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스쿨 중급반 원씽 독서 후기[열반스쿨 중급반 35기 134조 세누]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에서 ‘원씽’을 접했다.

나는 수년 동안 시간 관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불렸지만 정작 현실에서 내 삶은 시간에 쫓기며 허덕였다. 직장에서 자투리 시간과 퇴근 후의 여가 시간은 촘촘히 계획된 매일의 ‘꼭’ 해야 할 것으로 채워졌고 피곤하고 버거운 순간에도 목록을 하나씩 지워가며 ‘충실한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 일상에서 과업의 무게는 점점 더해졌고 나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위기가 엄습했다.

 

지난 가을 나는 문득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m 달리기도 한 적 없는 내가 달리기라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가능한 일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신기하게도 바로 다음 날 새벽 5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운동복을 챙겨입고 밖에 나가니 처음으로 맡아보는 신선한 공기에 정신이 깨었고 5km를 쉼 없이 달렸다. 나에겐 단거리 마라톤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거북이 달리기 정도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침 운동 후 흘린 땀 때문인지 하루 종일 상쾌하고 몸이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연속 2달을 달렸다. 올해 초까지 베이징에서 지낸 나는 최근 매일 새벽 달리기를 통해 그동안의 중국 생활과 아쉬움, 나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할 수 있었다. 주변인들은 그나마 여유있는 새벽시간까지 달리기로 채워버리면 도대체 언제 쉬냐며 제발 여유를 가져라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다 맞는 말이었다. 나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쌓이기만 했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제일 힘든 것은 나였지만 나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내 머릿속에는 ‘자기관리’, ‘인내’ 등 나를 더 답답하게 하는 단어들로만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새벽 달리기’는 나를 더 이상 고달프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을 정리하고 복잡하게 얽힌 굴레를 푸는 열쇠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달리는 날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인가?’라는 생각이 매일 아침 달리기의 화두, 원씽이 되었다.

‘원씽’에서는 성공에 관한 잘못된 여섯 가지 믿음을 말하는데 이것은 내가 지금껏 철저하게 믿어왔던 것들이다. 그 페이지를 읽는 순간 허무함이 밀려왔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위로도 되었다. ‘내 노력은 잘못한 게 없었을 텐데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책을 덮을 수 없었고 내 인생이라는 긴 터널에서 ‘원씽’을 고민하게 해주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도미노의 애매한 위치에 놓아두었던 것에 대한 후회도 많지만 여러 개의 단거리 경주를 계속해서 내 인생의 장거리 경주를 완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user-avatar
민들레라user-level-chip
24. 02. 21. 17:00

세누 작가님,,, 글 너무 잘 쓰시는거 아녜용?! 책읽는 것 같았네요 대박이예요!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 부터가 시작이더라구요. 오래오래 달리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