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스쿨 중급반 몰입 독서 후기 [열반스쿨 중급반 39기 60조 3건주]

 

나는 어렸을 때 독서를 아주 좋아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항상 친구들과 다르다고 따돌림을 받던 나에게는, 책이 유일한 현실 도피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독서를 할 때에 나는 말 그대로 다른 우주에 있었다. 

그저 활자를 넘어 때론 모험의 영웅이기도,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또 사악한 천재이기도 했다. 

주연이며 조연이었고, 

들판의 이름모를 꽃

전쟁터의 빛나는 칼날

별빛 가득한 밤의 쾌청한 내음

그 모든 것이었다.

 

창조주와 창조물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순수한 자유요, 기쁨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독서로 보내며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동이 틀때까지 밤을 새우며 책을 읽고,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몰래 책을 읽던 나는 학교에서 독서 금지령까지 받았다. 이후 학교에서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도 하루종일 집에서 읽은 책 생각만 하며 멍하니 있던 나는 선생님께 문제아로 낙인찍히곤 했다. 

전형적인 활자중독이었다. 

 

 

‘독서 금지령’을 받은 후 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진 나는 점점 책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다시 독서를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 전이다. 

 

 

그러나 책을 읽을 때 세상이 아득해지며 다른 차원으로 빨려들어가는 그 느낌, 몰입과정의 짜릿함을 갈망하던 나는 곧 다른 출구를 찾았다. 온라인 게임이다. 단언컨데 내가 어렸을때 게임만 안했어도, 그리고 그 몰입의 출구를 공부로 돌렸다면 하버드를 가지 않았을까 싶다. ㅋ 게임 중독이 꽤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후에는 외부적인 요인에서 몰입할 요소를 찾았다. 바로 ‘회사’이다. 

필요한 기술을 익혀 정해진 기한 안에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평가를 받는 것은 게임의 퀘스트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책에서 언급한 전형적인 ‘수동적 몰입’ 이다. 이러한 수동적 몰입은 재작년/작년에 정점을 찍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 후 하루에 스무시간 넘게, 일주일에 7일동안 미친듯이 업무에만 집중했다. 

1년동안 365일, 단 하루의 휴일도 휴가도 없이 일했다. 

업무도, 산업도 다른 곳에서 그 정도 노력은 당연한 일이었다. 

워라밸은 나와 상관없는 단어였다. 

‘무능하면 잘린다’는 공포에 밥먹을때도, 잠잘때도, 심지어 화장실을 가거나 샤워를 할 때에도 항상 핸드폰을 가져가 업무 모니터링을 했다.(진짜 미친 짓이었다.) 그렇게 나의 일상은 가족도, 친구도, 취미도 없이 일로만 점철되어 갔다. 

회사는 나의 아기였고, 원씽이었고, 작품이었다. 일 빼고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의 상사는 정말 유능하고도 잔인한 사람이었다(지금도 매우 존경하고). 

질주하는 경주마와도 같던 상사의 업무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무식하게 노력하는 수밖에는 답이 없었다. 

새벽 두시 반에 이틀이 걸리는 자료를 ‘지금 당장’, 또는 ‘한시간 안에’ 만들어 달라는 전화를 받는 것은 예사였다. 나는 외부적인 요소로 인해 강제 몰입을 당했음에도, 정확한 목표/데드라인이 정해지면 어떻게든 해내곤 했다.

팩트 백린탄 폭격기와도 같던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이 죽을만큼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항상 해내는 내 자신이 대견했다. 

노력을 쏟은 만큼 회사가 점점 더 사랑스러워졌다. 

회사 내 평판도 좋아졌다. 

짜릿했다. 

 

 

상사는 내가 주어진 일을 뚝딱 해낼 때 ‘신내림 받았다’라는 우스갯소리로 표현하곤 했다. 회사에서 미션이 주어지면 처음에는 막막하다가도 곧장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일들을 했고, 결정내릴 것은 없어 시키는 일을 하기만 했다.) 

나중에 생각해도 신기했다. 생판 처음 듣는 자료를 만들 일이 생기면 처음에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그 생각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한 순간 머릿속에 만들어야할 자료의 전체적인 모양이 ‘사진처럼' 보였다. 그럴 때 내가 해야하는 일은 그 이미지가 휘발되기 전에 빠른 속도로 내 머릿속의 이미지를 노트북에 받아적고 수정하는 것 뿐이었다. 

 

 

이후 회사가 성장하고, 물리적으로 나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상사와 회사는 나의 업무를 나눌 새로운 직원을 세명 더 뽑았다. 

갑작스레 주말이, 휴일이, 저녁시간이 생긴 나는 당황했다. 

일 말고는 어떤 것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나 자신이 쓸모없어진 부품같이 느껴져 자존감이 떨어지고, 곧 극심한 번아웃이 왔다. 

 

 

번아웃이 오고 나서 느낀 것은 무서울 정도의 허무함이었다. 

그렇게 일할 시간에 나의 발전을 위해, 나의 자산을, 나의 미래를 위해 노력을 했더라면… 

예전처럼 일할 맛도 나지 않았다. 

일할 때는 쉬고싶다, 잠 좀 자고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일상에서 일이 줄어드니 내가 회사빼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감과 그와 같은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을 해도 기쁘지 않고, 일상이 항상 초조하고 모든 것이 회색빛이었다. 

나의 젊은 에너지를 불태워 회사에 바치고 하얗게 재만 남은 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팽개친 느낌에 눈물이 났다.

다시 내가 사랑하는 ‘올바른’ 대상을 찾고 ‘올바르게’ 몰입하고 싶었다. 

 

 

건강하지 않은 ‘수동적 몰입 중독자’의 말로였다. 

 

 

망망대해에서 돛단배처럼 방황하던 중 찾게 된 월부는 그러한 나의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시켜 주었다. 

표류된 포커스를 돌려 회사는 어쨌든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쳐주고, 나 자신의 인생을 위한 목표 설정과 그 방법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특히 이번 독서 과제가 그랬다. (열중반 신청 후 강의/과제의 메인이 독서라는 것을 알고 후회했는데 지금은 완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과제 도서 ‘몰입’은 내가 인생 전반에 걸쳐 가지고 있던 추상적인 질문 자체를 구체화하여 풀어주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마치 ‘원피스’가 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마냥 찾는 해적들처럼ㅋ) 내가 찾고 있던 ‘원씽’이 바로 몰입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인생에서 원하는 것에 ‘몰입’할 자유를 갈구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적 자유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몰입’ 상태를 즐긴다는 것을 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이러한 몰입 상태를 느껴봤겠지만, 나는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그 기분을 다시금 느끼게 해줄 ‘올바른’ 대상 자체가 무엇인지 몰랐기에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듯 찾고 있었다. 내가 주체가 아님에도 부여된 강렬한 ‘수동적 몰입’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올바른 몰입’이 무엇인지, 몰입을 위한 ‘올바른’ 방법을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다. 

내가 아는 몰입은 아주 어릴 때를 빼놓고는 환경에 의한 수동적 몰입밖에는 없었던 탓이다. 

 

 

책의 내용 중 ‘수면의 중요성’에서는 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도 저자처럼 3시간 자면 합격, 4시간 자면 불합격 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체 잠이 많은 나는 7~8시간보다 적게 자면 항상 피곤하고, 반대로 잠을 충분히 잤을때에는 게으른 인간이라는 열패감에 사로잡혀 하루를 보내곤 했는데, ‘수면의 중요성’을 읽고 나의 죄책감을 완전히 버릴 수 있었다. 

정상적인 수면시간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건강하며 권장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원씽에서도 나온다) 

 

 

‘선잠’ 부분과 건강한 몰입을 위한 ‘식습관’ 부분도 흥미로우며, 나는 이 부분이 서로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나는 최대한 낮잠을 피하는 편이다. 위에서 언급한 ‘수면시간에 대한 죄책감’도 있기 때문이다.

더하여 저자가 언급하는 선잠이 항상 몰입에 이어지는 생산적인 선잠이 아닌 경우도 있다. 

바로 혈당 스파이크에 이어 찾아오는 혈당 저하로 인한 식곤증이다.

 

 

다행히 아직까진 당뇨가 없는 것 같은데(작년 검사했을 땐 없었다) 탄수화물과 단 음식을 먹고 난 후면 어김없이 눈꺼플이 무거워진다. 아무리 몰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가짜 선잠’ 이라고 본다. 

충분한 식이섬유와 단백질로 식사를 하면 -혈당을 느리게 올리는 식단을 하면- 이러한 가짜 선잠은 없다. 

신체 매커니즘이 아주 기가 막히다. 신기하게도 정말 졸렵지가 않다. 이 경우에는 몰입을 할 때에 잠이 들더라도 건강한 선잠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의 중요성’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자가 언급한 대로 정말 심하게 몰입에 빠져들면 잠이 오지 않는다. 심장이 두근대고 머릿속에 토네이도라도 휘몰아치는 것처럼 랜덤한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정신이 또렷해지기만 하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운동과 루틴이다. 운동으로 신체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매일 일정한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 특정 시간에는 잠이 들고 깨어난다는 것을 두뇌에 각인시켜야 한다. 

요새 운동을 게을리 했는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책의 맨 마지막 장에서 소개되기도 했고, 읽는 동안 계속 물음표로 남았던 것이 바로 ‘천천히 생각하기’ 였다. 

도대체 어떻게 생각의 속도를 컨트롤하지? 

보통 나는 생각이 정말 미친듯한 속도로 여기 튀고 저기 튀기 때문에 그 생각의 흔적들을 캐치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제시해준 방법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편안한 자세로, 쫓기지 않도록 어떤 한 문제보다 좀 더 쉬운 문제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몰입하여 생각한다. (이 때 ‘원씽’에서 읽은 목표 narrow down/break down 하기가 도움될 것 같다.) 

100억이 목표라면 어떻게 100억을 만들지, 부동산이 그 수단이라면 부동산 취득방법에 대해, 그 방법을 모르겠다면 어떻게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 나는 이 때 나온 답이 ‘월부’였다. 나 자신 칭찬해!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번 ‘몰입’은 독서에 몰입이 되지 않아 좀 괴로웠다.ㅋ 책의 내용과 과거 나의 모습이 문단마다, 페이지마다 대입되어 자꾸 딴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태 그랬던 것처럼 독서후기를 짧게 적으려고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정~말 많아 또 ‘신내림 받았다’…ㅋㅋ 물론 이제는 알고 있다. 예전에 업무 중 ‘신내림’ 받았다고 생각한 것은 무슨 신비현상이 아니라 위기의식에 발동된 몰입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독서후기를 이렇게까지 적는게 맞나 싶은데 그냥 한풀이한다는 기분도 있고, 이렇게 적어놓지 않으면 이번의 독서소감과 배운 것, 느낀 것을 까먹을 것 같아(일회성이 될 것 같아) 삭제하지 않고 적는다. 

 

 

나에게는 막다른 문제에 막혀 힘들때마다, 또는 매년 연례행사로 보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인간의 두뇌는 정교한 수신기이다.’  

 

이번 몰입을 읽으면서 그것을 다시금 느꼈다. 우리는 외부환경에 노출되며 하루에 5만개가 넘는 생각을 하고 대다수를 잊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수신하고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는 내가 가진 수신기를 어떻게 다듬고 조정할지에 달렸다. 나에게, 나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생각이 주위 환경에 널려 있다고 한들 소용이 없다. 수신기를 제대로 맞춰야 제대로 된 환경-이 경우에는 월부-을 찾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수신되는 아이디어의 질과 폭을 넓힐 수 있다. 

 

 

몰입하여 월부를 찾아낸 나의 두뇌, 또는 내 자신이 월부를 받아들여 이를 통해 확장되고, 또 추천도서를 읽으며 인생의 질문에 대한 답 중의 일부를 찾아 또 그렇게 확장되고, 구체화되어 가는 것 같아 감동스럽고 감사하다. 

 

 

나에게는 목표가 있다. 

아직은 희미할지언정 월부와 함께 선명해진다. 

몰입하면 그 과정은 나에게 행복으로 남는다. 

 

 

그러니 즐기자!  

 

 

 

 

 

 

 

 

 

 


댓글


3건주님에게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