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4) 이런 맥락에서 금리는 돈이 필요한 채무자와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 간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며, 양측은 각자의 선택에 따른 비용과 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리는 돈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사람들은 돈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가올 미래의 시간을 미리 당겨쓰기도 하고, 현재를 더 견디며 기다리기도 한다. 이처럼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줄다리기가 금리를 움직이는 것이다.
→ 금리는 은행이 예대마진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각 은행이 결정하거나 은행 간의 보이지 않는 합의에 의해서 결정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을 포함한 세상의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듯이 금리 또한 현재 돈을 필요로 하는 수요와 현재는 돈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빌려주려는 공급 사이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104) 예를 들어, 당신이 은행에 연 3.5%의 금리로 예금했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이자 3.5%는 온전히 나의 수익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3.5%에서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금액만이 내가 실제로 얻는 진짜 이익이다.
즉, 물가상승률이 2%라면 실질금리는 1.5%가 된다. 이때, 물가를 반영하여 실제 취하게 되는 이율을 실질금리, 내가 은행과 약정한 이율을 명목금리라고 부른다.
→ 최근에는 물가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은행에 예금을 해서 얻는 이자 소득이 물가상승률을 능가하지 못 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실질금리, 명목금리라는 개념으로 접하게 되니, 현실적으로 와닿는 느낌이었습니다.
(p121) 생산량보다 화폐량이 빠르게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반면, 화폐를 무한히 발행하더라도 생산량이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면 물가는 오르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의 양, 즉 생산량이 화폐량과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면 물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 인플레이션을 생산량과 연결지어 생각해보지 못 했기 때문에 이 문장이 기억이 남습니다. 이 문장대로라면,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화폐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저성장으로 인해 더 문제가 되는 것인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p128) 같은 돈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살 수 있는 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돈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것, 인플레이션의 진짜 얼굴이다.
→ 인플레이션을 현실 생활에서 설명해주는 문장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물가 상승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같은 생필품을 살 때 들어가는 돈의 금액이 코로나 전보다 상당히 증가하였습니다. 결국 코로나 전과 같은 금액으로 구입한다면, 전보다 적은 물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p133)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특정 물건이 고가인지 저가인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질수록 그 파악이 더욱 복잡해진다. 파커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길이를 측정하는 방식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예를 들어, 1피트나 1미터에 대한 정의가 매달 바뀌고, 길이 측정 방식과 신발 사이즈가 계속 변한다면, 그 신발이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 알기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 책에서 다른 표현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추적 능력을 엉망으로 만든다고 표현했습니다. 물건의 값을 지불하며, 가격이 올랐다는 인식은 하지만, 모든 물건이 같은 비율로 상승한 것이 아니므로 실제로 가격과 가치의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p142) 이처럼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필요한 돈을 구하기 어려워진 가계와 기업은 파산과 부도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즉 중앙은행은 직접 나서서 시중은행이 보유한 채권이나 주식 등을 매입하고 그 대가로 자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중양은행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여러 자산을 매입해 직접 돈을 푸는 것을 양적 완화라고 한다. 양적 완화는 예전에는 없던, 21세기에 탄생한 독특한 경제 활성화 방식이다.
→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으로 돈을 푸는 방식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으로부터 자신을 매입해서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도 있다는 게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p144) 결국 세금을 내지 않고 받은 혜택은 고스란히 ‘실질소득 감소’라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 다시 말해, 세금은 내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 자체가 세금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 이 문장을 보면서, 얼마 전에 강의에서 너나위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최근에 정부가 전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했을 때, 너나위님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셨습니다. 너나위님은 이전에도 정부가 국민에게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소고기 값이 상승했다고 하셨습니다. 지원금을 받은 것은 우리의 자산이 증가한 것 같은 긍정 효과를 주지만, 머지 않아 늘어난 화폐만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부정 효과로 돌아오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것이 결국 세금과 같은 효과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p208) “채무자가 갚지 않은 빚은 전체의 책임으로 조금씩 다 짊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금융권에는 법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정상적으로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도 이 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 은행이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은 결국 은행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이 대손충당금이라는 이름으로 힘을 모아 메워 주고 있는 셈이다.
→ 충격적인 문장입니다. 너무나 당연한데 그 동안은 생각지 못 했습니다. 은행은 손해를 보지 않을,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를 짜놓았을 것입니다. 대출자들이 은행의 빚을 일부 짊어지는 것도 있지만 예금 가입자도 적은 이자 금리를 받음으로써 그 짐을 함께 지는 게 아닐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p213) “문제는 나의 부채를 캐나다 연기금이 매입하고, 이를 다시 한국의 보험 회사가 매입한 후 다시 호주은행에 매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부채가 돌고 도는 것이죠. 그리고 그 부채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양질의 부채일 거라는 환상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 양쪽 당사자 간의 금전 거래에 의한 부채가 양쪽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놀랍습니다. 부채가 돌고 도는 동안 관련된 모든 기관이나 개인은 그 위험 부담을 함께 나눠가지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p231) 이처럼 국민들이 국가의 공식 화폐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은 화폐를 계속 발행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화폐 발행 자체가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를 시뇨리지라고 하는데, 화폐의 액면가와 주조 비용의 차이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 예전에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꽤 놀라웠고, 진짜 사실일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보고 나니, 의심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놀랍습니다. 그리고 어찌됐던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을 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244) 내 돈을 맡기는 모든 거래에는 어쨌든 ‘신뢰’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거래를 보증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사용자들에게 있었따. 특정 중앙화된 기관이 아닌, 모든 사용자의 장부가 신뢰를 보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탈중화된 분산장부 시스템, 블록체인이다.
→ 블록체인 기술을 제대로 알지는 못 하지만, 입이 떡 벌어지게 놀라운 생각입니다. 엄청나게 창의적이지 않아도, 아무나 생각할 수는 없는 것, 블록체인을 생각해낸 사람은 기존의 상식을 바꾼, 천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p287) 우리는 긴 여정을 통해 돈의 실체를 마주하며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면서 돈과 만나는 일이 곧 ‘투자’이고, 그 투자는 결국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결국, 그토록 우리가 찾아 헤매던 돈의 얼굴은 바로, 우리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얼굴로 돈을 마주하고 있는가? 당신이 믿는 돈의 얼굴은 어떤 모습인가?
→ 제목이 돈의 얼굴이었지만, 그다지 제목을 염두해 두고 책을 읽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정해놓은 결론에 갑자기 도달한 느낌은 들지만, 생각할 여지를 주는 문장입니다.
이제는 세계가 함께 움직이는, 이 거대한 금융 환경에서 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어떤 부분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기본 바탕 아래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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