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제 명의는 아니고 시부모님 댁이었습니다. 시부모님께서 이사를 하시고 저희가 그 집에 무상임차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죠. 마침 저는 육아휴직과 함께 월급쟁이부자들(월부)을 시작하며 '1호기 내집마련'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는 새 집으로 이사를 가며 가전과 가구를 모두 새로 사서 들어가게 되었고, 시부모님 댁은 공실로 남게 되었습니다.
당시 목포도 전월세가 부족한 상황이라 시부모님께서는 이 집을 월세로 세팅해 투자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싸진 인테리어 비용을 보시고는 고민 끝에 결국 매도를 결정하셨습니다. 그 시기가 바로 2025년 8월이었습니다.
지방의 나홀로 단지는 1년에 거래량이 단 1건 있을까 말까 한, 체감상 난이도 극상의 매물이었습니다. 매도가 처음이신 시부모님도, 저도 참 막막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1호기 내집마련으로 대출을 80%나 받은 저에게, 꾸준히 공실로 비어 있는 나홀로 단지의 관리비가 매달 나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부모님 덕분에 지난 2년간 월세 한 푼 안 내고 살며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되새기며 '매도가 될 때까지 관리비는 그냥 없는 돈이라 생각하자.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근처 부동산 3곳과 당근부동산 1곳에만 매물을 올린 채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집을 보러 오겠다는 연락은 가끔 받았지만, 보고 난 뒤 피드백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2025년 8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매달 약 15만 원씩, 총 45만 원이 넘는 관리비가 허공으로 숭숭 날아갔습니다. 재테크를 시작하며 보험료 몇만 원 줄이려고 애쓰던 제게는 이 돈이 너무나 아쉽고 크게 느껴졌습니다.
실전준비반 강의 후 '강사와의 만남' 시간에 적투 튜터님께 이 단지의 매도 방법에 대해 여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튜터님께서는 "그 지역을 잘 아는 부동산 사장님께 가서 복비 2배 스킬을 써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커뮤니티를 통해서는 전단지를 직접 돌리는 매도 스킬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재테크 기초반'에서 만난 하늘온님께서는 "단지에서 무조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는 게 매도의 정석"이라고 말씀해 주셨죠.
더 이상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었던 저는 4월 1일, 하루 연차를 내고 목포로 내려갔습니다. 미리 만들어둔 전단지를 복사집에서 20장 인쇄하며 '오늘 이 근처 부동산에 다 돌린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임장복 차림으로 단지 주변은 물론, 더 안쪽 시내 아파트 상가까지 정처 없이 걸으며 부동산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 매도하고 싶어서 왔는데 이것 좀 한번 봐주세요."
처음엔 흠칫하시던 사장님들께 매물 브리핑을 조리 있게 마친 뒤, 마지막 필살기를 꺼냈습니다. 시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자연스럽게 말씀드렸죠. "저희 어머님이 이 집 7월까지 팔아주시면 복비 2배로 주신대요. ㅎㅎ 잘 좀 부탁드립니다!" 매매가가 높은 단지가 아니라 복비 2배가 사장님들께 큰 메리트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것이 최선의 카드였고, '7월 말'이라는 데드라인을 정해 간절함을 전달했습니다.
정말 뜻밖에도 처음 방문한 부동산 사장님께서 웃으시며 "젊은 사람이 고생이 많네. 이 전단지 다 돌리는 거예요? 사실 나도 예전에 그 단지에 살았었어요!"라며 반겨주셨습니다. 그 아파트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귀인'을 만난 것입니다. 큰 기대를 하기보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시 차를 타고 돌며 10 군데 정도 전단지를 더 돌렸습니다.
근처 신축 아파트 상가 부동산에도 들어갔는데, 한 사장님께서 유익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이거 너무 많이 돌리지 마세요. 매물이 여기저기 너무 많이 깔리면 매수자 입장에서는 '집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서 오히려 안 사려고 해요. 이제 그만 돌리셔도 됩니다." 사장님 말씀이 일리가 있어 전단지 돌리기는 그쯤에서 마무리했습니다.
그렇게 발품을 팔고 나니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단지를 돌리던 중, 처음 방문했던 (그 단지에 사셨다던) 사장님께서 제 열정에 감동하셨는지 집을 바로 방문해 주셨습니다. 사장님은 “집에서 이거 이거는 좀 정리하면 매수에 도움이 되겠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곧장 집으로 가 사장님이 짚어주신 물건들과 그 외 지저분한 것들을 전부 '당근'으로 처분하고 정리했습니다. 깔끔해진 집을 예쁘게 다시 사진 찍어, 그날 방문했던 사장님들께 단체 문자를 돌렸습니다.
"사장님, 오늘 방문했던 나홀로단지 O동 O호 며느리입니다. 7월 말까지 매도되면 복비 2배 약속하셨습니다. 매도인 정보 보내드리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 이후, 첫 번째 부동산 사장님께서 정말 적극적으로 손님들을 데리고 오셨습니다.그분이 그집을 보여준 사람만 12명 이었습니다.
한 건은 어머니가 원하시는 금액보다 깎아 달라고 하면서 '업계약'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약은 매수자도 매도자도 잘못 걸리면 벌금이 더 나올 것 같아 찜찜한 마음에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가격을 깎아달라는 문의가 이어지자 사장님께서 전략을 제안하셨습니다. "가격을 너무 딱 맞춰 올려두니 자꾸 깎아달라고 하네요. 차라리 광고 금액을 500만 원 올려서 올린 뒤, 손님이 오면 500만 원을 깎아주는 조율 방식으로 가시죠." 다른 부동산 사장님들은 난색을 표하기도 하셨지만, 일단 가격을 조정해 두었습니다.
빨리 팔고 싶었지만 저희 어머니께서는 꼭 받아야 하는 마지노선 금액이 있으셨기에, 저는 반쯤 포기하는 심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 내가 1호기 매도할 때까지 여기 안 팔리면 내가 나중에 여기 들어와서 투자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서울 수도권 투자 기초반(서투기)' 분임(분위기 임장)을 돌고 있을 때였습니다. 광고를 올렸던 다른 부동산에서 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매수자 분이 누수 여부만 확인되면 바로 가계약금 쏘고 싶어 하십니다!" 조원들과 한창 분임 중이었는데 전화 통화를 하느라 임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조원분들께 지금도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ㅎㅎ) 시부모님, 남편과 상의 끝에 주말이니 평일에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누수 여부를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이 되자, 저를 처음 도와주셨던 '첫 번째 부동산 사장님'에게서 급박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쪽 매수자 분은 누수고 뭐고 상관없이 지금 당장 바로 가계약금 입금하고 싶어 하십니다!" 정말 엄청난 갈등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먼저 연락을 준 부동산이 있기에 상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원분들도 이건 상도가 아닐 수 있으니 먼저 하시는 분과 하는게 맞는 것 같다 하셨죠. 그래서 사장님께 죄송하지만 앞선 분이 취소하면 연락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잘러' 첫 번째 사장님께서 추진력이 어마어마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님께 다이렉트로 전화를 드리셨고, 놀란 남편이 제게 전화를 걸어 "앞서 누수 물어본 부동산에 전화해서 지금 당장 가계약금 넣겠다는 분이 있으니 바로 계약할 건지 확실히 물어보고, 안 한다고 하면 이분이랑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연락 온 곳에 전화해 보니, 알고 보니 그쪽은 매수자가 가계약을 할지 안 할지 아직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도 “그럼 당장 입금한다는 분 있으시면 그쪽이랑 바로 진행하세요!”하시며 쿨하게 양보해 주셨고, 결국 저희를 첫날부터 살뜰히 챙겨주신 첫 번째 부동산 사장님과 초고속으로 가계약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마침내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시부모님이 직접 오시기 힘든 상황이라 남편이 대리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매도자 입장에서의 계약은 처음이라 조원분들과 커뮤니티에 폭풍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저희에게 불리한 특약 조항이 없는지 계약서 초안을 꼼꼼히 살펴본 뒤 안전하게 날인했습니다. 매수자 분께서 인테리어를 빨리 진행하고 싶어 하셔서, 감사하게도 오늘 중도금을 한 번에 넣어주시고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드디어 오늘부로 매달 나가던 관리비의 굴레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졌습니다! ㅎㅎ
돌아보면 지방 나홀로 아파트를 매도하는 데 총 9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격적으로 전단지를 돌리며 행동을 개시한 4월 이후로는 단 한 달 만에 매도에 성공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용기 내어 노력했다면 더 빨리 팔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남습니다.
하지만 그전의 8개월은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20년 전보다 더 싼 가격에 손해를 보고 파시는 상황이라 금액을 낮추는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많이 속상해하셨습니다. 결국 매도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님께서도 '이 집이 정말 쉽게 안 팔리는구나'라는 것을 체감하시고 가격을 시장 눈높이에 맞춰 내려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시는 '생각의 전환 기간'이 8개월 동안 쌓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제 명의의 집은 아니었지만, 시어머니께 “어머니, 제가 그래도 재테크 공부한 게 있으니 저 믿고 맡겨주시면 책임지고 잘 매도해 볼게요!”라고 호기롭게 말씀드렸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합니다. 믿고 맡겨주신 시부모님 덕분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매도 경험치'를 엄청나게 쌓을 수 있었던 최고의 실전 공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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