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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장] 7월의 경험담. 역지사지 잘못하면...
델렐렐레~
하늘은 파랗고 녹음이 우거진 푸르른 5월의 어느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세입자 - 안녕하세요~ 00아파트 임차인입니다.
다름아니라 제가 직장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서 이번까지만 살고 나가야할 것 같습니다.
복사장 - 네? 아 네... 좀 더 사셔도 되는데...
세입자 - 네 그게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고해서 최대한 빨리 나가야할 것 가틋ㅂ니다.
정 안되면 월세로라도 먼저 나가봐야할 수도 있습니다.
복사장 - 아... 네 알겠습니다.
부동산에 바로 내놓겠습니다......
이번 8월말 전세만기가 돌아오는 00지역 00아파트 임차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8월 말이란... 전세 비수기이라 잘 빠지지도 않는 시기인데다,
해당 단지에는 제가 세를 놓으려는 전세가보다 무려
3,500정도 싼 5층 매물이 나와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해당 물건은 매입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고,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는 애가 둘... 아이들은 귀엽지만 짐이 많을 수 밖에 없겠지요.
즉 올수리하지 않으면 전세 뺴기 쉽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정리하자면,
- 전세 만기가 비수기인 8월 말일경
- 올수리 상태 아님
- 단지 내 전세(내것보다 2,000 저렴한 수리한 물건 & 3,500이나 저렴한 싼 물건) 총 5개
- 단지 내에서 경쟁력 더 떨어지는 방 2개짜리
- 현 세입자 아이가 둘로 짐이 많을 것으로 예상
하나의 조건만 충족이 되어도 뺴기 힘든데, 5가지 조건을 골고루 가지고 있었죠.
게다가 아이의 방학시즌에 맞춘 전학 문제로 하루라도 빨리 나가길 원하는 상황까지.
올수리는 해야 원하는 전세가로 맞출 수 있기에,
'올수리 조건으로 잔금을 미리 해줄 수 있는 신혼부부 혹은 가능한 사람을 맞춰 주십사' 부동산에 내놓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위 통화내용에서 보셨겠지만 이 상황에서도 저에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세입자가 '월세로라도 구해서 일찍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를 세우게 됩니다.
1. 월세로 나가실 계획이라면 좀 더 빨리 나가게 설득하되, 월세나 보증금 부분에 있어 금전적으로 일부 보상한다.
2. 공실로 만든다.
3. 올수리해서 전세를 놓는다.
4. 전세가 나간다.
세입자 입장에서 생각해도 임대인이 전세를 빨리 뺄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이
보증금을 문제없이 돌려받는 길이며 서로에게 좋을테니 바로 승낙해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협상을 시도해야겠다 마음먹게 됩니다.
#1
델렐렐레~
복 - 안녕하세요 임대인입니다. 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집 근처에 좀 찾아뵈어도 될까요?
드릴 말씀이 있어, 꼭 만나뵙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 - 저희 이미 월세를 구해서 나와있습니다.
복 - 네? 정말요? (그럼 공실상태로 올수리 가능?)
세 - 그런데 무슨 하실말씀 있으신가요? 혹시 인테리어 때문에 그러세요?
인테리어 얘기는 부동산을 통해서 전할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훅 들어온 세입자의 질문에 엉겁결에 대답을 하게 됩니다.
복 - 아 네네.. 어떻게 아셨?..."
세 - 부동산에 올수리 조건으로 내놓으셨더라고요. 그런데 있잖아요. 그건 저희가 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복 - 아 그게 부동산에 전화해보시면 알겠지만, 전세상황이 요즘 안좋다보니 올수리가 안되있으면 세가 잘 안빠져서...
협조를 해주신다면 전세도 빨리 빠지게 되고, 세만기에 맞춰 보증금 돌려드리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요
세 - 저기요. 자꾸 우리가 협조해줘야 세가 잘 빠지고 서로 좋은척 말씀하시는데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말씀 하지마세요.
그리고 그쪽이 전세를 빼나 못빼나 우리랑 상관없고요. 만기되면 보증금이나 잘 돌려주세요.
인테리어에 관한 동의는 좀 더 생각한 후 전화드리겠습니다.
복 - 아 네... 알겠습니다 ㅜ_ㅜ
말은 저렇게 했지만 동의해주지 않을까 싶어 내심 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고, 다음날 세입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세 - 임대인의 상황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죄송하지만 인테리어에 동의는 못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서 전세 계약금이라도 주신다면 인테리어에 대한 동의 그리고, 잔금날짜도 조금 더 고려해 보겠습니다.
복 -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최대한 세입자를 빨리 구해보도록 할테니 꼭 인테리어 할 수 있도록 잘 좀 부탁드립니다.
세 - 네 그러시죠.
올수리를 해야 전세를 빨리 뺼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세입자나 임대인인 나나 서로에게 좋은데 왜 동의를 안해주는지 처음엔 이해가 안되고,
괜히 심술을 부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면 인테리어 동의와 함께 잔금일도 조금은 유동적으로 가능하다는 의사를 내비췄으니, 그것만으로도 얻은 것은 있었습니다.
#2
먼저 공실로 만들고 수리 후 세입자를 받으면 훨씬 잘 뺄 수 있었으나, 그건 이미 떠난 배였기에
차선으로 빨리 세입자를 구해서 인테리어 허락을 받은 뒤 잔금일을 조율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입자는 왜 동의를 안해주는지,
그리고 처음과는 다르게 날이 갈수록 날카로운 대응을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채 지나고 있었습니다.
어찌되었든 눈앞에 닥친 일. 즉
세입자를 얼른 구하는 것이 1순위기에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부동산은 아래와 같이 5개로 선정하고 돌아오는 금요일, 혹은 토요일 아침 부동산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드렸스빈다.
1. 실력이 좋은 사장님 부동산 1개
2. 물건이 가장 많은 부동산 1개
3. 해당 단지보다 비싸고 역세권에 가까운 단지 1개
4.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물건지니까 부동산 1개
5.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많이 들를 손님 부동산 1개
멋진 인테리어가 된 사진을 넣은 전단지를 만들어서 적극적인 약 3개의 부동산 사장님께 문자 드리고,
주말 오전마다 통화로 어필을 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감감무소식.
6월 장마시즌이 시작되면서 제 마음은 먹구름이 낀듯 우울하고, 저의 눈물인듯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7월초가 다가와있었고, 곧 다음달 8월 말이면 전세 만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능력자 사장님께 8월말경 전세 만기에 잔금 해줄 수 있는 신혼부부 세입자를 데리고 왔으니 어서 계약을 하자 연락이 왔습니다.
이건 바로 잡아야했기에 사장님께 부탁하여 최대한 가계약금을 많이 받아서 넣어달라고 요청하였고,
사장님 또한 '당연하지~'를 외치며 가계약금을 받는 것까지 성공했습니다.
세입자를 구했으니 인테리어 들어가기 위해 기존 세입자의 동의에 대한 확답이 필요했고, 했던 약속이 있으니 기존 세입자도 흔쾌히 받아줄꺼라 믿으며 기쁜 마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복 -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는데, 인테리어 동의에 대한 확답을 해주시면 계약을 바로 하겠습니다~
매운 기쁜 마음에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세 - 이보세요. 다짜고짜 전화해서 이게 뭡니까.
그리고 이건 제가 할 얘기가 아닌 줄은 압니다만,
단지 내에 전세 최고가로 내놓으셨더라고요?
제가 바본줄 아십니까?
저도 여기 저기 부동산 다 확인해 봤습니다.
전세가 안나가면 3-4,000 깎아서라도 싸게 내놔서 빨리 나가게해야지 그렇게 비싸게 내놓고 뭐하자는 겁니까!!!
욕심부리시는거 아닙니까?
게다가 우리집이 동네 북입니까? 이 부동산 저 부동산에서 전화오고 도대체 몇개의 부동산에 내놓은겁니까?
사람 안살고 있다고 집을 막 보여줍니까?
그리고 제가 인테리어에 동의할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아시죠?
다음 세입자를 구하든말든 제 알 바 아닙니다.
제 날짜에 못해주시면 그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손해에 대한 배상을 책임지라는 내용 증명 보냈는데 그건 잘 받으셨습니까??
미 이행시 임차인 등기 신청하겠습니다. 그러니 만기에 보증금 꼭 돌려주십시오.
그리고 좀전에 얘기하신 새로운 임대 계약건에 대해서 하실 말씀은 정확히 문자로 써서
전세계약금은 언제 받는지, 잔금은 언제 줄수 있는지 모든 상세한 내용을 적어주십이오.
문자를 본 후 생각해보겠습니다.
복 -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드리도록 하죠
무방비상태로 독침 맞은것처럼 다다다다다 들어오는 세입자의 말에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얌전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렇게 극한의 감정으로 치닫았을까.
세로운 세입자를 구하면 인테리어를 하게 해준다는 말은 온데간데 없고 되려, 동의해드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마음이 돌아선것에 이해가 안되고,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이 안되니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내가 놓친것은 무엇인지 기존 세입자의 입장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처음 통화한것부터 마지막 통화내용까지 되짚어서 생각을 해보니, 기존 세입자의 의식의 흐름은 아마도 이쯤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1. 자식의 학교 문제로 급하게 집을 이사나왔는데, 임대인은 공실을 이용해 인테리어 할 생각만 하고 있다.
대항력을 위해 일부 짐을 남겨두고 나왔는데, 인테리어 한답시고 짐 치워버리면 어떻게 하나. 난 임대인을 아직 믿을 수 없다.
2. 이사 후 월세를 아깝게 내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단지 내 전세 최고가를 내놓은 임대인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과연 전세를 뺄 생각이 있긴 한건가.
3. 시간은 가는데 신경은 쓰고 있는지 아무 소식도 없다.
몇개의 부동산에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기에 나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소식이 없다.
3개월 전에 일찍 말을 해놨건만 이제 7월이고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보증금을 제 날짜에 돌려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4. 이렇게 대응하고 있는 임대인이 괘씸하고, 세입자의 불안한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지 적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잔금날 돈을 맞추지 못하면 새로운 집의 전세금 날짜 또한 맞추지 못하므로 극한의 두려움으로 가득차 분노가 밀려온다.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으나,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인 나머지 격한 표현을 한것은 확실했습니다.
'얼마나 불안했으면...' 이라는 생각에 나중엔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세입자의 불안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에 대한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못했습니다.
세입자가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전재산인 전세보증금을 자칫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한 마음을 안심시켜줄 어떠한 것도 해주지 못하면서 (문자 하나라도) 저의 요구사항 위주로 얘기를 했으니 (저는 그게 서로를 위한 길이라 판단했으므로)
제가 원했던 인테리어에 대한 동의도 얻을 수 없었으며 그의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까지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새로운 세입자와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인테리어는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동의를 얻어야만 하기에,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했습니다.
#3
그래서 첫번째로 세입자의 마음을 풀어드린 후 그의 성향에 맞게 제안을 하기로 합니다.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문자를 보냅니다.
'그동안 세심하지 못해서 여러가지로 언잖게 해드렸습니다.
많이 부족해서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전세를 사는 입장으로 이런 일을 겪어왔기에
어떤 부분이 힘든지 알고 있으며, 지금의 이 상황이 얼마나 불안하실지 잘 알기에 더욱 죄송합니다.
또한 반드시 인테리어에 동의해주실 의무는 없습니다.
월급받아 넉넉치않게 살다보니 의도치않게 이런 불편함을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번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구구절절하지만 최대한 진심을 담아 보내드리니
그에 대한 답변으로
" 네 그러셨군요. 저희도 아이 둘에 전 재산이다보니 좀 민감해진 것 같습니다.
집주인분도 저희도 다 잘 해결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라는 믿기 힘든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마음이 어느 정도 풀어진 것을 느꼈기에.
다음으로 동의를 얻기 위한 제안을 합니다.
다만 제안에 있어서는 평소에 파악해 둔 세입자의 성향에 맞게 하기 위해 노력했죠.
평소 통화시 느껴지는 톤의 변화가 없는 침착한 말투,
감정의 호소에 잘 넘어가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것
문자에 맞춤법이 오타 하나 없이 정확하고, 일반적인 구어체가 아니라
회사에서 사용하는 딱딱한 용어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원칙적이고 정확한 것을 좋아하고,
꼼꼼한 성격이나 사람의 말을 잘 믿지 않고, 문서나 증거를 통해서만 믿는 유형임을 여기 적어진 외에도 여러가지 정황으로 파악했기에 그런 부분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하기로 합니다.
1. 새로 들어올 세입자와 계약 시, 전세 잔금일은 원래 잔금일보다 일주일정도 앞당겨서 계약서를 쓰겠다.
전세 계약서에 잔금일이 명시가 되고 그것도 엄연한 계약이므로 믿어도 된다.
전세 계약금은 계약날짜에 받는 즉시 입금할 것이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해당 날짜에 잔금이 안들어오면
원래 잔금일까지 일주일정도 여유가 있으니 그땐 원하시는대로 하시라.
2. 정확하게 하기 위해 계약서에 잔금일이 명시된 부분을 사진을 찍어서 첨부하겠다.
3. 인테리어 날짜가 정해지면, 시작날짜와 끝나는 날짜를 확인해서 문자로 보내주겠다.
즉, 포인트는 지속적으로 상황을 공유하여 (증빙자료와 함께) 극도의 불안해진 마음을 달래고 안심시키도록 하는데 촛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안문자를 보낸 후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인테리어에 동의와 함께 현관도어락 비밀번호까지 바로 알려주셨고,
약속은 꼭 지켜주셨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이미 말투 자체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지요.
세입자의 불안한 마음을 간과한 처음부터 잘못된 역지사지,
그에 따른 잘못된 방법으로 어쩌면 쉽게 올수도 있었던 길을 멀리 돌아온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세입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에게 '더운 날씨에 온열질환 조심하시라'는 문자도 받고 자라 지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입자와의 전세 계약날,
부동산 사장님이 저에게 말씀 하시더라고요.
"여기 00동 00호 있잖아. 거기는 세입자가 인테리어 동의 안해줘서 공실인데도, 아예 수리 못하고 있잖아
그거 다 해주는거 아니야~"
"네 안그래도 세입자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날이 뜨겁습니다.
온열질환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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