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쉬어."
아내가 육아휴직을 했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어요.
"나 그냥 복직할게. 버텨볼게."
아내가 먼저 말했어요.
근데 저는 말했어요.
"그냥 쉬어. 아이 옆에 있어."
솔직히 말하면, 계산해서 한 말이 아니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던 날 밤.
아내가 분만실에서 나오는 걸 보는데,
'이 사람이 지금 많이 지쳤구나' 싶었거든요.
몇 달 동안 배 안고 출근하고, 야근하고, 그러면서도 아무 말 안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쉬었으면 했어요.
아이 곁에 있었으면 했어요.
돈 걱정은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솔직히 무서웠거든요.
맞벌이였을 때도 빠듯한 생활이
외벌이가 되면, 더 줄어들 게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5년 뒤.
우리 부부는 매년 3천만 원씩 모으고 있었어요.
맞벌이 때보다 더 많이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저도 처음엔 몰랐어요.
돈을 더 번 게 아니었어요.
끊은 거예요.
무엇을 끊었냐고요?
그 이야기를 하나씩,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근데 처음부터 끊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에요.
육아휴직 첫 달.
통장을 열었는데 손이 떨렸어요.

아이 분유값, 기저귀값, 관리비, 보험료.
숫자가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머리가 하얘졌어요.
그때 아내가 말했어요.
"우리 한 번 다 적어보자."
그게 시작이었어요.
평소에도 나름 가계부를 적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3개월치의 소비.
단돈 10원까지 나가는 것들을 빠짐없이 적고나니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보였어요.
카페 커피. 배달 음식. 구독 서비스. 충동 쇼핑.
하나하나 보다 보니까, 이상하게 화가 나더군요.
나한테요.
'이걸 위해서 아내가 집에 있는 건가.'
그 생각이 들자.
끊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단순히 무엇을 샀느냐가 아니었어요.
돈이 어떤 방식으로 빠져나가는지, 그 흐름이 보였어요.
월급이 들어오면, 쓰고 남기는 게 아니었어요.
쓰고, 쓰고, 또 쓰고, 그러고 나서 남은 게 저축이었어요.
그 구조 자체가 문제였어요.
하나하나 보다 보니까, 이상하게 화가 나더군요.
나한테요.
'이걸 위해서 아내가 집에 있는 건가.'
그 생각이 들자.
끊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서 바꿨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먼저 빼놓기로 했어요.
저축 먼저. 고정 지출 다음. 그다음에 생활비.
생활비 통장에 있는 돈만 쓰기로 했어요.
그 안에서 골라 쓰는 거예요.
이 구조 하나를 바꾸자, 의지와 상관없이 돈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주 3회 넘게 시켰어요.
한 번에 3~4만 원.
한 달이면 40만 원.
1년이면 480만 원.
그게 눈에 보이자, 그냥 끊었어요.
장을 봤어요. 같이 만들었어요.
처음엔 귀찮았어요.
근데 아이가 옆에서 같이 앉아서 "아빠 이거 뭐야?" 하는 거 있잖아요.
그게 더 좋더라고요.
OTT 3개, 음악 스트리밍, 클라우드 저장소, 앱 정기 구독.
다 합치면 한 달에 8만 원이 넘었어요.
쓰는지도 몰랐어요.
그냥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하나하나 해지했어요.
연 100만 원 가까이 그냥 생겼어요.
끊는 데 걸린 시간. 30분이었어요.
제일 무서운 거예요.
커피 한 잔. 5천 원짜리.
"이 정도는 괜찮아."
편의점 간식. "이 정도는 괜찮아."
주말 외식. "이 정도는 괜찮아."
다 괜찮아요. 하나하나는.
근데 '이 정도는 괜찮아'가 쌓이면,
한 달에 70만 원이 돼요.
1년이면 840만 원이에요.
이걸 끊은 게 아니에요.
기준을 세운 거예요.
'이건 써도 된다, 이건 아니다.'
그 기준이 생기자.
충동이 줄었어요.
5년이 지나고, 매년 3천만 원씩 쌓이고 있었어요
5년이 지나고.
매년 3천만 원씩 쌓이고 있었어요.

어버이날이 지났어요.
카네이션 하나 받았어요.
아이가 직접 만든 거라고, 조금 찌그러진 종이꽃이었어요.
근데 저는 그날, 부모님 생각보다
다른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내가 이 악물고 커피 끊고, 배달 줄이고, 구독 해지했던 건.
아이한테 "그래" 한 마디 하기 위해서였다는 거.
"아빠, 나 수영 배우고 싶어."
"그래. 해봐."
그 한 마디.
그게 5년의 이유였어요.
끊는 게 아니에요. 고르는 거예요.
끊는 게 아니에요.
사실은 고르는 거예요.
지금 이 소비냐, 5년 뒤 내 아이한테 "그래" 한 마디냐.
그 선택을 매일 한 거예요.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뭔가 끊어야 하는데' 싶은 게 떠올랐다면.
그게 신호예요.
거창하게 다 끊을 필요 없어요.

오늘 딱 하나만 해보세요.
카드 내역 앱 하나 열어서.
이번 달 자동 결제 목록 확인해보세요.
모르고 빠져나가는 게 분명히 있어요.
거기서 시작하면 돼요.
하나만 끊어도.
1년 뒤가 달라져 있을 거예요.
저도 처음엔 커피 한 잔부터 참았으니까요.
“덜 쓰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걸 위해 고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