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은퇴'라는 단어가 젊은 세대에게도 유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1980년대만 하더라도 회사에 입사하면 평생 동안 그 회사에 다니는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필자 아버지의 경우 S기업에서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평생 동안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셨다. 하지만, 평생 직장의 개념은 90년대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바뀌었다.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사람들을 자르기 시작했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났다. 하루 아침에 실직한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났고, 평생 직장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혼돈에 빠졌다. 당시 도서관에 가면, 갈곳이 한 순간에 사라진 40~50대 가장들로 넘쳐났다. IMF당시 사람들은 회사가 우리의 인생을 평생 책임져 주지 않는 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자란 세대가 필자를 포함한 X세대 들이다.

사회가 혼란스럽던 당시 서점의 베스트 셀러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었다. 저자는 최대한 빨리 ‘노동 소득’에서 벗어나 ‘자본 소득’으로 옮기라고 외치고 있었다. 수능을 마치고 서점에서 처음 만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필자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친한 친구를 통해 자본 소득의 중요성을 처절하게 체험했다. 입학 당시 필자는 부모님의 아파트를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유학을 했고, 미국에서 만난 친구는 입학 당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입학과 함께 집을 매수했다. 졸업할 때 즈음 친구는 미국 유학 때 사용했던 돈 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 갈 수 있었고, 필자는 결론적으로 유학비는 유학비 대로 쓰고, 매도 했던 부모님의 아파트는 천정 부지로 올라,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최근에 집 근처 교보문고에 가보면, 재테크 관련 서적 들이 서점의 1/4정도 메우고 있다. 서점 매대에는 '파이어족'이 되는 법을 다룬 책들이 가득하고, 점심시간 카페에 모인 직장인들의 대화 주제는 어김없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흐른다. 그 모든 담론의 끝에는 항상 단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그래서, 대체 얼마가 있어야 은퇴할 수 있을까?"다. 필자 역시 방송 인터뷰나 강의 때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작가님은 은퇴하실 때 얼마가 있으셨나요?”다.
요즘 유튜브 채널을 보면, 돈 많이 번 사람들의 이야기로 콘텐츠가 넘쳐 난다. 누구는 10억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30억은 있어야 노후가 보장된다고 겁을 준다. 마치 정답지가 있는 시험처럼 우리는 책과 유튜브 속에서 답을 찾으려 헤매인다.
금융계에서 고전처럼 내려오는 공식이 있다. 바로 '4%의 법칙' 혹은 '25배의 법칙'이다. 1년 생활비의 25배를 모아 연 4%씩만 인출해 쓰면 원금을 보존하면서 평생 살 수 있다는 논리다. 단순 계산으로 한 달에 400만 원, 즉 일 년에 4,800만 원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12억 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하다. 이 법칙의 기본 바탕은 연간 4%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4%의 수익만 빼서 쓰자는 이야기다.
이 숫자를 마주하는 순간, 평범한 직장인들은 압도당한다. "한 달에 100만 원 저축하기도 힘든데 12억을 어느 세월에 모으나?"라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결국 은퇴는 이번 생에는 불가능한 신기루처럼 느껴지고, 우리는 다시 무기력하게 출근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재테크를 포기하고 그냥 하루 하루의 행복을 누리는게 더 낫다며, 자잘한 소비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맞는 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하루 하루의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삶도 좋다.
하지만 여기서 묻고 싶다. 왜 자본이 겨우 연 4%의 수익률만 낼 것이라고 가정해야 하나? 우리가 투자하고자 하는 미국 주식 시장은 정체된 시장이 아니다. 인류의 혁신을 이끄는 수많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시장이다. 자산의 성장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당신이 감옥처럼 느끼던 그 숫자는 절반, 혹은 그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래가 불투명한 중소형 잡주(?)에 투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형 우량주들을 활용해서도 높은 연간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한달에 500만원이 필요한 사람은 25배 법칙에 따르면, 15억원(연간6000만원 X 25배)이 필요하지만, 연간 12%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5억원만 있으면 된다(5억원X12%=6000만원). 6,000만원 중에서 4,000만 원(월 약 330만 원)만 생활비로 쓰고 남은 2,000만 원을 다시 재투자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활비를 충분히 쓰면서도 당신의 원금은 매년 2,000만 원씩, 그리고 복리의 마법을 타고 더 가파르게 불어난다.

연간 12%의 수익률이 달성하기 힘든 수익률일까? S&P500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12% 정도 된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만 매수해도 달성 가능한 수익률이다. 해당 수익률은 최근 연도로 올 수록 연평균 수익률은 더 증가한다. 나스닥 100 지수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은 S&P500지수 투자보다 더 높다.
그러면,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최근 미국 정부의 행보를 보면, 시장 자본주의에서 국가 자본주의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가 자본주의란 자본의 흐름을 국가가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가 생각하기에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지원금과 세재 혜택등을 통해서 육성하고 지원한다.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산업이 국가가 밀어줘야할 산업이라고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관련 기업들은 S&P500과 나스닥 지수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필자가 이번 장에서 하고 싶은 말은 은퇴하기 위한 10억원, 20억원이라는 금액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는 것이다. 목표 금액이 높은 것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너무 높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기 쉽다. ‘이번 생은 틀렸어!’라고 어린 나이에 포기하고, 작고 소소한 지출에 익숙해 지기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시작해서, 작은 자본으로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면 좋을 것 같다.
필자가 투자를 하면서, 경험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투자기간이 길어질 수록 자본이 기하 급수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육아휴직 시절 푼돈으로 시작한 투자가 무럭 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투자 만으로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만 쉬어도 나가던 돈들이, 반대로 숨만 쉬어도 생겨나는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심리적 은퇴’를 할 수 있게 된다. 심리적 은퇴는 진짜 회사를 관두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은퇴한다는 말이다. 심리적 은퇴를 마치고 나면,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된다. 회사에서 상사의 잔소리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공포도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못하게 된다. 이때부터 당신이 벌어들이는 노동 소득은 '먹고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아니라, '자본을 더 빠르게 키우기 위한 영양분'이 된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니 성과가 좋아지고, 역설적으로 회사를 더 즐겁게 다닐 수 있게 된다.
두명의 작곡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명의 작곡가는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곡을 쓴다. 또 다른 작곡가는 내가 너무 쓰고 싶은 곡만 쓰고, 평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누린다. 두 명의 작곡가에게서 탄생한 곡 중에 어떠한 곡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 아마도 가벼운 마음으로 곡을 쓴 두번째 작곡가의 곡이 대중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제 다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얼마가 있어야 은퇴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연 2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 근육을 키웠고, 월 300만 원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에게 필요한 돈은 20억원이 아니라 단 2억원으로도 충분하다. 2억 원은 막연한 꿈의 숫자가 아니다. 5년, 혹은 10년의 집중적인 투자와 절약으로 충분히 손에 쥘 수 있는 현실적인 숫자다.
특히, 결혼 전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을 때가 2억원을 최대한 집중적으로 모으기 정말 좋은 시기다. 부모님 집에 있으면, 월세, 식비, 인터넷 비용 등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독하게 마음을 먹으면 한달에 적어도 200만원에서 300만원은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한다면, 5~6년 뒤에 2억원은 충분히 모을 수 있다.
일단 1억 원부터 시작해 본다. 1억원을 처음 달성하는 순간, 투자가 전 보다 훨씬 재미있어 진다. 내가 잠든 사이 주가가 3%만 올라도 평범한 직장인 월급이 하룻밤 만에 불어나는 '마법'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하루 아침에 300만 원이 증발하는 고통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고통이 싫다고 바로 주식을 매도하고,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면 안된다. 진정한 자본 소득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주식 시장의 파고를 잘 견뎌내야 한다. 시장의 소음을 잘 견디고 기업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면, 언젠가 주가가 오른 다는 경험을 해 보아야 한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삶이 가벼워진다. 돈에 대한 집착이 점점 줄어든다. 주식이 떨어진다고 불안해 지지 않게 된다. 오히려 주식이 떨어지면, 좋은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가슴이 설레게 된다. 사계절이 순환하듯, 주식 시장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지금 혹시 겨울이 길어져 너무 힘들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제 따뜻한 봄이 다가올 날이 머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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