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스테이블 코인은 이름 그대로 "안정적인(Stable)" 가치를 가지는 암호화폐를 말합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 변동이 심한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특정 자산의 가치를 추종(Pegging)하여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어떠한 자산과 연동하느냐에 따라서 스테이블 코인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달러를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1 USDT(테더)는 1 미국 달러의 가치를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코인 발행 기관은 발행된 코인 수만큼의 달러를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단기 국채에 투자합니다.

미국에서 달러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확산된다는 의미는 앞으로 자산시장에 거대한 변화가 생길 것임을 의미합니다.

1. 자산을 사고파는 것이 쉬워집니다.

스테이블 코인 확산의 핵심은 거래가 쉬워지고 거래비용이 급감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중국의 한 자산가가 한국의 부동산을 사고 싶어 합니다. 중국 자산가가 한국에 집을 사려면, 일단 현실적으로 한국에 있는 은행에 계좌가 있어야 합니다. 계좌를 보유해야 계약금, 잔금 등을 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이 있으면 은행 계좌가 없어도 됩니다. 아파트를 팔고자 하는 집주인의 전자지갑 주소만 알면 됩니다. 아울러,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부동산 중개인과 법무사가 필요 없어집니다.

한국인이 미국에 집을 사고 싶을 때도, 미국에 은행 계좌 개설 없이도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중간에 비싼 중개인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도 없고 송금하기 위해 비싼 송금수수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두 가지 사례에서 느낄 수 있는 사실은 전 세계 자산에 전 세계 사람들이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미래에는 가치 있는 부동산의 가격이 더욱 오르고, 그렇지 못한 부동산의 가격은 더욱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우리 부동산 시장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의 주요 수요자는 우리나라 국민입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외국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부동산 투자를 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고가의 비싼 아파트 같은 경우에도 토큰화(지분을 나누는 것)시켜버리면, 누구든지 소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고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이 60억 원인데, 이를 혼자 매수하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60명의 사람이 이 아파트의 지분을 60개로 쪼개서 아파트 한 채를 매수합니다. 그리고 거래 내용은 블록체인화 하여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향후 아파트 가격이 60억에서 120억으로 오르면, 투자자들은 각각의 지분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보유한 지분을 팔고 싶으면, 다른 사람에게 팔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렇게 고가 부동산을 토큰화하여 여러 명이 동시에 구매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이후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은 전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순위 10위 권 안에 드는 도시입니다. 교통, 인프라, 교육, 의료, 생활 편의 시설들이 타 도시와 비교해서 상당히 우수하며,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도시 주택 가격에 비해서는 아직 저렴한 편입니다. 2024년에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민 간 국가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국가 인지 알 수 있습니다.
 

2. 기축 통화(미국, EU 등) 이외 국가들은 통화 주권 상실 가능성이 높다.

2014년에 러시아에 주재원으로 파견되었습니다. 러시아에 도착해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느낀 점은 골목마다 환전소가 즐비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상해서 현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러시아 사람들은 루블화 가치가 너무 심하게 변하기 때문에 월급을 받으면, 달러로 환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탄생한 배경과 비슷합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너무 심하게 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암호 화폐를 사고 팔 때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CIS 권에 속하는 국가들의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해당 국민들은 월급을 받으면, 바로 달러로 바꾸어서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려 했습니다. 국가는 국민들이 너무 많이 환전할 경우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환전 수량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로 송금하는 것도 철저하게 막았습니다.

하지만,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확산될 경우 이 모든 정부의 노력이 허사가 됩니다. 왜 굳이 달러가 아닌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 환전하지?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달러 환전 수량을 법으로 제한하고 외환관리법 등을 통해서 돈을 국외로 송금하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금융망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환전 수량과 국외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환전 수요가 증가하면 수요와 증가의 법칙에 따라 환전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증가합니다. 예컨대, 1달러에 1350원 하던 달러 가격이 환전 수요가 증가하면 1500원으로 증가합니다.

한국의 원화는 제3세계 통화보다는 제법 안전한 통화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떠한 나라보다도 증여세와 상속세가 높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현재도 자식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유학 자금을 보낸다는 명목으로 국내 자금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식의 유학비로 송금하는 달러에 대해서는 송금한도에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3. 부동산 조각 투자 활성화 (Real Estate Tokenization)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고액의 부동산을 소액으로 나누어 투자하는 조각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소액 투자자들의 부동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스마트 계약과 연동하여 부동산 거래의 계약, 결제, 소유권 이전 등을 자동화하고 간소화하면, 부동산 거래가 더욱 쉽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단, 부작용도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이 너무 자유롭고 규제가 미비한 경우, 투기 자금이 유입되어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향후 암호화폐 담보 대출이 활성화되면, 정부가 이를 막을 수는 없게 됩니다. 한국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곳에서 대출을 받아 한국 부동산을 코인으로 매수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우려했듯이, 규제되지 않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자본 유출입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이미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시작된 이상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바꿀 수 없다면, 누구보다 빨리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장단점을 조율해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총정리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안정적인 암호화폐로, 법정화폐(주로 달러)에 가치를 고정합니다. 이는 국경 없이 쉬운 자산 거래를 가능하게 하여, 은행 계좌나 중개인 없이도 해외 부동산 구매를 가능케 합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인이 가치 있는 부동산 자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서울처럼 살기 좋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 확산은 자본 유출입 통제와 같은 국가의 금융 주권을 약화시킵니다. 그리고, 규제되지 않을 경우 투기성 자금 유입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 거대한 변화를 미리 이해하고 연구하여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은 올리고 단점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제미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