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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사과] 1조 부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 25.05.18

요즘 너무 바빠서 월부 강의는 물론, 개인적으로라도 임보 쓸 시간조차 없는것 같습니다..ㅠ

그래도 생존 신고도 할 겸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ㅋㅋ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님께서 최근 저희 학교를 방문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재산이 약 1조 4천억 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창업에 관련된 강연이기도 했고 게임 산업에 대한 말씀도 많이 하시다 보니, 직접적으로 ‘돈’이나 ‘투자’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생 살면서 조 단위 자산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요..ㅋㅋ 

자수성가로 이 정도 규모의 자산을 쌓으신 분의 생각이라면,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강연에서 제가 인상 깊게 들은 내용들을 정리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 가장 많이 듣는 질문: 돈이 그렇게 많은데 왜 아직도 열심히 하는가? 언제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나? 
    →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데에는 외적 동기(돈, 명예 등)와 내적 동기(정체성)가 있다. 제가 돈이 많은데 아직도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제 정체성, 그냥 제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 여러분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강화하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
  • 제 정체성을 나타내는 키워드: 대한민국, 글로벌 (크래프톤은 우리나라 게임 회사 중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고, 이걸 자랑스럽게 생각), 성장 (성취를 못해도 성장은 할 수 있음), 파트너 (수직적인 관계에서, 또는 혼자서가 아닌, 옆의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좋음)
  • 크래프톤 정글 (개발자 부트캠프)의 한 수료생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없애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삶의 연료이자 원동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성장과 불안, 스트레스는 같이 가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내 친구로 삼느냐가 중요.
  • 삶에 대한 조언:
    • 자녀는 삶의 의미이다.
    • 진인사 대천명
    • 창업 전에는 반드시 공부하기를, 네트워킹 모임에 참석해보기를 추천
  • 커리어에 대한 조언:
    •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해야하는 것 중 2가지 이상 만족되면 괜찮다.
    • 커리어 초기에는 ‘객관식’으로 풀어도 문제가 없다. (선후배, 동기들이 뭘 하는지 보고, 그 중 하나를 골라서 따라가도 됨. 처음부터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됨)

 


 

이렇게 약 30분간 준비해 오신 내용을 발표하신 뒤에는, 현장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바로 답변해주시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Q: 21세기를 살아갈 청년들이 갖춰야할 자질 
    A: 인공지능이 여러분이 살아갈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거라는건 이제 명확. 특히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 “지식자(知識者)의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 있음.
    전산학 박사 출신인 김창한 대표님이 최근에는 M&A 밸류에이션 전문가가 되고 있다. Chat GPT한테 물어보면 되기 때문. 아직 GPT는 최신 정보가 부족하고 가끔 거짓말을 할 때도 있지만, 진짜 금융 전문가에게 가서 한번 더 물어보면 됨. 논리 흐름은 동일하기 때문. 예전엔 이런 도구가 없었기에 금융 전문가들한테 완전히 끌려다녔음. 앞으로는 훨씬 소수의 사람들이 훨씬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 인공지능에 익숙한 여러분 세대가 이러한 변화에 맞게 사회를 재조합하는데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

     

  • Q: 저도 주 100시간씩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금요일 ~ 주말만 되면 항상 피곤해서 쓰러지는 것 같습니다. 일을 많이 하실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A: 구글 창업자도 최고의 생산성을 위한 sweet spot은 주 60~70시간이라고 했음. 주 100시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저도 1년 반 정도만 그렇게 했다. 그리고 우리 때는 주 100시간이 가능했던게, 어릴 때부터 항상 밖에서 뛰어놀아서, 컴퓨터, 핸드폰만 보는 요즘 세대에 비해 기본 체력이 좋았다. 요즘 학생들이 하기는 솔직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질문자님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지만 주 70시간이면 할만하다. 주 5.5~6일, 하루 12시간 정도.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고, 여러분이 다 아는 운동, 식단 관리.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는지, 그 뒤로는 배틀그라운드나 인조이 같은 게임들, 향후 개발 계획 등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어느새 정해진 강연 시간이 다 끝났습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서 좀 아쉬웠네요...ㅠ)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강연이 끝난 후에도 자리에 남아 추가 질문을 받아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를 포함해 20명 정도가 남았습니다. 여기서도 많은 질문이 나왔는데, 그 중 몇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 Q: 어려운 의사 결정을 하시는 방법 
    A: 특정한 날을 잡아서 마음속으로 미리 의사결정을 하고 남들한테는 알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실제로 결정을 내려야되는 마감일의 한 달 전에. 그 후 일정 기간 동안 기다리며 내 마음이 흔들리는지를 지켜본다. 만약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결정에 대해서는 적어도 나중에 후회할 일은 없다.

     

  • Q: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는 방법 
    A: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은 별로 없다. 잘못된 스테레오타입이다. 저나 김창한 대표나 생각이 엄청 많고 의심이 많다. 의심 많고 생각 많은 사람이 더 성공한다. 밖에서 보기엔 확신처럼 보여도 사실 그건 엄청난 고민의 산물이다.

     

  • Q: 내적동기,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아직 저만의 정체성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의장님께서는 정체성을 언제쯤 어떻게 파악하실 수 있었나요? 
    A: 고민한다고 나오는거 같지 않다.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때 확립된다. 저는 네오위즈에 10년을 바쳤는데 결국 회사를 나왔다. 같이 일했던 사람이 알고보니 내 상사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음. 나는 내 옆의 누군가랑 (수평적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거였다. 이때 ‘파트너’ 라는 정체성이 생김. (혼자서 회사 만들고 혼자 일하고 싶지는 않았음. 공동창업을 했던 건 너무 좋았기 때문.) 정체성은 보통 어떤 충돌이 있을때, 불만스러운게 있을때 정립되는 것 같다.

     

  • Q: 지식이 덜 중요해도 뭔가 배워야 할 것 같긴 한데, 무엇을 배우고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까요? 
    A: 지식은 필요하다. 지식자가 필요없어질 뿐. 지식을 가장 빨리 습득하게 되는 때는, 그것이 필요할 때. 내가 강한 마음을 느꼈을때 도구(AI)와 함께하면 된다. 이제는 순식간에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미리 배워둘 필요는 없음. 자기가 가슴이 뛰는 일이 있으면 그것만 파도 된다. 관심 있는 것이 생겼을 때 딥 다이브하는 습관을 들이기.

     

  • Q: 20대 초반 때에 비해 열정이 좀 줄어든 것 같아 고민입니다. 
    A: 열정은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거다. 내가 가득 차 있으면 채울 수 없다. 나도 작년에 주가 많이 떨어졌을 때 일이 엄청 많았다. 그땐 열정이 생길 수가 없었음. 지금은 일이 줄어드니까 다시 채우고 싶다. ’내가 하는 일중에 내가 안해도 되는 일, 남이 해도 되는 일이 있나?’ 를 생각. 저는 일단 가족은 갖고 가야 되고, 이사회 관련 업무도 버릴 수 없고.. 하지만 버릴 수 있는 건 버려야 함.

     

  • Q: 창업을 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A: 돈 벌고 걱정해도 된다. 대부분 돈도 못벌고 실패함. 우리 사회가 기업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경향도 있다. 세금 잘 내고 사회 규범을 잘 지키면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고 생각.

     

  • Q: 공동창업자 간 갈등 해결 
    A: 갈등 해결의 본질은, 헤어질 각오를 해야 된다는 것. 무조건 같이 있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부부 사이도 이혼할 각오를 해야 잘 산다. 무조건 끝까지 간다는 생각이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 왜 헤어지지 않고 같이 해야되나를 고민해봐야 됨. 헤어지라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같이 해야된다고 하면 고민을 안하게 되기 때문.

     

  • Q: 공대생으로 살아온 사람이 경영자가 되려면? 
    A: 의외로 좀 찌질해보이는 책들이 초짜 경영자한테는 큰 도움이 된다. 이메일, 문서 잘 쓰기, 협업 잘하기, 커뮤니케이션 잘하기, 훌륭한 팀장되기 이런 책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것.

     

  • Q: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를 바라지만,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의 문제도 심해지고 있고, 요즘 젊은 세대는 예전의 어른들처럼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A: 미래는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 여러분이 바꾸면 된다. 40대, 50대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머리가 굳어서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 지동설이 받아들여진건 과학적 증거 때문이라기보다는, 천동설을 믿던 사람들이 다 죽어서라는 말도 있음. 여러분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강연을 듣고 난 제 소감은..
 

  1. 요즘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있는데, 두 분 모두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비슷한 철학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 창업 전에 반드시 공부할 것을 강조하신 것. 

    (2) 주 100시간씩 일하고 싶다는 질문에도 전혀 놀라시거나 당황하시는 기색 없이 태연하게 답하신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다 번아웃 온다", "뭘 그렇게까지 하냐" 같은 반응을 보일텐데, 장병규 의장님은 전혀 당황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나도 해봤다", "하지만 지속 가능하진 않다", "주 70시간 정도가 좋다" 라고 경험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설명하시는 것을 보며 정말 치열하게 살아오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이노의 가르침>에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하라는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옵니다. 

    (3) 세이노님은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라고 하시며 업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아는 건 기본이고, 스스로 이해하기 전에는 하청도 주지 않으며, 커피를 타는 것 같은 허드렛일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셨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과 AI의 발전으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면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 즉 “세이노의 가르침”을 실천하기에 더 좋은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병규 의장님 역시 ‘전산학 박사’에서 ‘기업 밸류에이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는 김창한 대표님의 사례를 통해, 학습과 성장에 한계는 없다는 것과, AI라는 도구를 활용하며 더 빠르게, 더 깊이 파고들어 공부할 것을 강조하시는 듯했습니다.
     
  2. 비전보드에 무언가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비전보드에서 ‘나에게 행복한 삶이란?’ 페이지를 보면, 돈 많이 벌어서 매일 편하게 놀고 먹고 싶다는 내용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놀고 먹는 것도 몇달, 몇년이 지나면 결국 시시해지지 않을까요? 제가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한 일을 추가해야할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무덤 속에서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 ‘우리가 뭔가 멋진 일을 해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Being the richest man in the cemetery doesn't matter to me. Going to bed at night saying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that's what matters to me.) 

    장병규 의장님은 “여러분이 바꿔주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몇년 사이에 급속도로 발전했고, 강대국들은 이미 AI 패권 전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 대열에 합류하여 G7 강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밀려나 다시 밑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원래 돈을 많이 주는 금융권 취업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나름 대학원에서 AI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조업과 수출입 (물류) 등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산업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조업 분야가 인력 부족, 중국의 추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조 AI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도입하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의장님 말씀처럼 바로 제가 해야 할 일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일단 돈부터 잘 벌어야 겠지만요..ㅋㅋ (사회적 책임이나 기여를 생각하기도 전에 돈도 못벌고 실패하는 기업이 많다고 하셨듯이 말입니다.) 저도 부자가 되어 저와 우리 가족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 같은 일들은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전까지 별로 뛰어들 생각이 없습니다 ㅋㅋ 하지만 언젠가 커리어의 어느 한 시점에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한 어떤 의미있는 일은 꼭 시작하고 싶고, 부자가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이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서 이 글을 읽으실 분들께 얼마나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이메일, 또는 다음 강연에서라도 (아마 내년에도 오실 것 같습니다)) 의장님께 답변을 받아보려고 해보겠습니다. 

다른 창업가 분들이랑 다르게 강연에서 '돈'에 대해서도 간간이 언급하시는 것을 보면 (ex. "3년 고생해서 10억 벌자는게 창업 목표였다", "여러분이 살면서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가장 돈 많은 사람 중 한 명일 것"), 돈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면 아마 흔쾌히 답변해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세린user-level-chip
25. 05. 18. 23:00

사과님 생존신고 좋네요ㅎㅎ 홧팅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