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내 집을 마련 할 때 부동산에서 소개해 주는 대로 전망 좋고 따듯한 분위기의 한강이 바로 앞에 보이는 아파트를 샀었다. 전세로 2년을 살았던 곳이라 위치나 지역은 그리 나쁘지 않고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곳이라 더 마음에 들었었더랬다. 사업도 자식들도 다 잘 돼서 나가는 집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씀하시는 아파트가 아주 좋아 보였다.
단지 바로 앞으로 한강 변 산책 길과 공원이 있고 동 간 간격이 시원시원한 아파트 사이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더 다른 것은 보지도 않고 홀리듯이 매수를 했다. 대단지 아파트 주거에 만족하며 살다 2018년 매도하고 목동에 반 전세로 들어갔다. 들어가서는 많이 후회했다. 살아보지 않은 지역을 조사도 없이 그저 직장과의 거리, 사장님의 권유만으로 결정하는 우를 범했다. 2년을 채우고 다시 이사했고 현재는 화곡동 깡통빌라전세에 산다.
핑계를 대자면, 부동산 활황기라 아파트 가격은 어마무시했고 그중 아파트식으로 지어진 신축빌라만 소개해주는 부동산 실장의 적극적인 설득과 산이 있어서 지금의 집을 덜컥 계약했으니 나는 호구 중에 호구였다.
지금까지 부동산 매매시 상황을 한 번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정리를 해봤는데 참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면서 남도 좋아해야 하는데 철저히 나만 좋아하는 곳으로 했었구나ㅠ
일하는 내내 어떻게 부동산에 전화할까만을 생각했다. 다음에 하자고 생각했다.
4시 넘으니 조장님으로 부터 다들 과제 마무리 잘하고 있는지 확인 톡이 왔다. 매물임장을 못하겠으면 전화임장이라도 꼭 하라고 하신다. 그래 다음에 해야지 아니고 전화임장이라도 하자고 생각하고 네이버부동산에 접속을 했다.
1주차 강의에서 내 예산에 맞는 단지 선정하고 예산을 초과하지만 돈을 조금 더 모으더라도 가고 싶은 단지를 선정했었는데 네이버 지도를 보면서 부동산을 골랐다.
전화를 한다. 글로 쓰는 것은 그나마 떨리지 않는데 말로 할 때는 멍해지고 두서가 없어지니 공책에 적었다.
배운대로 한다. 예산에 맞는 단지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고 예산 초과는 내가 이사 가고 싶은 곳으로 생각하고 전화통화를 했다.
나: 네이버에서 매물 보고 전화드렸어요. 통화괜찮으세요?
사장님: 아 네 괜찮습니다~
나: 지금 사는 곳이 역에 걸어가기에는 두 정거장 정도라 역이랑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알아보는 중에 사장님한테 평 상시 관심이 있던 단지의 매물이 나왔길래 전화드렸어요~(진땀난다)
---이때 녹음을 했다. 전화통화 끝나고 내가 뭐라고 하는지 다시 들어보고 다음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통화내용은
사장님께 내가 사는 지역에 전세 매물이 거의 없고(이렇게 얘기하니 사장님 신나셔서 당신 사는 아파트가 이래저래 그렇다. 하면서 다른 지역이랑 비교도 해주신다) 이리 된 김에 아이들도 전철타고 직장다니는 것도 힘들어하니 매매로 집을 보려한다.
내가 봐두었던 관심단지의 매물이 이거다( 얘기하니 그 집이 왜 싸게 나왔는지, 향은 어떤지, 지금 세입자 사정얘기, 집 상태 등 자세히 얘기해 주시고 주 변에 더 괜찮은 단지의 매물을 소개해 주신다)
오늘은 갑자기 전화해 집을 보러 가는 것은 힘들 것 같으니 다른 날 날을 잡아서 보자고 얘기
하면서 달달 떨리는 통화를 마쳤다.
수업을 듣는 내내 많이 반성했다. 진짜 한 두 푼도 아닌데 나는 정말 안일하게 집을 보고 사고 팔고 했구나.
마지막 라이브코칭때 사연이 소개되어(소개 될지 몰라 내 사정을 다 오픈하지 않고 대충의 내용을 적어 좀 궁금한거를 물어보는 과제하듯 했는데) 많이 놀랐다. 너나위님 심난해 하시는 모습에 내가 다 미안해지고 나를 혼내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진심이 있었다. 내 사정을 다 말 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 감사하다고, 마음 속 깊이 당신의 마음이 와 닿았다고 말하고 싶다. 진심으로 혼내주셔서 많이 많이 감사합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집을 사고 팔지는 모르지만 공부하고 배운 대로 실행해 더 이상 바보 짓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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