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나는 아마도 매일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
그 시절에는
그게 꽤나 그럴듯한 미래처럼 느껴졌다.
중학생이던 나는
친구와 함께 한솥도시락에서
치킨도시락 하나를 사서
공터에 쪼그려 앉아 나눠 먹곤 했다.
바람이 불었고,
도시락은 생각보다 빨리 식었지만
그때의 우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배가 조금 더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스무 살이 되었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처음으로
‘내 돈’을 벌게 되었다.
그때 우리는
무한리필 고깃집에 갔다.
1인당 만오천 원쯤 했던 것 같다.
우리는 거의 싸우듯이 고기를 먹었다.
배가 불러서 젓가락을 내려놓으려 하면
친구는 말했다.
“나약해 빠졌다.
내일 후회할 거다. 하나라도 더 먹어라.”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우스운 장면이다.
그때의 우리는 배부름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1인분에 만오천 원짜리 고기를
아무 생각 없이 주문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먹었던 고기가
지금 먹는 고기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난다.
맛 때문은 아니었다.
분명 더 질겼고, 더 맛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은 과하게 들떴던 마음,
그리고 ‘우리가 해냈다’는 감정은
지금보다 훨씬 또렷하게 남아 있다.
나는 그때부터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
그냥 좋은것을 먹는것이
생각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했던 상태에서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미묘한 성취감이
훨씬 길게 남는다.
도시락 하나를 나눠 먹던 시절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처음으로 고기를 마음껏 먹었던 그 순간까지.
그 사이의 간격,
그 사이의 노력,
그 사이의 시간이
나에게는 더 큰 의미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순자산이 10억을 넘었을 때,
생각보다 담담했다.
기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했던 만큼 크지는 않았다.
오히려 떠오른 것은
함께했던 사람들,
쉽지 않았던 결정들,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도
결국 실행했던 순간들이었다.
결과는 언제나 짧다.
하지만 과정은 길고,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우리 안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말하고 싶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나를 바꾸는 것은 과정이라고.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과해냈다는
조용한 만족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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