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1호기 전세 재계약을 마무리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계약서를 한 장 더 쓰는 일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걸 배우고 느끼는 과정이었습니다.
계약 만료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세입자분께 재계약 의사가 있으신지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 조금 예상 밖이었습니다.
“내 집 마련을 생각하고 있어서 계약 만료 전에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엔 순간적으로 조금 당황했지만, 금방 판단이 섰습니다.
현재 계약 만기일은 2025년 8월이고, 세입자분이 언급하신 퇴거 예상 시점은 2027년 상반기입니다.
즉, 1년 반 정도의 공백이 생기는 셈인데, 이 시점에서 새로 전세 계약을 하게 되면 보통의 2년 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니, 실질적으로 새 집을 계약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입자분 입장에서도 지금 집에서 계약을 연장해서 거주하시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리한 조건을 내걸지 않고, 자연스럽게 재계약을 제안드렸습니다.
다만 전세금 5% 인상을 함께 제시드렸죠.
그랬더니 세입자분께서 잠시 생각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답변을 듣고, 저는 인상된 금액이 다소 부담스러우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꼭 인상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세입자분은 그동안 집을 정말 깔끔하게 잘 사용해 주셨고, 합리적인 분이라 저는 이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전세금 인상때문에 그러신거에요? 편하게 말씀 주세요.”
그러자 세입자분께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본인이 오히려 100만 원 단위를 절삭하고 인상한 새로운 제안 금액을 주셨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이후 계약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계약서에 한 가지 특약을 추가했습니다.
“세입자는 2027년 상반기에 퇴거할 수 있다.”
법적 효력이 있는 조항은 아니지만, 서로의 상황과 이해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해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과정을 통해 중요한 점을 하나 느꼈습니다.
2022년에 이 집을 매입할 당시에는, 4년 후인 2025년의 지역 공급 상황이나 세입자 흐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습니다.
운이 좋게 이번 재계약은 잘 풀렸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최초 임대 이후의 재계약 가능성까지 시나리오로 고려하며 투자에 접근해야겠다는 점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확실히 알게 된 점은,
부동산 계약은 숫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좋은 세입자를 만나는 것, 그분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좋게 유지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단순히 ‘관리’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중요한 투자 행위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체감했습니다.
계약이 마무리된 후, 세입자분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집은 계속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고, 혹시 나중에 보여주셔야 할 일 생기면 정리 잘 해두겠습니다.”
이 한마디에 피로가 싹 풀렸습니다.
계약서보다 더 값진 것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단기 수익률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람을 보고, 관계를 이어가며, 미래를 설계하는 투자자로 한 걸음씩 나아가겠습니다.
댓글
결국 사람과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센디님 복기글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센디님의 매번 대응이 정말 깔끔하고 합리적이면서도 인간적으로 느껴져요! 저도 전세 재계약이 다가오는데 이런 경우의 수들을 생각하면서 준비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