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바라던 첫 투자를 마쳤는데, 왜 자꾸 마음이 텅 비었을까요
최근 저희 반독모에서 투자 이후 찾아오는 무기력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 역시 1호기를 하면서 크게 겪었던 감정이라, 저와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계실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그때의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첫 투자, 결코 쉽지 않았던 과정
1호기를 하는 과정에서 저는 실패부터 경험했습니다. 투자금을 잃으면서, 결국 소액으로 지방 투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죠. 첫 실전반 말미에 튜터님께 "다음 지역으로 가보겠습니다" 말씀드리고, 그 달은 임장만, 다음 달은 매임만 계속했습니다.
소액으로 투자해야 했기에 상황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전세 갭이 좁혀졌다 싶으면 매매가가 금세 올라버렸고, 제가 보고 있던 지방 앞마당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투자는 자꾸 멀어졌습니다. 결국 다음 지역으로, 또 다음 지역으로 계속 뛰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르기 위해 최대한 돈을 아끼고 더 모아야 했고, 한 달은 꾸준히 하던 운동조차 멈추고 홈트레이닝으로 버텼습니다. 대망의 잔금일, 등기까지 마치고 곧장 출근해서 무사히 하루를 넘긴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계약 후 찾아온 낯선 감정, 그 이름은 "완주 후유증"
투자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무력감이 동시에 몰려왔습니다.
먼저 투자를 마친 동료들이 몸이 아프거나 "이제 좀 쉬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실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늘 뒤돌아보지 않고 쉼 없이 달려왔고, 마음이 힘든 동료들에게 오히려 에너지를 나눠주며 "그래도 해보자"고 말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1호기를 마치고 나니, 저 자신이 급격히 느슨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갑자기 전임하려니 너무 부대꼈습니다. 임장을 다니며, 한 달은 전임을 아예 하지 않은 채로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나중에야 이 감정이 ‘1호기 블루’라고 불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오히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실 겁니다. 목표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온 사람일수록, 그 목표에 도착한 순간 오히려 크게 흔들립니다. 저는 이 감정이 마치“완주 후유증”과 같아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어디에 나오는 용어 아닙니다 ㅋ). 하나의 목표만 보고 쉼 없이 달리다가, 마침내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오히려 마음에 공허함과 부대낌이 찾아오는 증상. 그게 '완주 후유증=1호기 블루’였습니다.
혹시 지금 이 감정을 겪고 계신다면, 먼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의지가 약해서도, 열정이 식어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만큼 온 힘을 다해 완주했다는 증거입니다. 저 역시 그랬고, 먼저 투자한 동료들도 다들 겪었던 과정이었습니다. 증상에 이름을 붙이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왜 나만 이럴까"가 아니라 "이제 뭘 해야 할까"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완주 후유증, 이렇게 극복했습니다
1. 기초반에서 조장을 맡아, 다시 초심으로 느슨해지지 않으려고, 지방투자기초반에서 입문하시는 분들을 돕는 조장 역할을 자원했습니다. 미숙했지만 동료분들과 임장하며 제가 가진 걸 쏟아냈고, 토요일 아침 임장지에서 마지막 오프 모임까지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 느슨해지려는 낌새가 보일 때, 쉬는 것도 방법이지만 저에게는 "누군가를 돕는 역할"이 다시 엔진을 돌리는 스위치였습니다. 나에게 맞는 스위치가 무엇인지 한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2. 전임 대신 매임으로, 방법을 바꿨습니다 전임에 대한 마음의 허들이 컸습니다. 그래서 매임할 단지를 차근히 추리고, 현장에서 사장님을 직접 뵈며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전화보다 현장에서 직접 뵙는 편이 오히려 제 마음이 더 편했습니다. 사실 저는 전임보다 매임을 선호하는 사람이더라고요.
→ 정석이라고 알려진 방법이 나와 안 맞을 때는, 억지로 버티기보다 내게 맞는 방식으로 바꿔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임장을 계속 이어가는 것" 그 자체였습니다.
3. 조장 MVP, 뜻밖의 동기부여 첫 조장 활동에서 운 좋게 MVP를 받았습니다. 이 경험이 큰 동기부여가 되어 열반실전반에 도전했고, 그 전달부터 시세트레킹과 경제공부 같은 루틴을 스케줄에 촘촘히 채워 넣어 스스로를 더 바쁘게 만들었습니다.
→ 큰 목표(다음 투자 등) 앞에서 막막할 땐, 작은 역할 하나를 잘 해내는 경험이 다음 목표로 갈 힘을 만들어 줍니다.
4. 동료를 레버리지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동료들, 특히 열정 넘치는 동료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함께 조장에 지원하고 같은 강의를 들었습니다. 서로의 활동을 독려하고 자극을 주고받으며 동기부여를 얻었습니다.
→ 주변에 열심히 하는 동료가 있다면, 꼭 그 동료를 레버리지해보세요. 정말 큰 자극이 됩니다. 투자는 결국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5. 독서로 마음의 공허함을 채웠습니다 한 달 정도는 독서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 독서가 쉽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내려놓고 지난 시간을 복기하며 읽다 보니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을 관통했습니다. 저자들의 한마디를 새기고 싶어 노트에 적어가며 정독했고, 그제야 독서가 왜 중요한지 이해가 됐습니다.
→ 마음이 공허할 때 무작정 다시 뛰기보다, 잠깐 멈춰 채우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독서는 저에게 그 채움의 시간이었습니다.
6. 그럼에도 강의는 계속 들었습니다 "기초 강의를 굳이 또 들을 필요가 있을까" 싶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계속 변하고, 저는 아직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씹어먹듯 듣고, 나아가 그 내용을 제가 직접 설명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반복해서 익히자는 마음으로 수강했습니다.(여전히 아직도 멀었지만 그런 마음으로 해보는겁니다 ㅋ) 멘토님, 튜터님만큼 설명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감정이 흔들려도 시장 감각까지 놓지는 않으려 했습니다. 마음은 잠시 쉬어가도, 공부의 끈은 최소한으로라도 이어가는 게 다시 일어서는 시간을 줄여줬습니다.
돌아보며 느낀 것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동료들 덕분이었습니다. 월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변과 소통을 끊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투자 공부만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습니다. 오래 투자하려면 주변을 잘 돌보고 가족과도 자주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땐 투자 공부가 벼슬이라도 되는 양 불도저처럼 달리기만 했더군요.
1호기를 겪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오래 투자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을 앞으로도 수없이 거치게 될 테고, 상승장에서든 하락장에서든 숱한 일을 겪게 될 것입니다. 완주 후유증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안에서 목표만 중시하는 삶이 아니라, 과정에서 성장하는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지치지 않기 위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 그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지금 완주 후유증 한가운데 계신다면, 아래 중 하나라도 오늘 시도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완전히 쉬거나, 완전히 달리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어도 됩니다. 저처럼 방법을 바꿔서(전임→매임) 부담을 줄이는 것도, 최소한만 이어가는 것도 다 괜찮은 선택입니다.
- 작은 역할 하나를 맡아보세요. 조장, 스터디 리더, 과제팀장처럼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이 다시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 혼자 버티지 말고, 열심히 하는 동료를 붙잡으세요. 같은 강의를 듣고, 서로의 진행 상황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됩니다.
- 공부의 끈만은 놓지 마세요.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임장 대신 강의 복습이나 시세트레킹처럼 가벼운 루틴으로 감각을 유지해보세요.
혹시 투자 이후 완주 후유증을 겪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계속 흔들리고 다시 중심을 잡으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오래오래 함께 투자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