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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매니아_The ValueMania] 1월 21일, 매일 독서 10분 실천 『돈의 대폭발』

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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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CBDC는 초기 단계다. 세상을 바꿀 힘은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주요 열강 중에서 중국이 CBDC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CBDC에서 관심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중국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이 CBDC에서 혁명을 일으켜 맨 앞에서 달리게 될 경우 서방 국가들의 낭패감은 적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2014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안에 CBDC 연구팀을 만들었따. 2017년 디지털화폐연구소로 확대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일부 시범 도시에서 일반 주민들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eCNY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요 경제 도시를 중심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꾸준히 확대돼 2024년 6월 기준 17개 성省의 26개 도시에서 시범 프로그램 진행중이다.

  모두 1억 8000만 명의 중국인이 디지털 위안화 거래를 위한 개인용 전자지갑을 갖고 있다. 대형 쇼핑몰, 슈퍼마켓, 체인 레스토랑, 자판기 등에서 CBDC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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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와 탈脫달러 전략의 일환으로 CBDC의 가능성을 탐색한다고 봐야 한다. 기존 화폐 체제에서는 달러 헤게모니를 뚫기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중국이 G1으로 올라서 미국을 누르거나, 또는 G2로서 미국과 꾸준히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위상이 높아지고 달러의 힘은 낮아져야 하는 변화가 중국으로서는 절실하다. 그래서 CBDC로 ‘화폐 운동장’이 아예 달라질 경우 달러를 누르거나 적어도 생채기를 낼 수 있는지를 기대하며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미국의 달러의 힘을 잃지 않기 위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핵심 가상화폐와 스테이블 코인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CBDC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만년 2등의 자리에서 벗어나려면 1등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펩시와 코카콜라의 관계가 떠오른다. 지금의 펩시는 ‘만년 2등’에 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기업 전략적인 측면에서 ‘콜라만으로 1등을 하려는 게임’은 그만두고, 더 큰 판에서 이기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1등을 추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싸우는 전장Battlefield를 바꿨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기업 정체성에 있다. 코카콜라는 철저한 ‘음료 전문 기업’이다. 콜라 외에도 스프라이트, 환타, 파워에이드 등 ‘마시는 것’에 집중한다. 펩시(PepsiCo)는 ‘종합 식음료 기업’이다. 펩시에게는 ‘프리토레이(Frito-Lay)-펩시의 자회사-라는 엄청난 무기가 있다. 우리가 아는 나름 유명한 그 과자들이 다 여기 것이다. Lay’s, 도리토스, 치토스 등 유명한 과자들이 다 펩시의 소유다. 그래서 매출만 놓고 보면, 스낵 사업 덕분에 PepsiCo가 코카콜라를 앞서는 경우가 많다. 굳이 콜라 점유율 1위에 목을 매지 않아도 회사는 거대하다. 

 

 

거기에 펩시는 한국 시장에서 나름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바로 ‘제로zero’ 시장이다. 펩시 제로 슈거(라임향)은 한동안 국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고, 편의점 등 일부 매장에서는 코카콜라 제로를 위협하기도 했다. ‘제로 칼로리와 새로운 맛’으로 젊은 층을 잡는 우회적인 전략을 쓴 것이다.

두 회사의 광고를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코카콜라는 클랙식함, 오리지널, 행복, 산타클로스, 북극곰 등 전통적이고 변하지 않는 ‘1등의 가치’를 판매한다면, 펩시는 끊임없이 로고를 바꾸고, 트렌드를 이끄는 kpop스타들과 협업하며 ‘젊음’, ‘에너지’, ‘변화’를 보여준다. 2등이지만 2등이 아닌 모습이다. 

 

2011년 프로레슬링에서도 역사적 사건이 하나 있었다. 흔히들 ‘파이프밤pipebomb’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모는 그 당시 ‘존 시나’라는 전통적인 영웅 캐릭터(코카콜라) 스토리에 지쳐있던 레슬링팬들 앞에 CM Punk라는 매니아층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펩시) 선수가 말빨 하나로(사실 설명이 길어서 ‘말빨’이라는 단어로 퉁치고자 한다.) 레슬링업계의 판도를 흔들어버린 사건이다. 그 프로모 이후로 CM PUNK는 미드카더라고 하기엔 좀 더 위상이 높고, 메인이벤터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한 선수에서 존시나와 어깨를 견줄 만한 선수로 자리잡았다. 티셔츠 등 상품 판매량도 존 시나를 따라잡을 정도로 올라섰다. 존 시나라는 1등을 완벽히 넘어서진 못했지만 펩시 같은 자신만의 수요층이 탄탄한 강한 2등(혹은 1.5인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랬기에 지금도 현역에서 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게 필요한 것은 펩시의 전략(혹은 CM PUNK의 전략)에 가깝다. 그런데 CBDC를 주력으로 삼는 중국의 전략이펩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까? 내 대답은 no다.

 

p.  247

  물론 디지털 위안화는 실물 화폐를 단순히 디지털화한 형태일 뿐이다.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한 가상화폐와 성격이 다르다. 비트코인은 분산형 오픈소스 원장에서 운영되는 반면, 디지털 위안은 폐쇄형 소스 코드가 있는 중앙 집중형 원장에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관리한다. 그냥 쉽게 이야기하면 비트코인은 중앙의 관리자 없이 개방돼 있는 반면,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은행이 운영 방식을 비공개하고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민은행 전산 시스템이 해커에 뚫리기라도 하면 커다란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데이터가 분산된 비트코인보다 보안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면 개인의 거래 정보를 인민은행이 손바락 보듯 들여다볼지도 모른다. 찜찜함을 떨쳐내기 어렵다. 비트코인이 가명 거래를 통해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잇는 것과 달리 디지털 위안은 사용자끼리 거래할 때 개인 식별 코드가 필요하다.

  디지털 위안화는 위안화 실물 화폐와 1 대 1로 연동된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자유로운 거래가 전제돼야 하는데, 여전히 중국은 환율을 통제한다. 자본 이동을 둘러싼 규제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사황에서 위안화 실물 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디지털 위안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내가 집중한 부분은 ‘내 돈의 사용내역을 중앙은행-또는 정부-이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부분’이다. 중국은 ‘통제’의 국가다. 반체제 인사를 가만히 두지 않는 나라다. 내가 만약 중국을 여행하면서 중국에 대해 나쁜 말을 쓴다? 그러면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질 수 있다는 농담이 단순 농담이 아니게 될 수 있다. 내역을 알게 되는 것은 사실 그다지 큰일이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통제다. 내가 내 통장에 있는 돈을 국가의 통제에 의해 못 쓰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것인데 내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CBDC는 2등이 해야 할 전략이라고 보기엔 힘들다. 그저 쪽수로 밀어붙이는 싸움 같은 느낌이랄까. 일단 우리 중국인들이 다 사용하면 니들도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 뭐 별 수 있어?라는 느낌의 배쩨라 식 전략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위안화의 힘이 강해지는 방향이 전혀 아니다. 영화에서 깡패가 골목식당의 사장님에게 자기네들이 파는 ‘냄새나는 물수건’을 사라고 협박하는 꼴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가 CBDC를 손놓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아닐까싶다.

 

p. 249~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CBDC의 숨통을 끊어버리려고 한다. (중략) 

  이건 트럼프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과는 180도 다른 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옳은 판단으로 후일 판가름날지 궁금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 역사의 줄기를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CBDC에 친화적이었다.(중략) CBDC를 둘러싸고 바이든과 트럼프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정반대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CBDC에 대해 과도한 거부감을 표출할까. 명시적으로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에서도 “CBDC를 도입하면 미국인들의 돈을 연방정부가 들여다보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그러나 개인 거래 정보를 보호한다는 취지가 트럼프의 진심이라고 믿기는 어렵다.(중략)따라서 트럼프가 겉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걸 간파해야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 트럼프는 비트코인과 가상화폐를 이용해 미국 정부의 부채를 해결하고 달러 위상을 더 높여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CBDC가 활성화되면 이런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중략) 

  게다가 CBDC는 어디까지나 중앙은행의 힘을 키워준다.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에 반감이 큰 사업가였다.

 

p. 251

  CBDC가 어디까지 진화하는지도 잘 지켜봐야 한다. 시진핑이 디지털 위안화의 영토를 넓히려고 애를 쓰는 것과 트럼프가 스테이블 코인을 띄우고 CBDC를 배척하는 건 그냥 관전만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일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잇는 거대한 ‘돈의 대결’이다.

 

 

새로운 ‘쩐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등과 2등이 다시 한 번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전쟁을 시작했다. 패권을 쥐게 되는 것은 누구일까. 누구보다도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며 ‘통제’ 대신 ‘자유’를 내세우는 트럼프일까, 아니면 누구보다도 ‘돈’을 원하면서 그 속내를 ‘비공개’하며 경제를 ‘통제’하려는 시진핑일까. 이기는 편이 우리편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자유’가 없으면 사실 ‘돈’도 없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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