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한 투자가 엄청난 실패로 돌아왔지만, 뼈아픈 투자 실패를 겪으며 나만의 원칙을 수립할 수 있었다. 해당 원칙을 기반으로 투자를 하고 나서부터는 주식 시장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몇 번 휩쓸려도 걱정이 없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면, 힘든 시기가 오더라도 투자의 바다위에 둥둥 떠다닐 수 있었다.
필자의 첫 번째 저서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이지만, 여기에 잠시 짧게 요약해 본다.
첫 번째 원칙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것을 경제적 해자라고 한다. 워런 버핏이 강조한 '경제적 해자'는 경쟁자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방어벽이 있느냐는 뜻이다.
2006년, 사회초년생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당시 나는 30여 개의 편의점 점포를 관리하며 광고물 설치와 재고를 점검했다.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곳은 어느 외딴 섬의 유일한 편의점이었다.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면 한 달 순이익이 무려 2,000만 원에 육박했다. 젊은 마음에 돈에 눈이 멀어 회사를 관두고 편의점을 차리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했다가, 집안에서 쫓겨날 뻔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1년 뒤, 그 섬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돈이 된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편의점을 세웠고, 독점의 달콤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결국 모든 점주의 수익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달에 수천만원을 벌던 사업에서 한달에 온가족이 매달려서 300만원을 버는 사업으로 변해버렸다. 편의점 사업은 경쟁자가 작은 자본만 있으면 따라할 수 있었기에, 경제적 해자가 너무 낮았던 것이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봐해야 한다. "이 회사의 수익을 보고 덤벼드는 경쟁자들을 막아낼 성벽이 있는가?"
예시를 들어보자면, 철강과 화학 기초소재 관련 사업이 그렇다. 누구나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수익성이 순식간에 악화된다. 비용 절감 외에는 경쟁 수단이 거의 없다.
두번째 원칙은 경영자 혹은 기업 오너가 기업과 관련된 주변 사람들(주주, 지역사회, 직원, 공급자 등)을 사업의 파트너로 대우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기업은 자금이 필요할 때 주식을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는다. 회사채를 발행해서 자금 조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투자자(주주)에게 피해가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제법 알려진 '물적 분할' 통한 자금 조달이다.
회사가 가장 잘나가는 핵심 사업부만 쏙 빼내어 별도로 상장 시키고, 기존 주주들에게는 껍데기만 남겨두는 행태는 평소 기업 CEO 혹은 오너가 주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투자는 기업의 성장에 내 자산을 태우는 '동행'이다. 주주를 그저 자금 조달 창구로만 여기는 CEO 혹은 오너가 있는 곳은 아무리 미래가 촉망 받는 회사 더라도 믿고 거르는 편이다.
세번째는 흐르는 강물 위에서 노를 젓고 있는지 확인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공이라도 가뭄이 들어 바닥이 드러난 강에서는 배를 전진시킬 수 없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의 성장 속도는 투자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우리가 체감하는 취업난도 결국 경제 성장률의 문제다. 1980년대 고성장기에는 대학 문만 나서도 갈 곳이 널려 있었지만, 성장률이 정체된 지금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역성장하는 산업에서 1등 기업을 찾는 것보다, 연간 20~30%씩 커지는 산업에서 평범한 기업을 찾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수익률도 높다. 거대한 시대의 흐름(Tailwind)을 타는 것이 개별 기업의 실력보다 중요할 때가 많다.
그러한 측면에서 요즘 주식시장은 정말 투자할 곳이 많다. 2026년 미국의 7개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하기로 선언한 금액이 한화로 무려 1000조원에 달한다. 1000조원의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갈지 조금만 공부해 보면, 투자할 곳이 눈에 보인다. 종종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는 알았는데, 지금 너무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지금 현재 기준으로 가치평가 지표 (PER, PBR, PSR등)를 보면 비싸 보일 수 있지만,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반영해서 확인해 보면, 아직도 투자할 만한 곳이 많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허한 행보를 통해 아직 주식을 못 산 사람들을 위해 승차할 기회를 준다. 2025년 4월이 그러했고, 2026년에도 한 번 즘은 주식시장에 승차할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네번째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무형자산을 유심히 살펴본다. 일반 재무제표는 숫자로 나타나는 정보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고 월가의 전문가들은 해당 지표를 열심히 분석한다. 반면에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는 유심히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어찌 보면 무형자산이 재무제표가 말해주지 않는 진짜 가치다.
필자가 생각하는 무형자산은 다양하다. 그 기업이 보유한 직원들의 역량,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 정도는 재무제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기업의 흥망성쇠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으려 하는 정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를 투자에 적용해야 한다. 워런 버핏이 젊었던 시절에는 재무제표를 보는 유심히 보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재무제표만 열심히 분석해도 투자할 곳이 많았지만, 현대 투자에서 재무제표는 기본이고 재무제표 바깥에 있는 정보를 어떻게 잘 해석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호감도 역시 재무제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애플은 브랜드 파워 덕분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점유율은 20% 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스마트폰 수익의 대부분을 애플이 독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가져다 주는 무형적 가치 때문에 '애플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한다. 이러한 브랜드 충성도는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이 재무제표 숫자만으로는 온전히 계산해 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비싸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진 기업은 인플레이션 시대에도 가격 결정권을 휘두르며 살아남는다.

다섯번째는 CEO와 기업 문화다. 숫자는 거짓말을 해도 사람은 속이지 못한다. 필자는 투자를 결정할 때 마지막으로 꼭 사람과 문화를 확인한다. 이를 위해 기업 리뷰 사이트를 뒤지거나 CEO의 철학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숫자는 조작될 수 있고 재무제표는 과거의 기록일 뿐이지만, 기업의 문화와 리더의 철학은 조작될 수 없다. 기업도 어찌보면,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미래 성과는 훌륭한 사람과 문화가 결정한다. 돈에 집착하는 CEO는 기업의 단기 실적에는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붕괴 시킨다.
최근의 비극적인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2025년 유나이티드헬스의 주가는 지표상으로 매우 저렴해 보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그 높은 실적 이면에는 가입자들의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악착같이 거부하며 쌓아 올린 탐욕이 있었다. 결국 보험금을 받지 못한 이의 분노가 CEO 피살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 기업 윤리가 결여된 수익, 고객의 눈물을 기반으로 한 성장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대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오래간다.
동반 성장의 예시를 들어보자. 이야기의 시작은 러시아가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러시아는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러시아 경제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던 소니와 파나소닉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손실을 피하고자 서둘러 짐을 쌌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선택은 달랐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라는 철학 아래 러시아 잔류를 결정했다. 삼성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광고비를 늘리고 현지 채용을 유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러시아 예술의 자부심인 볼쇼이 극장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정부 보조금이 끊겨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극장을 위해 삼성이 후원을 지속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이 진심 어린 배려를 잊지 않았다. 볼쇼이 극장은 상업 광고에 극도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으나, 삼성에게 만큼은 '명예 스폰서'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부여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극장 벽면에 삼성의 광고가 걸린 것은 극장 측이 보여준 파격적인 보답이었다.

결국 투자는 세상을 읽는 눈을 기르는 과정이다. 위에 언급된 5가지 원칙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에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로 삼아도 좋다. 자영업을 하던, 프리랜서가 되던, 돈을 쫓기 보다는 지역 사회와 고객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지 고민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반대로 지금 당장의 수익 극대화에 눈이 멀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소비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해서 음식을 만든다면, 단기적으로 수익이 올라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자기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행위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인기🏅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