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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매니아_The ValueMania] 1월 23일, 매일 독서 10분 실천 『돈의 대폭발』

26.01.23

p. 264

  거품 경제가 터진 이후에도 일본은 강국으로서 면모를 잃지는 않았다. 막대한 대외 자산이 버팀목이었고, 엔화의 힘이 뒷받침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서는 다르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시대만큼의 위상도 유지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2020년대에 늪에 빠진 정도가 더 심각해진 건 세계 경제의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엔화의 추락이다. 일본 경제가 근년에 힘이 빠지는 속도가 빨라진 건 남의 일이라고 하기 어렵다. 근년에 일본 경제를 둘러싼 변화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p. 266

  그래서 이젠 일본 정부가 정말로 빚을 컨트롤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중략) 국채 금리가 올라간다는 건 일본 국채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니 빚더미가 쌓이는 속도가 올라가고 그러다 보니 재정 압박 강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2010년대 이전과 비교해 훨씬 심각해졌다.

  결국 일본의 상징이자 자존심인 엔화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 원래 엔화는 2010년대까지는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의외의 강세를 보였다. 국제 사회가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대외 순자산 세계 1위 국가라 해외에 투자해 놓은 자산이 많은 데다, 수출 대국이라는 점을 높게 샀다. 그래서 엄청난 빚더미 나라의 화폐인데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 엔화 가치가 오르는 역설을 낳곤 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달라졌다. 미국의 경제 헤게모니가 훨씬 강해졌다. 달러 위상이 높아진 만큼 엔화는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중략) 무역흑자 국가이고 수출 대국이라는 이미지가 산산조각나면서 엔화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p. 268~

  구조적인 엔저 국면을 맞아 일본인들의 삶의 질은 더 떨어졌다. 일본은 섬나라 특성상 에너지의 94%, 식료품의 63%를 수입에 의존한다. 원래도 에너지 수입이 많았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화석 연료 발전을 급격히 늘린 여파가 작지 않다. 따라서 엔화 가치 하락으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체감 물가가 확 뛰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생활고가 격심하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무적 정당인 집권 자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위세가 쪼그라드는 이유의 핵심이 바로 위력을 잃은 엔화 탓에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이 버텨온 힘이 정말로 바닥 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4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입은 건 구조적으로 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니나 도시바를 비롯해 세계를 호령하던 거대 기술 기업들이 헤게모니를 잃었다. 

 

p. 271

  그나마 일본을 지탱해 주는 건 막대한 해외 투자 배당금이다. 상품과 서비스 교역만 계산하는 무역수지에서는 적자 행진을 기록하고 있지만, 돈의 흐름까지 얹어 더 넓은 범위로 계산하는 경상수지로는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해외에 투자한 자산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배당금과 채권 이자가 일본을 떠받친다.(중략) 주로 달러로 받는 배당금은 엔저 덕에 엔화로 바꿨을 때 더 큰 액수가 된다. 이게 그나마 오아시스다.(중략)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근년에 자꾸만 뒤로 가는 것 같은 일본은 한국의 미래일 수도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일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며 재밌다고 느낄 뿐 일본의 경제상황까지 알려고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은 어쩌면 꽤 큰 어려움에 빠졌고, 점점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보다 카드나 모바일 페이를 사용하는 비율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관공서도 많다고 알고 있고, 변화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나라라기보다는 ‘그냥 뭔가 고풍스러운 애니메이션 느낌의 나라’라는 느낌이다. (나에게는..)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이노가시라 고로는 최근에 나온 영화에서까지도 폴더폰을 쓰는 모습이 나온다. 이제까지의 시리즈를 보면 결제할 때 동전지갑까지 들고 다니면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면도 일부러 보여준다. 캐릭터 설정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지금 시대에 터치방식이 아닌 버튼이 있는 폴더폰이라니. 동전으로 거스름돈이라니.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물론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 주인공을 통해 레트로 감성을 느끼고, 일본 특유의 감성에 젖어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와 현재 일본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려고 한다기보다는 익숙함을 내려놓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에너지와 식료품을 해외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 부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쌀’ 이외의 식료품은 자급률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우리는 방어막 없이 물가 폭등을 맞이하게 된다. 식량을 손에 쥐고 있는 나라가 그것을 무기로 삼으면,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서 늘 불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식량 안보의 위협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일본도 일본이지만 우리나라도 많이 위험하다.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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