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남짓 너무 짧게 느껴진 코칭시간이었지만
마칠 즈음 시계를 보니
이미 예정보다 거의 두배의 시간이 흘러 있었습니다.
살짝 달뜬 흥분과 자신감,
더불어 묘한 긴장이 버무러진
복잡한 감정으로 돌아오던 차안에서
아내가 기어봉위 제손을 포개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합니다.
"자기야. 선생님 말씀 잘 듣자!"
네, 아내는 저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보호자면서
일상의 징징거림을 다 받아주는
저의 베프지만 소위 말하는 "월부인"은 아닙니다.
아내와 같이 코칭을 받으러 가는것에 대해
꽤 많이 고민했고
본인 역시 동행에 딱히 의욕을 보이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마스터선생님의 솔루션에
당황해서 어버버 하고 있던 저와는 달리,
무슨 말씀하시는지 찰떡같이 바로 캐치하고
강한 확신을 갖는 아내를 보며 좀 놀랬습니다.
이걸 선생님도 느끼셨는지
코칭끝나고 나가는 길에 제 아내 손을 꼭 붙잡고
저 양반 잘 좀 챙겨주시라고 당부를...
(이거슨 마치 엄마 모시고 간 학부모 상담. -_-;;)
제가 뵌 마스터 선생님은 따뜻한 진짜 어른이셨습니다.
투자자와 멘토로써
제 깜냥으로는 가늠도 안되는 성취를 이룬 분이시지만
"좋은 어른"이라는 표현이 딱 걸맞는
인품과 우아함이 대화 내내 느껴졌습니다.
상대를 편안하게 배려하는 차분한 어투와 겸손한 태도,
진지하고 애정어린 경청.
반면 녹음 파일을 텍스트로 옮기며
선생님과 너무도 대조적으로 비교되는
저의 대화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귀한 코칭시간 내내
저 라는 놈은 듣는것 보다 제 말하는데 몰두하느라
선생님 말씀을 중간중간 잘라먹으며 끼어들고
, 더 많이 말함으로써 더 많이 얻고자 했던
어리석은 욕심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코칭 준비하시는 분들,
부디 궁금하신 사항은 최대한 상세히 질문지에 쓰시고
코칭시간에는 가능한 대사를 자재하시고 멘토님 말씀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제 대사 치느라 잘라먹고 흐름 끊긴 멘토님의 말씀이 너무 아깝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고 ,
선생님께는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
"Turning Point"
높은 확률로 2023년 12월 7일이 제 투자생활,
인생전체에서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의외의 투자방향을 제시해주셔서
11개월전 이 바닥에 처음 발을 디딘 날처럼,
또 한번 급 선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생님의 인사이트에
머리에 불이 탁 하고 켜졌습니다.
궤도 전면 수정!
인생이 이래서 재밌는것 같습니다.
딱 적절한 시점에. 운명처럼(식상하지만 이보다 달리 적당한 표현은 없는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코칭을 받는 복이 찾아 왔습니다.
이제 겨우 11개월차,
정신없이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달려오다
몇달전 갑자기 멈추어 괜히 뒤를 돌아보며 속도를 줄이고 있었습니다.
또 스멀스멀 찾아오는 자조와 열패감.
젊고 액티브한 동료들을 보면서 느끼는 자괴감.
난 여태 머하다가 이 나이에 이러고 있나...
밑도 끝도 없이, 또 선생님 말씀의 중간을 자르며 여쭙습니다.
" 선생님, 근데. 저 잘하고 있는거 맞나요. 이렇게 하는게 맞나요??"
" 응, 아주 잘하고 계세요. 보세요. 지금 이자리에 왔자나요. 잘 못하는 사람은 그런 질문도 안해요.
근데..왜 본인이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말문이 턱하고 막힙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올뻔하며
온갖생각이 영화처럼 머리속을 스칩니다
. 가난했던 우리부부,
탈탈털어 3천만원으로는
수원변두리의 낡은 빌라밖에 갈 수 없었습니다
. 그런 곳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회사에선 저 뿐이었습니다.
가진게 없으니, 시작부터 다르니
따라잡을 가능성은 안보였고 그럴 생각 조차 안했습니다.
이기지도 못할싸움이니
시작조차 하지말자 생각했지요.
오히려 이후, 그 격차를 벌리게 될, 되도 않는 객기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난 돈 따위 관심없고 너희들과는 다른 가치에 만족하고 살거야.
그렇게 더 음악에, 밴드에 몰입하고
경제와 미래는 의도적으로 외면했습니다.
아이들과 아내의 미래는 생각안하고 저 좋은것만 실컷 하고 살아왔고
주변 동료들과의 경제적 격차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벌어졌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전 제 급여계좌의 비번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아직도 믿겨지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아버지의 소천,
머하고 다니길래 요새 얼굴이 이모냥이냐.
그와중에도 중년 아들 걱정만하시던 울 아버지.
빨리 성공해서 그렇게 좋아하시는 교회 가까이에 집 사드리고 싶었는데......
듀티님은 그 나이먹도록 뭐하셨어요.
이제부터라도 정신차리십시다. 를 예상했는데..
선생님께선 제가 이뤄놓은 "성취"가 많다고 하십니다.
응???? 내가 뭔 성취....
하나하나 조목 조목 짚어주시는데 반박이 안됩니다.
저같은 사람을 지금껏 수백명 만나셨을테니
제눈에 안보이는게 선생님께만 보이는건 당연할 겁니다.
제 삶이 썩 나쁘지 않게 보였고
무엇보다 제가 가진것 중 가장 완벽한 제 가족들에게는
이런 생각은 너무도 무례합니다.
충분히 열심히,
그리고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십니다.
그래서 지금 걷는 이길이,
이 방향이 틀리지 않았슴을
재차 확신하게 됬습니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죠.
근데 뭐 좀 늦음 어떻습니까.
"재미만으로 살 수 있을까요?
애키우는거도 맨날 이쁘고 즐겁지많은 않아요.
애 키우면서 내 민낱을 맨날 보게되요.
투자도 똑같아요. 필요하고 해야하니까 하는거에요.
소중하고 지켜야할 가치가 있으니까 하는거에요.
저도 재밌어서 8년을 한게 아니라 엄마니까,해야하니까 한거에요.
듀티님도 아버지로써 지켜야할것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거에요.
더 늦지 않게 ,50대 되기전에 이걸 깨달아서 다행이에요.
20대 30대 친구들보다 듀티님은 너무 많이 가지셨고 많은걸 일궈놨어요.
멀리서 봤을때 모두가 부러워 할 만한 삶이에요".
" 이제 1년 했자나요. 투자는 듀티님에게 아직 서툰분야에요.
벌써 잘 할 리 없어요. 신입사원이에요.
직장에서 지금 까지 거둔 성과처럼 몇년후면 투자에서도 반드시 잘하게 되요.
멈춰서 의심하면 그게 듀티님을 갉아 먹을거에요.
사색하고 점검하는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자꾸 돌아보고 의심하지 마요 .
그럴때면 중심 딱 잡히고 강한 아내분과 산책하면서 좀 쉬세요."
선생님을 만나
지금 저에게 필요한 두가지를 다 얻었습니다.
정확한 방향과 그 길을 갈 수 있는 연료,
연료가 바닥 나지 않게 초반에 무리해서 너무 밟지 않겠습니다.
가르쳐 주신것 빠짐없이 실천하겠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에는 제 어려운(^^) 닉네임을 부디 기억해 주시길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Epilogue>
처음 가본 월부아지트는
쾌적하고 푸근했으며
스텝들은 너무 따뜻하게 저희 부부를 환대해주셨습니다.
운좋게도 마침 방송날이라
월부레전드들을 첨으로 뵐수있던 행운도 있었습니다.
방송준비하시느라 바삐 오가시던
코크님과 보기님께는 목례로 어색하게 인사 드렸는데
커피 내리시느라 오래 머무르시던 너나위님께는
용기내서 인사드리고 사인도 청했습니다.
초면에 불편하셨을 수도 있는데
너무 밝게 맞아주시고
흔쾌히 멋진 사인 해주신 너나위님 감사합니다.
너나위님 아니었음.
제가 오늘 이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헤비듀티 드림.
댓글
헤비듀티님 감동적인 투자코칭 후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피드보다는 정확한 방향과 계속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말씀 공유해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꿈에 한 발 더 다가가는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