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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1.
투자를 하면서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일은 초보자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투자를 시작할 때 인터넷을 통해 고수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분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게, 그분들의 한 마디가 내겐 주옥 같고 큰 도움이 되었지만, 당시에 나는 그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좋은 분들이 곁에 있지만 아직 그분들의 시간만 빼앗을 뿐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부가 아닌 이상 비즈니스 관계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다른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2년 동안 책을 읽으며, 또한 현장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3년째 천운으로 정말 멋진 투자자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2년 동안 쌓은 발품과 투자 경험으로 그분들께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었고, 그분들과 약 2년 남짓 함께 투자하면서 책과 강의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실전 투자 노하우를 접하게 되었다. 그분들과 함께 하면서 도움만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생각했다. 또한 그분들께 도움을 드리게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했다. 만약 어느 지역에 임장을 간다면 그 지역에 전화로 이미 시세 조사를 끝내었고, 그 지역 부동산에 이미 전화를 다 돌려 브리핑 받을 수 있는 부동산까지 미리 선정을 다 해놓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한발 앞서 문을 두드렸다. 내 입장에서는 실력이 안되니 그들을 대신해 현장에 임하며 수고로움을 덜어준 것이다.
# 현장 조사
이분들과 함께 인천시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을 조사하게 되었다. 약 90세대의 상가 및 오피스텔이었는데, 당시 소유권 말소에 관한 예고 등기가 있는 상태였고, 건물을 지은 유치권자들이 점유한 상태였기 때문에 좋은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49%까지 유찰된 상태였다. 당시 현장에는 유치권자들이 일부 점유한 상태였다. 입구에 락카로 칠해진 예쁜(?) 해골 표시가 내게 구미를 당기며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들었다. 당시 유치권자들은 건물을 경매로 넘겨 부채를 탕감하고 저가에 본인들이 낙찰 받으려는 생각이었다. 나의 역할은 현장에 유치권자들이 점유한 세대와 임차인이 점유한 세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 물건이 진행될 당시 직장이 천안이었다. 퇴근하자마자 부리나케 터미널로 가서 인천 현장에 도착하면 7시 30분쯤 되었다. 식당에서 밥을 억지로 구겨 넣으면서 다른 분들과 전략을 짜는 미팅을 했다. 상가까지 90세대였는데 그 중에 80세대의 점유자들을 만났다. 일주일에 3~4개씩 총 6개월 동안 한 건물만 올인했다. 한 개 물건에 약 60번의 임장을 간 것이다. 함께 한 경매 고수분들께 폐를 끼치기 싫었기 때문에 이미 올라오기 전부터 점유자를 만날 때 어떻게 대할지 시나리오를 미리 정해놓았다. 임차인일 때, 소유자일 때, 그리고 유치권자일 때 등, 다행히 모두 그 시나리오 안에 있었기에 큰 무리 없이 임장했다. 그리고 임차인들도 경매 진행 상태가 궁금했는지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처음보다 경험이 쌓일수록 임차인들과 대화는 편해졌다.
“딩동”
"누구세요?"
“OOO씨죠? 경매 진행 때문에 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 경우,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 한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라며 문을 연다.
일단 문이 열리면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은 채, 재빨리 한 손으로 문을 잡거나 발을 슬며시 문 안쪽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물론 점유자들이 느끼지 못하도록 자연스러워야 한다. 잘못하면 임차인들에게 위협감을 줄 수도 있다.
“여기 전입 세대 열람에 선생님 이름이 있으셔서요.”
“혹시 임차인이세요?”
“네.”
“그럼 ㅁㅁㅁ씨(소유자)와 계약한 게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이렇게까지 나오면 거의 게임 끝인거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도움만 받고 끝낼 수는 없는 것이다. 문을 열어줬을 때는 상대방도 무엇인가 도움을 받고 싶어서 열어줬을 것이다. 그래서 임차인 입장에서 앞으로 경매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배당 신고는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만약 경매로 다른 사람이 낙찰 받는다면 도움을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늦게 찾아간다면 점유자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10시까지밖에 조사를 할 수 없었다. 집에 12시 경에 도착했을 때, 항상 조사가 끝나면 녹취한 음성을 다시 들어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을 때의 상대방 반응을 들으면서 잘못된 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고, 향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 지를 점차 손보게 되었다. 그리고 임장 후 새벽까지 보고서를 만들어 다른 분들께 보내었다. 이런 노력으로 그들이 내어준 조언에 보답할 수 있었다. 당시 내게는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에 함께 한 다른 분들의 시간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 수익률 분석
이 물건의 수익률은 9.2%이다. 이 물건은 그동안 내 투자 기준에 따르면 투자해서는 안되는 물건이었다. 결과적으로도 내가 지금까지 투자한 수십 개의 물건 가운데 수익률이 좋지 않은 투자 물건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물건을 투자한 이유는 이 물건을 진행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항상 우리 앞에 놓여진 문제는 장점과 단점이 혼재해서 온다. 만약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면, 일단 경험해 보아야 한다. 이 물건을 투자하면서 얻은 수익은 적었지만, 이 물건을 통해 특수 물건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그 경험은 투자하면서 다른 물건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이 물건의 전세가가 약 5000만원이었고, 잃지 않는 투자이기에 입찰하기로 결심했다.
# 입찰과 낙찰
이 물건은 한 개 층씩 총 여러 번에 나뉘어 경매가 진행되었다. 일단 이 물건을 진행하면서 물건 조사에는 제일 앞서서 나섰지만 입찰은 제일 마지막으로 선택했다. 그 이유는 지금 투자하는 분들과 계속하여 함께 투자하고 싶었는데, 내 욕심을 채우기보다 그분들께 수익을 드리는 게 더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제일 좋은 물건을 내가 들어갔다면, 고수들은 더 이상 나와 작업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분들이 나눠준 노하우를 생각하여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투자를 하면서 좋은 지인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투자는 혼자할 때 빨리 나가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익보다 관계를 이루어 갈 신뢰를 쌓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명도
사실 명도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방의 수준이다.
이 사건의 점유자 대부분을 직접 만나보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명도는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내 수준을 모르지만 나는 이미 그들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낙찰 받은 물건의 명도는 내용 증명 한 장으로 쉽게 끝났다. 최소한(?)의 이사비를 지급하는 수준에서 쉽게 명도를 끝냈고, 재빨리 임대를 놓았다.
그러던 와중 지인분과 대화하던 중 그분의 임차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용 증명도 반송되었고, 찾아가서 연락처를 남겨두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확인해보니 내가 직접 만난 점유자였고, 전화번호도 내게 있었다. 그 점유자는 젊은 친구였는데 현장에서 보았을 때는 속 썩일 친구는 아니었다. 그래서 깨톡(?)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OOO 오피스텔 80X호 사시는 A씨 아니신가요?”
깨톡의 수신 확인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저녁에 깨톡이 울린다. 그 친구임을 직감했다.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오피스텔 안에서 경매 진행되는 것을 상담해드린 너바나입니다.”
“아, 왜 그러시죠?”
“다름 아니라 옆에 호수 임차인이 제게 전화를 걸어 낙찰자가 안하무인으로 협박한다며 제게 자문을 구하더라구요. 그래서 혹시나 걱정되어서 깨톡 남깁니다. 혹시 낙찰자랑 연락되셨나요?”
실제 다른 층에서 임차인이 내게 전화해서 막무가내인 낙찰자가 무서워 조언을 구했고 나는 낙찰자에게 미안하지만 대응 방안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임차인은 이사비도 넉넉하게(?) 받을 수 잇었고 고맙다고 문자까지 보내왔다.
답변이 없었고, 한참을 지나서야 깨톡이 왔다.
“아뇨. 제가 지금 해외 출장 중이어서 오피스텔에 없었어요."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의문점이 해결되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나는 그분께 배당을 받으려면 낙찰자의 명도 확인서와 인감 증명서가 필요하니 잘 연락해서 합의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혹시나 문의 사항이 있으면 내게 전화달라고 했다. 몇 번의 전화가 왔고, 낙찰자가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 임차인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에 대해서 잘 설명하였다. 물론 낙찰자가 지인이었기에 강제 집행까지 가지 않고 좋은 쪽으로 협의하도록 조언하였다. 나중에 낙찰자와 통화하여 전후 사정을 설명하였고, 낙찰자와 점유자는 내게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 후기
60번의 임장을 가고 새벽 2~3시까지 임장 보고서를 쓰며 내가 낙찰 받은 물건은 단 한 개였다. 그리고 그마저도 수익률은 내가 투자한 것 중에는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효율성으로 따지면 최악의 물건이다. 하지만 내겐 이 물건이 너무 소중하고 애착이 가는 물건이다. 약 80명의 점유자를 만나면서 대화한 경험은 내게 큰 자산이 되었고, 이 경험은 그 다음의 투자 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한 번에 큰 돈을 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다.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그 돈을 벌기 위해 실패와 시행착오라는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책이나 강의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알게된 후 금방 부자가 될 것처럼 투자를 시작하지만 막상 시장에 진입하면 수익을 얻기가 만만치 않음을 깨달으면서 쉽게 포기한다. 앞에 임장에서 좋았던 케이스를 이야기했지만, 몇 번은 유치권자가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을 가했다. 함께 임장했던 분과 몸싸움을 한 적도 있었다. 여러 번 부딪히고 우리 쪽에서도 강하게 저항하자 그쪽에서도 더 이상 임장을 방해하지 않았다. 욕설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오히려 그 유치권자가 고마웠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 시점에서 더 이상 이 물건의 조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내 경쟁자 또한 내가 포기하고 싶은 시점에서 포기했을 것이다. 난 그러지 않았다. 남들이 포기하려 할 때 눈을 감고 억지로라도 한 발을 더 내딛었다. 아마도 그런 부분 때문에 내게 남들보다 더 좋은 기회와 수익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당시 만난 분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내게 큰 자산이다. 투자 시장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는 언제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얻어낼 것을 다 얻어낸 뒤 뒤돌아서면 단점을 나무라며 돌아서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내가 손해 본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내가 받은 혜택을 살펴봐야 한다.
지금은 각자 성장하여 각자 투자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언제라도 앞으로 그분들을 만난다면 그 당시에 함께 동고동락했던 좋은 추억은 종종 우리에게 멋진 소주 안줏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그분들에게 감사함과 존경을 표한다.
<BM>
댓글
정말 좋은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