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 한국은 어느 위치에 놓여있나? 🇰🇷🇺🇸

  • 25.07.28

 

안녕하세요, 강준입니다.

 

지난 24일 열릴 예정이던 한미 2+2 통상협의(기획재정부·산업부 + 미 재무·상무부 장관 회의)가 미국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 일정으로 전격 연기 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중요한 흐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22일, 미국 - 일본 간 관세 협상을 계기로 강하게 반발했던 중국과 EU가, 오히려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급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EU의 경우, 미국과의 상호관세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는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지금의 판도는 미국 쪽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기울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한미 협상의 핵심 쟁점을 정리하고, 한국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미 무역협상,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나? 🇰🇷🇺🇸

 

먼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요 안건을 요약해보겠습니다.

 

  • 관세 및 상호관세 재편 📉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관세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일본 수준(15%) 관세 인하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이미 일본과 유사한 조건의 협상을 성공시킨 상태라는 점입니다. 일본은 5,500억 달러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15%로 관세 조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도 약 4,000억 달러(약 548조 원) 규모의 투자 혹은 이에 준하는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 농산물 시장 개방 및 비관세장벽 약화 🌾

 

미국은 소고기, 쌀, 유전자변형 작물, 과일 등 농산물 수입 확대와 함께, 검역 기준 완화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보호하고, 비민감 품목과 일부 절차를 완화하는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전략산업(조선·반도체)협력 🏭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길 원하며, 공동 투자, 기술 협력, 공급 안정화 MOU 체결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조선기자재 등에서 전략적 연계 협력이 핵심입니다.

 

이 안건의 내용은 결국 '한국측은 미국에 대해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고, 이에 미국은 농산물 시장 개방, 대규모 투자, 기술 협력을 요구한다'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여기에서 한국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어떤 길을 선택했는가? ♟️

 

제가 트럼프의 상호관세 이슈를 다룰 때마다 반복했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제 세계가 미국에 맞설 것인가, 아니면 미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하려 할 것인가?”(자세한 맥락이 궁금하다면, 아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확인해보세요!)

 

처음에는 후자에 속한 나라가 많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눈치를 보며 움직이는 사이, 급할 건 없다는 판단도 가능했죠.

 

하지만 지난 22일, 일본이 선제적으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흐름은 급변했습니다.

 

당시 여론은 “일본이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평가를 쏟아냈지만, 이는 ‘국가 대 국가’프레임에서의 해석일 뿐입니다.

 

지금의 구도는 ‘미국 vs 나머지 국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건 ‘누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상대적으로 덜 손해를 보고 빨리 자리를 선점했는냐’입니다.

 

일본이 먼저 출발선을 끊은 순간, 미국에 반발하던 다른 국가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금 협상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 불리한 조건에서 뛰어들 수 밖에 없다’는 압박이 생긴 것이죠.

 

이제 한국의 선택을 봅시다.

 

아직 미국이 완전히 승리했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만, 이 판이 기울기 전에 빨리 들어가는 쪽이 손해를 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은 미국과 빠르게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과 협상했다는 소식을 들려오지 않죠.

 

이는 곧, 한국이 미국과의 조기 합의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미국과의 관세를 15%로 조정하는 조건으로 제시된 농산물 개방, 대규모 투자, 기술협력 제안을 상당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는 점도 부인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하나? 🙂‍↕️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제시하는 요구 조건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던진 카드가, 오히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의 싹을 자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4,0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는, 현실적으로 한국에게 상당한 부담입니다. 참고로 2025년 한국 정부의 총 예산은 약 673조 3,000억 원, 즉 5,700억 달러 수준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전액을 미국 투자에 사용할 수 없으며, 대부분 내수 복지, 고용, 교육, 국방 등 다양한 영역에 배정되어 있죠.

 

결국 이 정도의 투자 규모는 국채 발행이나 세입 확대 등 별도의 재정 조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큰 부담입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한국 내수와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성장의 추세적 하락을 맞이한 대한민국

성장의 추세적 하락을 맞이한 대한민국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 경기 침체를 고려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바 있습니다.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예산 집행이 시급한 시점에서, 외부로 자금을 대거 투입한다는 전략은 자칫 내부의 불균형을 더 키울 수 있는 정책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한국이 해야할 일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으로 실익을 극대화하되, 자국의 경제 체력을 과도하게 소진하는 방식은 피하는 것입니다. 협상은 주고받기의 기술이며, 선을 넘는 요구에는 단호함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 어느 선에서 균형을 잡을 것인가는 이제 한국 협상팀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 흐릿한 세상 속, 선명한 판단을 위해

 

흐름을 읽는 자에게는 기회가, 지나친 자에게는 위기가 다가옵니다. 흐릿한 세상 속, 여러분들이 더 선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쉽고 빠르게, 경제적 사고에 선명한 필터를 더해드릴게요.

 

📬 Ecoverse 경제레터 ,지금 구독하기(클릭)

 

[이미지 출처 : 코리아 포스트]


 


댓글


세나무user-level-chip
25. 07. 28. 07:20

안그래도 무역협상에 대한 내용이 궁금했는데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경제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탑슈크란user-level-chip
25. 07. 28. 08:53

무지성 협상이 아닌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네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피의모험user-level-chip
25. 07. 28. 13:08

갠적으로 미국이 달란대로 안줬으면 좋겠습다.. 말씀하신대로 단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