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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자] 스토너 독서후기

26.06.03 (수정됨)

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 독서후기

 

 

『스토너』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딱히 소망하지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로 대학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영문학이라는 가슴 뛰는 일을 만나 교수가 되고 사랑에 빠진 상대와 결혼도 하지만, 특별히 뛰어난 교수가 되지는 못했고 행복한 결혼생활도 하지 못했다.

딸을 하나 얻어 딸을 사랑했으나 딸이 커가면서 사이를 가로막히고 결국엔 딸이 불행한 길을 가는 것을 지켜보고,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새로운 사랑도 하지만 그 역시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되고 남은 삶을 조용히 살아가다가 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것이 이 책의 전체 내용이다.

 

이렇게만 보면 스토너의 인생은 굉장히 불행해 보인다. 삶을 살아오면서 원하지 않은 크고 작은 불행들이 찾아 왔는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이 결정되기도 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선택했던 것이 불행을 몰고 오기도 했으며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불행한 결혼생활, 사랑하는 딸의 안타까운 삶, 눈에 띄는 업적이 없는 교수로서의 삶. 어찌보면 성취한 것이 미약해보이기도 하고 마지막 순간에 가진 것 없이 떠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스토너는 불행처럼 보이는 이런 일들을 전부 묵묵히 수용한다. 때로는 그 안에서 행복이나 열정을 쏟을 것들을 찾아내어 행복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무채색인 듯한 그의 삶에 수 많은 열정이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이라는 열정을 심어주는 학문을 만나 몰두할 수 있었고, 평생 기억하는 두 명의 친구를 만났으며, 교육자의 길을 걸으면서 가르침에서 열정과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비록 아름다운 결혼 생활은 아니었지만 아내를 사랑한 순간이 있었으며, 그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기르며 행복을 느꼈고, 주변의 비난은 받았을지언정 누군가와 진정한 사랑을 하며 안정과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이별 후에 삶에 대한 의지가 많이 사라졌을 때도 자기가 처한 부당한 상황에 소소하게 부딪히며 원하는 바(상위 클래스의 시간표)를 쟁취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봤을 때 불행한 삶, 어쩌면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삶이었지만 그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그 안에서 열정과 행복을 찾아내는 스토너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내내 불행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사실 그 안에서 얼마든지 열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비록 그것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반면, 스토너를 보며 반면교사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스토너는 대체로 자기 삶조차 한 발자국 밖에서 지켜보는 듯한 관조적인 사람이었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부당한 일들을 다 수용해 왔는데, 딸의 일에 대해서도 그랬다.

어느정도 자랄 때까지 도맡아 기르면서 사랑했던 딸과의 시간을 아내에게 방해 받으면서 딸과 멀어지게 되는데, 이 일이 딸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스토너는 이를 알면서도 그저 방관했다.

이런 자세는 본인 스스로나 부부 관계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그의 딸이 우울한 삶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왜 싸우지 않는가? 정말 딸을 사랑했다면 아내와 맞서 싸웠어야 한다. 사실 부부 관계에 대해서도 그랬다고 생각한다. 한 번 쯤은 아내와 맞서 싸우며 감정을 나누는 것이 아내 이디스에게도 필요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서로 정말 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가족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스토너의 회피적인 모습에서 내가 보였기에 더 마음이 좋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부딪혀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

나의 삶에 내가 진실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행복이란 무엇일까. 지난 달 내내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것을 또 다시 고민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고, 또 묘하게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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