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스쿨 돈의 속성 독서 후기 <열반스쿨 39기 77조 반다르>

나는 중동, 타고난 장사꾼들의 나라에 살고 있다. 어디든 흥정이 많고 백화점에서도 흥정이 가능한 나라에서 산다. 오늘 아침 일찍 은행에 갔다. 은행에 가면 기다리는 것이 싫어 은행이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일찍 은행을 찾았다. 그럼에도 대기자가 많다. 내 순서를 기다리며 <돈의 속성>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은행 매니저가 다가와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 했다. 아마도 동양인 여자가 아침부터 은행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책에 코를 박고 있으니 그 모습이 신기했나 보다. 내가 책 표지를 보이며 설명을 하려는 순간, 그가 책의 제목에서 <돈>을 읽는다. 한글로 돈을 알다니, 역시 은행 매니저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그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 “그래서 너는 돈이 뭐라고 생각해?”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두서 없이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지금 내가 뭐하고 있지라는 자각과 챙피함을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솔직하게 아직 책을 다 읽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말대로 좋은 돈과 사귀고 싶다는 말을 했던거 같다. 내 민망함을 눈치챘는지 은행 매니저는 돈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나의 말에 동조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돈을 감사함과 소중한 것이며 인연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주 적절한 순간에 내 차례를 알리는 종이 울렸고 나는 그 매니저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 중동의 어느 은행 매니저의 말이 이 책의 저자인 김승호가 이야기하는 것과 맥락이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좋은 돈과 친한(?) 사람들은 국적과 인종 그리고 나이 성별 그리고 종교를 떠나 이미 돈의 속성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승호의 <돈의 속성>은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돈이 이 책의 주된 소재이자 중심이지만 돈을 추구하는 책이 아니라, 좋은 돈이 따라 오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돈은 인격체다. (중략) 돈은 법인보다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인격체다. 어떤 돈은 사람과 같이 어울리기 좋아하고 몰려다니며, 어떤 돈은 숨어서 평생을 지내기도 한다. 자기들끼리 주로 가는 곳이 따로 있고 유행에 따라 모이고 흩어진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붙어 있기를 좋아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겐 패가망신의 보복을 퍼붓기도 한다. 작은 돈을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선 큰돈이 몰려서 떠나고 자신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는 사람 곁에서는 자식(이자)를 낳기도 한다. 이처럼 돈은 인격체가 가진 품성을 그대로 갖고 있기에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겐 돈이 다가가지 않는다.”

 

저자의 말에 나는 동조할 수 밖에 없었다. 돈이 인격체라는 말이 낯설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의 돈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돈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지만 존중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큰 돈을 마땅히 보내야 할 곳을 알지 못했으며, 간혹 돈을 이용해 사치를 부렸고 더욱이 나는 내가 돈의 노예라 생각을 하며 짐짓 돈이 마치 악덕 업주로 나에게 갑질을 한다고 신세를 한탄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단 하나 돈의 갑질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 생각을 하곤 했다. 

 

김승호는 투자의 비법을 이야기 해주지는 않지만 더 귀한 이야기를 해준다. 바로 좋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아이가 어떻게 하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냐고 물어 봤었다. 그때 나는 아이에게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네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기 위해서 매너를 지 킬 것, 밝게 인사할 것, 깨끗하게 씻고 다닐 것(당시 아이는 씻기를 정말 싫어했다!!), 기다려 줄 것 등을 이야기 해줬다. 하지만 그 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는 아이에게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것을 이야기 해줬다.

 

어쩌면 김승호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가 어린 나의 아이에게 해줬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좋은 돈과 사귀기 위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검소하고, 근면해라. 탐욕에서 벗어나라. 책을 읽어라,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 해라, 세상을 보는 나만의 눈을 가져라, 사소한 습관이 너를 만든다 등의 그의 조언은 내가 어린 나의 딸에게 해줬던 말이 아니던다가! (물론 정작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을 더 키우기로 했다. 세상에는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 사이에 돈도 같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가 왔다. 너무 늦게 알아 아쉽지만, 어쩌면 이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남의 말을 경청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앞으로 나는 좋은 친구(돈)을 사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 따르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내 자신을 성장 시킬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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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user-level-chip
24. 08. 10. 09:31

와 반다르님 ! 정말 글을 잘 쓰시는거같아요 전 독서 후기를 쓸때 글귀 요약을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 독서를 많이해보신거같습니다 !! 이번 독서 토론이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

짱님user-level-chip
24. 08. 12. 13:28

반다르님 작가같아요~^^ 멋진후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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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해user-level-chip
24. 08. 13. 12:42

반다르님~~멋진 후기 잘 봤습니다 저도 좋은 친구가 따르는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