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미국 주식, 한국 주식, 장기채권, 금 — 지금 어디에 투자해도 자산이 무거워졌을 때 하락을 맞이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다.
그렇다면 상당한 기간 동안 수익은커녕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성과, 혹은 실질적인 손실을 겪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많이 거론되는 대안이 바로 자산배분 투자다.
자산배분이란, 한 가지 자산에 몰빵하지 않고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여러 자산에 나눠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한 자산이 떨어질 때 다른 자산이 버텨주거나 오르면서 전체 손실을 줄여주는 구조다.
그런데 막상 자산배분 투자를 하려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것도 손실 구간이 있다고? 그럼 무서워서 못 하겠는데.”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손실 구간이 두렵다면, 주식 100%로 투자했을 때의 손실 구간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봐야 한다. 투자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지는 없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것을 찾아가는 것이 투자의 본질이다.
내가 주목하는 포트폴리오는 김성일 작가가 제안한 K-올웨더(K-All Weather)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미국 주식 25% · 한국 주식 9% · 중국 주식 8% · 인도 주식 8%
미국 채권 15% · 한국 채권 15% · 금 20%
비율로 보면 주식 50% : 채권 30% : 금 20%의 구조다. 2008년 금융위기에 장기채가 큰 역할을 했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을 일부 더할 수 있다.
이 포트폴리오의 과거 데이터(백테스트)를 보면 눈에 띄는 수치가 있다.
최장 손실 기간(Underwater Period): 한 번 손실이 나면 원금을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같은 위기를 겪더라도 고통을 겪는 시간이 훨씬 짧았다는 뜻이다.
적립식 투자란,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사 모아 가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투자 금액이 작아서 손실이 나도 타격이 작다. 그런데 오래 쌓다 보면 투자 잔액이 커지고, 그 시점에 큰 하락이 오면 심리적·금전적 충격이 상당히 크다.
이때 중요한 것이 두 가지다.
첫째, 냉정하게 적립 매수를 이어가야 한다.
가격이 떨어질 때 오히려 더 많은 수량을 살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기회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잔액이 줄어드는 걸 보며 추가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둘째, 떨어지는 자산만 들고 있으면 안 된다.
포트폴리오에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이 없다면, 폭락하는 자산에 계속 돈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른바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는" 고통이다. 이때 오르는 자산도 함께 갖고 있어야, 그 자산을 팔아 하락 자산을 사는 리밸런싱이 가능해지고, 정신적으로도 버틸 수 있다.
어떤 포트폴리오든 장기 평균 수익률에 수렴하려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1종 오류의 괴로움: 오르는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을 때의 고통. 즉,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음"으로 인한 후회(FOMO).
2종 오류의 괴로움: 내려가는 흐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을 때의 고통. 즉,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함"으로 인한 손실.
자산배분 투자는 이 두 가지 괴로움을 동시에 줄이려는 시도다. 모든 상승을 다 잡지는 못하지만, 큰 하락에 맨몸으로 맞지도 않는다.
적립식 투자에는 특유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
초반에는 심리적 이유로, 후반에는 물리적 이유로 — 결국 투자 기간 전체 중 양끝 꼬리 기간일 수록(어린왕자에서 코끼리 삼킨 뱀의 머리와 꼬리) 최대낙폭(MDD)과 최장 손실 기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적어도 처음 2~3년은 검증된 분산 포트폴리오(저위험 중수익)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였다. 개별 주식이나 승부를 거는 식의 투자는, 충분한 경험과 공부가 쌓인 이후에 시도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한 책
윌리엄 번스타인,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김성일, 연금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홍진채, 주식하는 마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