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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때 조용한 사람이 무섭습니다

19시간 전

퇴근길 지하철.

옆 자리에 앉은 직장인이 휴대폰을 켭니다.

빨갛게 물든 수익률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회사 점심시간엔 "오늘 ㅇㅇ 종목 얼마 올랐다"는 이야기가 메뉴 추천보다 더 자주 들립니다.

회식 자리에서는 "마통 한도 한 번 더 늘렸다"는 말이 마치 무용담처럼 오갑니다.

 

그 풍경 속에서, 적금 통장 하나만 들여다보는 내가 왠지 한 발 뒤처진 것 같습니다.

'이러다 나만 거지 되는 거 아닌가.'

마음 한편이 무거워집니다.

 

 

사상 최대치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풍경

 

올해 코스피는 연초 4,300선에서 출발해, 5월 8,000선을 밟고 6월엔 한때 9,000선까지 올랐습니다. 

반년 만에 두 배 넘게 오른 셈입니다.

 

같은 시기 신용융자 잔고는 36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고요.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 5천억 원까지 불어, 2023년 1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시장에 올라타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숫자 뒤에는, 사람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는 다른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역대급 불장'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하고 오히려 손실을 본 종목과 계좌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지수는 올랐지만 모든 종목이 같이 오른 게 아닙니다.

 

그러나 SNS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건 빨간색 수익률 화면뿐입니다.

손절한 계좌를 캡처해서 자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회식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한 방 먹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되지만, "이번에 다 날렸다"는 친구는 그냥 조용히 술잔만 비웁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한 줌의 성공만 보고, 그 뒤에 가려진 다수의 손실은 거의 못 본 채로 시장을 판단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사회적 증명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이건 안전하다"고 믿게 되는 마음의 지름길.

 

문제는 이 지름길이, 시장에서는 가장 위험한 시점에 가장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진짜 자산가들이 이때 단 하나만 하는 일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해외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가 매년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같은 펀드에 들어간 '펀드 자체의 수익률'과 '그 펀드에 투자한 사람의 평균 수익률' 사이에는 항상 격차가 존재합니다.

펀드는 그대로 두면 일정한 수익을 내는데, 그 안에 있는 투자자들은 '오를 때 사고 떨어질 때 파는' 행동을 반복해서 결국 더 낮은 성과를 가져갑니다.

 

같은 시장, 같은 상품인데 누군가는 자산을 키우고 누군가는 자산을 깎아 먹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로 자산을 키워온 사람들은 지금 같은 장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요?

 

첫째, 시장이 시끄러울수록 더 조용해집니다.

회식 자리에서 모두가 종목 이름을 외칠 때, 그들은 듣고만 있습니다.

매도도 매수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말이 시장의 모든 고점에서 똑같이 들려왔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둘째, 빚을 절대로 '기회 비용'으로 합리화하지 않습니다.

대출 이자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으니까 빚을 내도 된다, 이런 계산이 가장 위험한 계산이라는 걸 그들은 압니다.

수익은 변수지만 이자는 상수입니다.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 변수는 사라지고 상수만 통장에 남습니다.

 

셋째, '시세'보다 '내 현금 흐름'을 먼저 봅니다.

오늘 내 자산이 얼마인지보다, 이번 달 내 통장에 얼마가 남았는지를 더 자주 확인합니다.

자산은 흔들려도, 현금 흐름은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 둡니다.

 

 

5년 뒤, 같은 1억의 두 갈래 길

 

30대 직장인 A씨는 자기 자금 5천만 원에 신용융자 5천만 원을 더해 1억 원을 반도체 한 종목에 넣었습니다.

6개월간 30% 수익. 통장에 1억 3천만 원. 회식 자리에서 한껏 자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이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담보비율이 깨지면서 일부 강제 매도가 일어나고, 매수 평균가에서 한참 아래에서 정리됩니다.

신용 이자와 거래 비용까지 빼고 나면, 손에 남는 건 시작했을 때보다 적은 금액입니다.

 

같은 시점, B씨는 같은 1억 원으로 자산 배분 ETF에 매달 분할 매수했습니다.

같은 6개월간 화려한 수익률은 없습니다.

옆자리 A씨의 자랑을 들으며 몇 번이고 흔들립니다.

그러나 변동성 구간을 다 통과한 5년 뒤,

원금은 줄지 않았고, 이자 부담도 없으며, 시장이 평균에 수렴한 시점에 자산은 천천히 쌓여 있습니다.

 

화려한 6개월은 A씨의 몫이지만,

조용한 5년은 B씨의 몫입니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는 세 가지

 

지금 시장의 소음 속에서 우리가 진짜 가져야 할 질문은,

'남들만큼 수익을 내고 있는가'가 아닙니다.

'오늘 밤 잠을 푹 잘 수 있는가'입니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스스로에게 세 가지만 물어보세요.

(1) 이 돈은 내 돈인가, 빌린 돈인가 

(2) 내일 30% 빠져도 내 일상이 그대로 굴러가는가 

(3) 5년 동안 들고 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가

 

세 질문 중 한 번이라도 '아니오'가 나온다면,

그건 자산을 불리는 투자가 아니라, 불안에 지불하는 비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스피 8천 시대.

회식 자리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 5년 뒤 가장 멀리 가 있을지 모릅니다.

 

저 역시 가족이 잠든 새벽, 적금 통장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며 그렇게 매일을 채워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한가하게 자산이 일하게 두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댓글

작은마당
19시간 전

불안에 지불하는 비용! 매수버튼 누르기전 꼭 저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삶은일기
19시간 전

천천히 쌓이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단단히 이어갑니다💛 매수 후 불안이 아니라 늘 웃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집심마니
19시간 전

화려한 6개월보다 조용한 5년이 훨씬 대단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모두가 상승을 이야기할 때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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