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바빠서 월부 강의는 물론, 개인적으로라도 임보 쓸 시간조차 없는것 같습니다..ㅠ
그래도 생존 신고도 할 겸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ㅋㅋ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님께서 최근 저희 학교를 방문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재산이 약 1조 4천억 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창업에 관련된 강연이기도 했고 게임 산업에 대한 말씀도 많이 하시다 보니, 직접적으로 ‘돈’이나 ‘투자’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생 살면서 조 단위 자산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요..ㅋㅋ
자수성가로 이 정도 규모의 자산을 쌓으신 분의 생각이라면,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강연에서 제가 인상 깊게 들은 내용들을 정리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약 30분간 준비해 오신 내용을 발표하신 뒤에는, 현장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바로 답변해주시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Q: 21세기를 살아갈 청년들이 갖춰야할 자질
A: 인공지능이 여러분이 살아갈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거라는건 이제 명확. 특히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 “지식자(知識者)의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 있음.
전산학 박사 출신인 김창한 대표님이 최근에는 M&A 밸류에이션 전문가가 되고 있다. Chat GPT한테 물어보면 되기 때문. 아직 GPT는 최신 정보가 부족하고 가끔 거짓말을 할 때도 있지만, 진짜 금융 전문가에게 가서 한번 더 물어보면 됨. 논리 흐름은 동일하기 때문. 예전엔 이런 도구가 없었기에 금융 전문가들한테 완전히 끌려다녔음. 앞으로는 훨씬 소수의 사람들이 훨씬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 인공지능에 익숙한 여러분 세대가 이러한 변화에 맞게 사회를 재조합하는데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
Q: 저도 주 100시간씩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금요일 ~ 주말만 되면 항상 피곤해서 쓰러지는 것 같습니다. 일을 많이 하실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A: 구글 창업자도 최고의 생산성을 위한 sweet spot은 주 60~70시간이라고 했음. 주 100시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저도 1년 반 정도만 그렇게 했다. 그리고 우리 때는 주 100시간이 가능했던게, 어릴 때부터 항상 밖에서 뛰어놀아서, 컴퓨터, 핸드폰만 보는 요즘 세대에 비해 기본 체력이 좋았다. 요즘 학생들이 하기는 솔직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질문자님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지만 주 70시간이면 할만하다. 주 5.5~6일, 하루 12시간 정도.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고, 여러분이 다 아는 운동, 식단 관리.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는지, 그 뒤로는 배틀그라운드나 인조이 같은 게임들, 향후 개발 계획 등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어느새 정해진 강연 시간이 다 끝났습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좀 아쉬웠네요...ㅠ)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강연이 끝난 후에도 자리에 남아 추가 질문을 받아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를 포함해 20명 정도가 남았습니다. 여기서도 많은 질문이 나왔는데, 그 중 몇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Q: 어려운 의사 결정을 하시는 방법
A: 특정한 날을 잡아서 마음속으로 미리 의사결정을 하고 남들한테는 알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실제로 결정을 내려야되는 마감일의 한 달 전에. 그 후 일정 기간 동안 기다리며 내 마음이 흔들리는지를 지켜본다. 만약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결정에 대해서는 적어도 나중에 후회할 일은 없다.
Q: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는 방법
A: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은 별로 없다. 잘못된 스테레오타입이다. 저나 김창한 대표나 생각이 엄청 많고 의심이 많다. 의심 많고 생각 많은 사람이 더 성공한다. 밖에서 보기엔 확신처럼 보여도 사실 그건 엄청난 고민의 산물이다.
Q: 내적동기,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아직 저만의 정체성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의장님께서는 정체성을 언제쯤 어떻게 파악하실 수 있었나요?
A: 고민한다고 나오는거 같지 않다.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때 확립된다. 저는 네오위즈에 10년을 바쳤는데 결국 회사를 나왔다. 같이 일했던 사람이 알고보니 내 상사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음. 나는 내 옆의 누군가랑 (수평적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거였다. 이때 ‘파트너’ 라는 정체성이 생김. (혼자서 회사 만들고 혼자 일하고 싶지는 않았음. 공동창업을 했던 건 너무 좋았기 때문.) 정체성은 보통 어떤 충돌이 있을때, 불만스러운게 있을때 정립되는 것 같다.
Q: 지식이 덜 중요해도 뭔가 배워야 할 것 같긴 한데, 무엇을 배우고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까요?
A: 지식은 필요하다. 지식자가 필요없어질 뿐. 지식을 가장 빨리 습득하게 되는 때는, 그것이 필요할 때. 내가 강한 마음을 느꼈을때 도구(AI)와 함께하면 된다. 이제는 순식간에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미리 배워둘 필요는 없음. 자기가 가슴이 뛰는 일이 있으면 그것만 파도 된다. 관심 있는 것이 생겼을 때 딥 다이브하는 습관을 들이기.
Q: 20대 초반 때에 비해 열정이 좀 줄어든 것 같아 고민입니다.
A: 열정은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거다. 내가 가득 차 있으면 채울 수 없다. 나도 작년에 주가 많이 떨어졌을 때 일이 엄청 많았다. 그땐 열정이 생길 수가 없었음. 지금은 일이 줄어드니까 다시 채우고 싶다. ’내가 하는 일중에 내가 안해도 되는 일, 남이 해도 되는 일이 있나?’ 를 생각. 저는 일단 가족은 갖고 가야 되고, 이사회 관련 업무도 버릴 수 없고.. 하지만 버릴 수 있는 건 버려야 함.
Q: 창업을 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A: 돈 벌고 걱정해도 된다. 대부분 돈도 못벌고 실패함. 우리 사회가 기업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경향도 있다. 세금 잘 내고 사회 규범을 잘 지키면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고 생각.
Q: 공동창업자 간 갈등 해결
A: 갈등 해결의 본질은, 헤어질 각오를 해야 된다는 것. 무조건 같이 있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부부 사이도 이혼할 각오를 해야 잘 산다. 무조건 끝까지 간다는 생각이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 왜 헤어지지 않고 같이 해야되나를 고민해봐야 됨. 헤어지라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같이 해야된다고 하면 고민을 안하게 되기 때문.
Q: 공대생으로 살아온 사람이 경영자가 되려면?
A: 의외로 좀 찌질해보이는 책들이 초짜 경영자한테는 큰 도움이 된다. 이메일, 문서 잘 쓰기, 협업 잘하기, 커뮤니케이션 잘하기, 훌륭한 팀장되기 이런 책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것.
강연을 듣고 난 제 소감은..
돈이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서 이 글을 읽으실 분들께 얼마나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이메일, 또는 다음 강연에서라도 (아마 내년에도 오실 것 같습니다)) 의장님께 답변을 받아보려고 해보겠습니다.
다른 창업가 분들이랑 다르게 강연에서 '돈'에 대해서도 간간이 언급하시는 것을 보면 (ex. "3년 고생해서 10억 벌자는게 창업 목표였다", "여러분이 살면서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가장 돈 많은 사람 중 한 명일 것"), 돈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면 아마 흔쾌히 답변해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사과님 생존신고 좋네요ㅎㅎ 홧팅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