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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새벽 4시에 출발했는데 오후 2시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티맵 화면에서 부동산 실패의 이유를 봤습니다

19시간 전

이번 추석에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새벽에 출발할까. 오전에 출발할까. 그냥 오후에 출발할까.

명절마다 반복되는 이 고민 앞에서, 저는 2024년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해 저는 눈치싸움에서 완벽하게 졌습니다.

 

 

새벽 4시에 출발했는데, 오후 2시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저는 새벽 4시에 차를 몰고 나섰습니다.

계산은 완벽했습니다. 이 시간이면 도로가 비어 있습니다. 

아이도 자고 있으니 조용합니다. 점심 전에 부산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인사를 드리면 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0시간이 걸렸습니다.

도착 시각은 오후 2시였습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오후 2시에 도착한 겁니다.

 

문제는 저만 똑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새벽에 나가면 안 막히겠지." 이 결론에 도달한 운전자가 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새벽 4시는, 저와 똑같이 계산한 수만 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러시아워였습니다.

 

 

티맵이 알려준 '빠른 길'이, 실시간으로 막히는 길이 됐습니다

그날 제가 한 두 번째 판단은 더 정교했습니다.

티맵을 켰습니다. 실시간 안내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하면 국도로 빠졌습니다. 

국도가 막힌다고 하면 논길 옆 좁은 도로로 들어갔습니다.

화면에는 계속 '더 빠른 경로'가 떴습니다. 저는 성실하게 그 화면을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논길에 들어서자 앞차가 있었습니다. 그 앞차 앞에도 차가 있었습니다.

그 좁은 시골길이 막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해했습니다. 앞차도 티맵을 켜고 있었습니다. 뒤차도 티맵을 켜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같은 서버가, 같은 계산으로, 같은 길을 추천하고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안내되는 '가장 빠른 길'은, 안내되는 순간 실시간으로 막히는 길이 됐습니다.

 

이건 저만 겪은 일이 아닙니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차량이 한곳으로 몰려 오히려 더 막힌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습니다.

출발 시간의 눈치싸움도 실패했습니다. 지름길을 따라가려던 시도도 실패했습니다.

 

두 번의 실패는 서로 다른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같은 구조의 실수였습니다.

 

 

지름길은, 알려지는 순간 지름길이 아닙니다

이 구조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정보는, 모두가 보는 순간 그 가치를 잃습니다.

 

새벽 4시가 한산하다는 정보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정보가 수만 명에게 공유되기 전까지만 사실이었습니다.

 

논길이 비어 있다는 정보도 사실이었습니다. 

그 정보가 앱 화면에 뜨기 전까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정보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유통기한은, 정보가 공개되는 순간 끝납니다.

 

 

이번 추선연휴 귀성길에는 눈치싸움을 포기했습니다

이번에 내려가는 길에서 저는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예측을 포기했습니다.

'추석 전날 오전은 막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느지막이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를 더 했습니다. 경로를 고속도로로 고정했습니다. 

시골길로 안내하지 않도록 설정을 바꿔놓은 겁니다.

6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걸린 수준이었습니다. 10시간이 6시간이 됐습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제가 판단을 더 잘한 게 아닙니다. 

다들 이미 고생을 했거나, 일찍 출발했거나, 그날의 흐름이 그랬을 겁니다.

 

제가 한 것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남들의 선택을 예측하려는 시도를 그만뒀습니다. 

둘째, 실시간 정보를 따라 경로를 계속 바꾸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던 손을 놓고, 통제할 수 있는 것 하나만 정해둔 겁니다.

 

 

부동산에도 티맵이 있습니다

명절 도로 이야기로 끝난다면 그냥 재밌는 에피소드입니다.

문제는 돈이 가장 많이 오가는 자리에서 정확히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는 티맵이 여러 개 있습니다.

실거래가 앱의 상승률 알림. 

'다음은 여기다'라고 알려주는 유튜브 임장 영상. 

단톡방에 도는 급지표. 

어제 신고가가 찍혔다는 캡처 화면.

이 정보들은 대부분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미 늦었습니다.

 

제가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본 실패가 이 지점에서 나왔습니다.

 

첫 번째 실패는 출발 시간 눈치싸움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늦었으니까 조금 기다리자." 

"다들 관망한다니까 지금이 기회다."

2021년에는 모두가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산다"고 했습니다. 

2022년 말에는 모두가 "이제 끝났다"고 했습니다. 

2023년 봄에는 "지금 사면 바보"라는 말이 시장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핵심 입지가 다시 움직였습니다.

모두가 같은 시각을 노리면, 그 시각은 이미 한산한 시각이 아닙니다.

 

두 번째 실패는 지름길 추종입니다.

이게 더 무섭습니다.

대출 규제와 한도가 바뀌면, 그 한도에 맞는 가격대의 단지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립니다. 

같은 조건, 같은 한도, 같은 계산기를 든 수만 명이 같은 가격대를 동시에 두드립니다.

각자는 완벽하게 합리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그 합리성이 한 방향으로 모이자, 그 가격대만 유독 비싸졌습니다.

 

논길에서 앞차 뒤에 서 있던 그 장면과 같습니다.

 

 

이 구조가 만드는 3가지 함정

함정 1. "이건 나만 알아"

제가 검색해서 찾은 정보는, 남도 검색해서 찾습니다. 

제가 본 영상은, 남도 봅니다.

투자에 관심 없던 옆자리 동료가 그 호재를 알고 있다면, 그 호재는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습니다.

'나만 안다'는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갚는 가정입니다.

 

함정 2. "실시간이니까 더 정확하다"

실시간 정보는 정확합니다. 

다만 그 정확함은 나에게만 주어진 게 아닙니다.

정보가 빠를수록, 그 정보를 본 사람들의 반응도 빠릅니다. 

정보의 속도가 곧 반영의 속도입니다.

 

함정 3. "경로를 계속 바꾸는 게 최적화다"

이게 가장 흔한 실패입니다.

여기가 오른다니 여기를 보고, 저기가 눌렸다니 저기를 봅니다. 

6개월마다 기준이 바뀝니다.

10시간 걸린 그날, 저는 가장 부지런히 경로를 바꿨습니다. 

5시간 걸린 날, 저는 경로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3가지를 고정해뒀습니다

이 구조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영향을 줄이는 방향은 있습니다.

 

저는 이걸 세 가지로 고정해두고 씁니다.

 

하나. 화면이 아니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내비를 끄라는 말이 아닙니다. 

목적지와 경로 원칙을 내가 먼저 정해두라는 말입니다.

 

저는 그 원칙을 가저환수원리 여섯 가지로 씁니다. 

가치, 저평가, 환금성, 수익성, 원금보존, 리스크.

시장 분위기가 바뀌어도 이 여섯 개는 바뀌지 않습니다. 

바뀌지 않는 기준이 있으면, 화면이 흔들려도 손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둘. 지름길보다 고속도로를 택합니다.

단기간에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지름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지름길은 이미 알려진 길입니다.

고속도로는 남들이 다 아는 길이라 지루합니다. 대신 갑자기 끊기지 않습니다.

 

부동산에서 고속도로는 결국 입지입니다. 

사고 나서 파는 게 아니라, 사고 나서 오래 들고 갈 수 있는 자산인지를 먼저 봅니다.

 

셋. 나갈 때 살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논길은 들어갈 때는 들어갑니다. 문제는 그 길에서 빠져나올 때입니다.

부동산도 같습니다. 

매수 경쟁이 치열한 것과, 매도 시점에 사줄 사람이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가저환수원리에서 환금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환금성은 "잘 팔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모두가 동시에 빠져나가야 하는 순간에도 사줄 사람이 남아 있다"는 보험입니다.

 

 

다음 명절, 저는 몇 시에 출발할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하나는 정해뒀습니다. 출발 시간을 맞히려고 애쓰지 않을 겁니다.

대신 경로 원칙을 미리 고정해두고, 늦어지면 늦어지는 대로 갈 겁니다.

 

시장을 보는 눈도 같습니다.

"이제 들어갈 때가 아니다"라는 말이 들리는 지역이 있습니다. 

"여기는 무조건 더 간다"는 말이 들리는 지역도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모두 의심합니다. 

모두가 같은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말이 이미 가격에 들어갔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시장이 무너질 때가 아닙니다. 

내 화면에 뜬 '가장 빠른 길'을, 나만 보고 있다고 확신할 때입니다.

명절 도로에서 10시간을 보내며 저는 이 하나를 배웠습니다.

지름길을 찾는 능력보다, 바뀌지 않는 경로 원칙을 가진 사람이 결국 먼저 도착한다는 것.

 

여러분은 이번 명절, 몇 시에 출발하셨나요. 

그리고 그 판단은 정말 여러분만의 것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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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해보이
전문 분야내집마련 · 부동산투자 · 지역분석달성 인증30억경력10년 차 아파트 실전 투자자 (누적 매수 20건+, 매매·임대 계약 1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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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무지개베이글
19시간 전

저는 지금 연휴를 끝내고 5시에 부산에서 출발해서 가고 있습니다. 귀성길을 이렇게 부동산과 연결해서 말씀해주시다니!! 더 쏙쏙 이해가 되네요. 가저환수원리!!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메아쿨파
18시간 전

바뀌지 않는 경로 원칙... 감사합니다.

베르뜨
18시간 전

살아가는 모든 것에 필요한 원칙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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