지닌 사람들과 마음 편히 일상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까? 당신은 그러고 싶은가?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승자의 사다리에 올라타 파티를 여는 인생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기양양함을 뽐내는 그 모든 상황들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이 의지박약하고 미미한 인물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성공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겸손이 아니라 ‘확고한 목표’를 강조할 것이다. 성공이라는 반짝이는 과일들을 어떻게 수확해서 향유할지 생생하게 상상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고는 겸손하게 뒤로 물러나 있지 말고, 어디서든 자신이 얼마나 큰 목표를 가지고 대단한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주입한다.

그건 일종의 전략이기도 한데, 자신에게 거는 주문과도 같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확실히 밝히고 나면, 이를 철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자발적으로 의무를 지는 것이며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란 얘기다. 만일 자신 있게 알린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야말로 끔찍하게 부끄러운 일이 될 테니까.

달성하기 힘든 계획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명예로운 일을 공표하는 것과 같다는 이런 생각은 스스로 뭔가 대단한 일을 이미 해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아직 아무것도 성사시킨 바가 없고, 다만 기분이 좋아졌을 따름인데 말이다.

불행이란 너무 일찍 포기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다. 너무 늦게 포기해도 불행이 발생한다. 이런 일은 결코 드물지 않은데,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얘기한 경우도 그렇다. 어떤 일에 시간과 열정을 많이 투입하면 할수록 그만큼 끝맺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다. 더 이상 계속해 봐도 소용이 없으며 끝내야 한다는 것을 본인이 분명하게 예감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겸손이라는 미덕을 가진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한다. 그들은 거의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목표를 선택한다. 그러고 나서 그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제로 한다

이 점이야말로 겸손한 태도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과 그의 태도에서 겸손함을 읽는 사람을 연결시켜주기 때문이다. 만일 상대가 자신의 성과, 의미, 가치를 낮게 표현하고 있음을 당신이 알아차린다면, 이는 상대뿐 아니라 당신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과, 의미,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즉 본질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남이 정한 경계는 나를 가두지만, 내가 정한 경계는 나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끝이나 한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체성을 세우는 표시다.

내 경계 너머에 있는 것은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내 경계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을 쓴다. 즉,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경계 너머를 위해 나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다. 경계 너머를 바라보며 그 경계를 넘어서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경계를 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능성을 줄이고 제한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힘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그 경계를 직접 세우면, 그 경계로 인해 자유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겸손한 태도는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정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한 경계 안에 서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내면이 강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겸손한 행동으로 등장하지 못한다. 그런 이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고, 자신이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반면 내면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약점과 부족한 점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가감 없이 인정한다.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엄격하기 때문이다.

겸손은 허공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붙인 채 스스로 중심을 잡고 단단히 서 있으려는 노력이다. 겸손은 성공을 큰 소리로 떠들지 않는 것이며 성공에 함몰되는 부류에 속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위에 두드러지게 솟아 있는 것도, 위에 올라서기 위해 두드러지는 것도 좋지 않다.

완벽을 내세우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기쁨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런 겸손한 마음은 ‘나는 운이 좋았고,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나의 성공에 기여한 다른 사람을 존중해 주는 것 말이다. 그렇다. 성공은 혼자의 것이 아니다.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 그게 진짜 성공이다.

‘대단한 일을 해냈음.’

이런 ‘겸손 떠벌리기’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다. 우리 모두에게는 어느 정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뭔가를 해내고,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뭔가에 대해서 모른다는 게 들통나면 상처받고 나약해질 거라고 보통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비밀을 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뭔가를 몰라도 되려면 어마어마한 자신감, 자기 자신을 존경하는 마음과 힘이 필요합니다.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모를 수 있는 것’입니다. 모른다는 것은, 진실과 삶의 현실 앞에 서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뭔가를 알기 때문이 아닙니다. 몰라서 시도하는 것이지요.”

흔히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들 한다. 그건 상대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나의 기대감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만일 지나친 기대감 대신 양보하는 마음에 바탕을 둔다면 실망보다 감사한 일이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상대가 나를 위해 이러저러한 일을 해주기를 기대하지 말자. 그저 상대에게 나를 놀라게 할 기회를 넘겨주자. 그리고 만일 상대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겠냐고 느낀다면, 솔직하고 간단하게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걸로도 충분히 괜찮다.

겸손은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자의식을 가지고 긴장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눈에 띄지 않고 소박하지만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삶, 다른 사람의 기준과 요구에 내 행복을 걸지 않는 삶,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삶 말이다. 이는 자기 자신을 존중할 수 있으냐의 문제며, 내면의 힘과 독립성에 대한 표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내 삶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물론 이 기준도 변하지 않는 건 아니며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당신의 품위를 지켜주는 것은 바로 그 스스로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겸손은 다른 사람들을 내 삶으로 기꺼이 초대하는 것이다. 긴장을 풀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내면을 가진 사람이다. 조용하지만 강인하게 빝나는 당신을 응원한다.

책의 느낌표

"인생은 겸손에 대한 오랜 수업이다."

'겸손' 이라는 단어에 이렇게 깊게 생각해본적이 처음인 것 같다. 동시에 내가 성공지향형 인간이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여러방면에서 기존 사고들을 깨는 책이다.

계속 노력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매일 더 성장하는 삶을 지향하고 발전하는 것이 계속 더 성장하고자 하는 승자의 욕망이라는 부분에도 상당히 느낌표가 찍혔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겸손은 단순히 나를 낮추고 남을 존중하는 태도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사람들은 탄탄한 자의식을 가지고 소박하게 행동하고 남이 정한 경계가 아닌 내가 직접 세운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정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대면이 더욱 깊어지는 것... 

상당히 철학적인 이야기지만 요즘 처럼 성공지향적 이데올로기 사회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북리뷰 #나를소모하지않는현명한태도에관하여 #마티아스뇔케


댓글


마린블루
25. 09. 23. 23:40

저자명부터 멋진 느낌이네여ㅋㅋㅋㅋ 오 역시 성공지향형 케이군님!👍👍 독서도 마이 하시고 성공의 계단을 올라가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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