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후기

#085.[독서]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최성락 저) [워렌부핏]

  • 25.07.27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도서명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저자명최성락
독서기간

2025.06.26

~07.02

출판사월요일의꿈
핵심키워드#경제적자유 #파이어족 #은퇴 #주식 #재테크 #연금 #꿈점수9/10

 


1.목차

 

들어가는 글 파이어족으로 2년을 살아보니

 

1장 | 교수, 대학이라는 직장을 버리고 파이어족이 되다

 

‘직장 그만둘까?’ 고민이 시작되다

그런데 꼭 교수를 그만두어야 하나?

50억 원, 이 돈으로 충분할까

‘월세 받으면서 살기’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던 이유

퇴직, 고민 끝에 드디어 결정하다

주변에 알리기

퇴직할 때까지, 정말 하기 싫었던 직장 생활

 

2장 |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소소한 것들

 

퇴직금 1억 6,000만 원을 받고 나서 알게 된 것

미처 몰랐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또 다른 얼굴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로 알게 된 한국 금융기관들의 문제점

교수님? 소장님? 박사님? 호칭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연락은 없어지고, 시간은 남아돈다

파이어족은 그냥 은퇴한 사람일 뿐이었다

 

3장 |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좋은 점

 

싫어하는 일 하지 않기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알게 되다 1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알게 되다 2

자본주의가 뭔지 비로소 깨닫다 1-투자자의 중요성

자본주의가 뭔지 비로소 깨닫다 2-샐러리맨, 자영업자와 자본가의 차이

일상생활에 대한 통제력-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 보내기

부자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되다

 

4장 |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나쁜 점

 

혼자 있기

모든 문제는 나의 선택, 나의 책임

전에는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해야 하는 일들

“돈 때문에 접근하는 것 아닌가?”-인간관계에서의 부작용

성격적으로 망가지기 딱 좋다

성과! 성과! 성과!-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

 

5장 |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들었던 대표적인 질문들

 

“교수 그만두고 앞으로 뭐 할 건데?”

“파이어족이 되다니, 꿈을 이뤘구나?”

“파이어족이 되고 난 후 행복해졌어?”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까?”

 

6장 | 파이어족이 되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 ‘돈, 돈, 돈’

 

예상했던 지출 목표보다 더 많이 쓴다

돈을 벌기 위한 투자, 돈을 지키기 위한 투자

곳간 헐어 생활비로 쓰다

사행산업, 난 이쪽 분야 사람이었다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 투자하라는 사람

돈 문제는 계속된다!

 

7장 | 파이어족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기

 

나의 하루, 어느 아무 약속 없는 날

크로노스의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

파이어족이 되는 걸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나?

파이어족이 되면 곤란한 사람, 파이어족이 되어도 괜찮은 사람

어떻게 하면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파이어족이 된다!-파이어족 준비하기

 

나가는 글 파이어족, 인생 완행열차의 즐거움


2. 인상깊은 구절

 

■ 1장. 교수, 대학이라는 직장을 버리고 파이어족이 되다

월급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걸 인생의 최고 목표로 삼은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그게 기본 전제조건이라 생각했다. 먹고사는 일이 해결되어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먹고살기 위한 돈을 마련하고자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지금 마련한 13억 원의 수익금. 이 돈으로 65세까지의 소득은 보전된다. 그러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하나? 월 200만 원 정도의 연금만으로 살아가야 하나? 그럴 수는 없다. 정년 이후에도 현재의 생활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려고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 13억 원의 돈으로는 부족하다. 더 필요하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돌려본다. 13억 원의 수익금을 CMA 등에 넣는다고 하면 연 2~3%의 이자가 붙는다. 그 이자 수익까지 포함하면 이 돈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은행과 같이 안전한 예금에 두지 않고 계속 투자를 하면 어떨까? 채권 투자 같은 것은 연 5% 수익은 얻을 수 있다. 주식 중에서도 배당주 투자 등을 하면 연 5%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연 5% 이자를 계속 받는다고 하면, 이 돈으로 얼마까지 버틸 수 있을까?

계속 투자를 해서 7% 수익을 달성한다면? 10% 수익이 발생한다면? 그러나 그런 수익률을 추구하면 필연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수익이 아니라 손실이 발생한다.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지금 돈에서 까먹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연 7%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며 플랜을 짜면 곤란하다.

앞으로 생활비로 쓸 돈이라면 높은 수익은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투자처를 위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높은 수익을 얻지 못하면 이 돈으로는 정년 65세 이후에 몇 년 버티지 못한다.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50대다. 나이가 들면 투자수익률은 떨어진다. 지금까지는 5%의 수익은 올릴 수 있었다 해도 나이 60이 넘어서도 그럴 거라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럼 80세 전에 재산이 모두 날아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지금까지는 이렇게 나이 들어서, 정년 이후의 재무계획에 대해 특별히 계산하고 고민한 적이 없었다. 그냥 ‘연금 받으며 잘 살겠지’라고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둘까를 고민하면서 평생의 재무상태를 기획하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 상태에서 노년 빈곤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난 몇십억 원의 재산이 있는 상태인데도 이렇게 고민이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어쨌든 이렇게 저렇게 고민을 해보고 한 가지는 나름대로 결론이 나왔다. 85세까지는 괜찮겠다. 그때까지는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겠다. 정말로 직장을 그만둬도 경제적으로 큰 문제는 없겠다는 결론이었다.

 

일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소득은 부동산 월세 수입, 특허료, 저작권료, 배당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파이어족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이 중 현실성이 있는 것은 부동산 월세 수입이다. 특허료, 저작권료로 생활비를 벌 정도의 사람은 그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달한 사람들뿐이다. 게다가 이건 단기간 수입일 뿐이지, 앞으로 몇십 년 동안 계속해서 생활비가 보장된다고는 할 수 없는 수입이다. 노래가 대히트하면 지금 큰돈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 저작권료가 10년 후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저작권료 수입은 급감한다. 저작권료를 기대하고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배당금은 안정적인 소득일 수 있지만, 이것은 회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그래서 파이어족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익형 부동산을 사서 거기서 월세 받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오피스텔이든, 빌라든, 상가든 부동산을 사서 매월 나오는 월세가 월급을 대체할 정도가 되면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특히 건물주가 되면 일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잘살 수 있는 부자가 되는 것으로 본다. 부동산 월세는 평생 죽을 때까지 정기적으로 수익이 나온다. 또 물가가 오르면 월세도 오른다. 지금 월급 300만 원을 받는다고 하면, 부동산을 구입해서 월 300만 원의 월세 수입이 나올 때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 그게 보통 사람들이 파이어족을 노릴 때 쓰는 방법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 이 방법을 추구했다. 오피스텔을 샀고, 조그만 상가도 구입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오피스텔의 수를 늘렸다. 오피스텔을 4채까지 소유하고 월세를 받았다. 그리고 알게 된다. 이 방법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일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파이어족이 될 수도 없다.

 

일단 월수입을 대체할 정도로 부동산을 산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서울 강남에서 순 월세 수입이 80만 원 정도 나오는 오피스텔은 3억 원 정도 한다. 오피스텔 4채면 12억 원. 12억 원을 들여 오피스텔 4채를 구입하면 월 300만 원 수입이 가능하고 그럼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순수하게 이 정도 월세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일단 자기가 살 집은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 내가 사는 집이 자가여야 하고, 오피스텔 등을 부채 없이 순전히 자기 돈으로만 구입해야 한다. 부채가 있으면 월 이자를 지불하느라 수익이 떨어지고, 내 집에 살지 않으면 월세, 전세금 부담으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자기 살 집을 가지고, 빚이 없이 수익형 부동산을 12억 원 정도 가지고 있어야 월 300만 원 수익이 가능하다. 자기 살 집이 있고 별도로 12억 원이 있으면 그건 이미 부자다. 그런데 월급을 차근차근 모으고 저축을 하면 자기 집과 여윳돈 12억 원을 만들 수 있나?

주식을 하면 가능하다. 아파트 투자를 하면 가능하다. 주식과 아파트 투자는 2배, 3배 오를 가능성이 있다. 어렵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돈이 생기면 차근차근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방식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오피스텔은 안 오른다. 상가도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소위 뜨는 지역이 아니면 오르지 않는다. 주식, 아파트 투자로는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 투자로 부자는 될 수 없다. 이미 부자인 사람이 많은 오피스텔을 구입해서 많은 월세 수입을 올리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오피스텔 투자만으로 자기 집 외 10억 원 이상의 돈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 2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소소한 것들

퇴직금이 얼마 나오나 알아보니 1억 6,000만 원이다. 정식 교수 생활을 15년 했고, 군대 2년이 더해지니 17년이다. 교수가 되고 나서 군대 2년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납부했기에 17년에 해당하는 퇴직금이다. 이 퇴직금 액수를 알고 나서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둔 후 왜 치킨집을 차리는지 알게 된다. 이 정도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으면 딱 치킨집 차리면 맞는 돈이다.

그동안 좀 의심스러웠다. 직장을 다니면 그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다. 1, 2년 하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10년, 20년 동안 일을 하면 그야말로 그 분야 최고 전문가다. 이런 사람들이 정년 전에 퇴직을 하면 자기 지식을 살려 그 분야에 창업을 하면 된다. 엔지니어는 엔지니어 회사를 세우고, 건축 분야에서 일한 사람들은 건축 회사를 세우고, 마케팅 업무를 하던 사람들은 마케팅 회사를 차리면 된다. 자격증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한 분야는 좀 다르다.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관세사, 노무사 등 전문 자격증이 있어야 되는 분야는 아무리 실무 경력이 많아도 이런 자격증이 없으면 창업이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회사에서 일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 회사를 차릴 수 있다.

17년간 다녀서 퇴직금 1억 6,000만 원. 이 금액을 보고 사람들이 왜 자기 전문 분야의 회사를 만들 수 없는지 알게 된다. 이 돈으로는 자기 전문 분야 회사를 만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어떻게든 지금 있는 퇴직금 1억 6,000만 원으로 뭔가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근데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딱 떠오르는 것이 치킨집, 아니면 편의점이었다.

왜 한국에서 치킨집이 엄청나게 많고 또 계속 늘어나는지 알게 된다. 치킨집은 자금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선택지였다. 그리고 또 알게 된다. 내가 지금 파이어족이 된 게 아니라 중도 퇴직당한 거였다면, 그리고 투자라는 별도의 수입원이 없었더라면 퇴직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치킨집밖에 없었겠구나. 서울대 나오고 박사 학위 따고 교수까지 했지만, 지금 내가 돈벌이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건 치킨집뿐이었겠구나. 17년 교수를 하고 내 손에 쥐어진 1억 6,000만 원을 보고 나서 내가 한 생각이다.

 

퇴직을 하면서 퇴직금이냐 연금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퇴직금을 받으면 지금 1억 6,00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돈으로는 치킨집 차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면 연금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내가 연금을 선택하면 65세 이후에 월 100만 원 정도가 나온다. 기본은 65세부터 월 100만 원 정도이지만, 더빨리 받고 싶으면 60세부터도 받을 수 있다. 대신 액수가 준다. 60세부터면 월 70만 원 정도씩 받게 된다.

 

그냥 숫자로 대하는 연금액과 내가 정말로 퇴직하고 받게 되는 연금액은 느낌이 다르다. 숫자로 대하는 연금액은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실제 받게 되는 연금액 앞에서는? 이건 경제적 파탄이다.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금으로는 절대 직장인이었을 때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생활수준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정년 전에 열심히 일하고, 정년 이후에는 연금을 받으며 편안하게 노후를 보낸다. 이게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노후이고 국민연금 정책의 비전이다. 그런데 이 금액으로 편안한 노후가 보장될 리 없다. 월 100만 원으로 무슨 편안한 노후가 되겠나? 정년까지 일해도 국내 여행 한번 맘 편히 다녀올 수 없다. 정년 기념으로 국내 여행 가서 몇십만 원을 써버리면 당장 그달부터 몇 끼 굶어야 한다. 정년 전에 열심히 일하고, 정년 이후에는 굶어 죽지 않을 만큼 연명만 하고 사는 삶. 그게 실제 대부분 사람의 삶이 된다.

 

건강보험도 문제다. 회사를 그만두면 바로 직장건강보험에서 지역건강보험으로 넘어간다. 문제는 지역건강보험으로 넘어가면서 보험료가 훨씬 늘어난다는 점이다. 직장이 없어지면 소득도 없어진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는 늘어난다. 소득이 0이 되는데 건강보험료는 급증하다니, 이걸 누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역건강보험이 직장건강보험보다 더 비싸다는 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더 늘어난 지역건강보험 고지서를 보고 특별히 기분 나쁠 일은 없지 않나? 물론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지식으로 아는 것과 내가 직접 액수가 늘어난 건강보험 고지서를 받아보는 것은 다른 거였다. 막상 고지서를 받아보면 기분이 되게 안 좋다. 나는 기분은 나쁘지만 어쨌든 이 늘어난 금액이 큰 부담은 아니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면서 실의에 잠긴 사람들, 남아 있는 한정된 돈으로 앞으로 어떻게 절약하며 미래를 살아가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를 것이다. 늘어난 건강보험료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보통 1년에 한 번, 아니면 2년에 한 번 계약 기간을 연장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마이너스 통장은 계속 연장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2021년 9월, 나는 나의 마이너스 통장이 더 이상 연장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마 9월 말, 10월 초가 재연장 계약 기간이었던 것 같다. 기간 만기가 되었기에 연장 절차를 거치는데, 거기서 내 마이너스 통장의 재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는 교수였다. 소득이 확실했고 해고당할 일이 별로 없는 안정적인 직장이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이 계속 연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교수가 아니다. 직장이 없는 백수다. 그래서 마이너스 통장 연장이 안 된다고 한다. 내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는 8,000만 원이었다. 그리고 내 계좌는 보통 마이너스 5,000~6,000만 원 정도였다. 한도가 8,000만 원인데 한도 가까이 마이너스를 할 수는 없다. 좀 여유를 두어 마이너스 5,000~6,000만 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 이상 마이너스 통장 연장이 안 된다고 한다. 즉 마이너스 6,000만 원을 모두 갚으라는 이야기다. 9월 말인가 마이너스 통장 만기일 이전에 그 돈을 모두 채워 넣으란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내가 경제적으로 조금이라도 나빠진 게 아닌데 오히려 돈을 갚으라고 요구한다는 점이었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월급과 상관없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이다.

즉 이전보다 경제적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당장 주식 계좌에 들어 있는 금액만 봐도 마이너스 통장의 빚은 충분히 갚을 수 있지 않나. 하지만 나의 재산 상태가 어떤가는 상관이 없다. 교수를 그만두었으니 마이너스 통장을 줄 수 없단다.

 

그때는 주변과 연락하는 일이 급격히 줄면서 연결이 끊어진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았다. 파이어족이 되면 주변과의 연결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었다. 주변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시간은 많아진다. 일하는 사람들은 최소 하루 8시간 일을 한다. 일하는 시간이 8시간인 것이고 출퇴근 시간을 포함하면 그것보다 더 많다. 그런데 그 시간이 빈다. 하루 10시간 가까이가 자유시간이 된다. 아니, 사실은 그것보다 더 많다. 아침 6시나 7시에 일어나는 건 그때 일어나고 싶어서가 아니다. 회사를 가기 위해서다. 저녁을 7시 너머 먹는 건 그 시간에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업무를 끝내고 먹으려니 그 시간에 먹는 것이다. 11시, 12시에 잠드는 건 그 시간에 잠드는 게 좋아서가 아니다. 아침에 학교, 회사를 가려면 그 시간에는 자야 해서다. 그런데 이제 일하러 가지 않아도 된다. 일하는 시간에 맞춰 밥 먹는 시간을 조정할 필요도 없고, 업무 시간에 맞춰 잠자는 시간을 할애할 필요도 없다. 일하는 시간이 없어지면 그야말로 내가 24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회사 업무와 관련된 10시간이 자유시간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자유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자유시간이 많다 보면 곧 알게 된다. 뭘 해도 시간이 남아돈다. 직장을 그만두고 파이어족이 되면, 남는 시간을 주체하기 어렵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처음엔 좋다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평일 낮에 자전거를 타고 싶었고, 드디어 평일 낮에 자전거를 탄다. 한 시간을 넘게 탄다. 그런데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나면 아침 10시다. 영화를 보고 싶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간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낮 1시다. 아직 잘 때까지 12시간이 남았다. 그 시간 동안 뭘 하나? 영화를 하루 종일 본다? 그런데 취미는 일주일에 한두 번 할 때 재미있는 것이다.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영화를 보면 그건 일이 된다. 친구를 만난다? 그런데 친구들은 일을 하고 있다. 아무 때나 만날 수 없다. 설사 만난다 해도 매일, 매주 만날 수는 없다. 여러 친구를 만난다고 해도 여전히 비어 있는 시간은 많다. 그동안 일했던 시간을 대체할 만한 건 없다. 무얼 어떻게 해도 시간이 남는다.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이 끊겨나간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남아돈다는 것.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이후에 차차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어쨌든 이것이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처음에 절실하게 느꼈던 달라진 점이었다.

 

사람들이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고 할 때, 정말로 은퇴한 사람의 삶을 생각할까? 아니다. 더 이상 자기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자기가 정말로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파이어족이 되고자 한다. 일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가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게 포인트다. 그래서 파이어족이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파이어족은 이제 노년이 돼서 더 이상 일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다가 조용히 죽자는 게 아니다. 직장에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살자는 게 파이어족의 진정한 목표다. 그런데 아니었다. 파이어족은 새로운 삶을 사는 삶이라기보다는 그냥 은퇴한 삶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은퇴한 이들이 파이어족이다. 은퇴해서 더 이상 일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안하게 잘 살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이건 은퇴한 사람들의 삶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젊어서, 장년일 때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다음에 유유자적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은퇴자는 극소수다.

 

‘파이어족이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은퇴자는 직장을 그만두며 그런 삶을 꿈꾼다. 하지만 막상 직장을 그만두면 그런 삶이 펼쳐지지 않는다. 파이어족도 마찬가지다. 파이어족을 원할 때는 파이어족이 되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은퇴자는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주어진 예산의 제약하에서 딴짓하지 말고 안분하며 소소하게 살아야 한다. 파이어족도 비슷하다. 파이어족도 앞으로 돈이 늘어날 일이 없다. 지금 있는 돈으로 남은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딴짓하면 안 된다. 소소하게 스스로 만족하면서 지금 현재만을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

여기도 예외는 있다. 돈이 아주 많이 있으면서 파이어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파이어족이 되었다는 사람치고 돈이 그 정도로 많이 있으면서 파이어족이 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돈이 많지 않은 파이어족은 그냥 보통 은퇴자일 뿐이다. 쉽지 않은 은퇴 생활을 보통 사람보다 10년, 20년 더 해야 한다.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라고 세뇌하지 않으면 후회하기 딱 좋다.

 

■ 3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좋은 점

파이어족이 되고 가장 좋은 건 이제 더 이상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누가 시키는 일이 없어지고, 해야 하는 일도 없어진다. 마감을 지켜야 하는 일도, 다른 사람 비위를 맞출 일도 없다. 싫어하는 일, 하고 싶지 않아도 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분명 파이어족의 장점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싫어하는 사람을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원래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보다 싫은 사람과 어울려야 할 때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크다. 직장에서의 트러블은 업무 자체에 대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트러블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그 강도도 세다. 싫어하는 사람과 같은 팀이 되었을 때,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업무를 해야 할 때, 싫어하는 사람이 상사일 때 직장 생활이 어려워진다.

 

파이어족이 된다고 해서 주변에 싫어하는 사람이 모두 없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파이어족은 싫어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을 수 있다. 부담되는 사람, 뭔가 어색한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을 피할 수 있다. 업무를 할 때는 이런 사람이 있어도 본인이 피할 수 없다. 싫은 감정을 숨기고 어울려야만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파이어족은 사람과의 만남도 선택 가능하다.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만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나의 삶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삶에서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데서 나온다. 그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주로 싫어하지 말고 좋아하기, 이해하기다.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서, 싫어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바꾸라고 한다. 싫어하는 사람의 경우 왜 싫어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상대를 이해하라고 한다. 그러면 더 이상 싫어하지 않을 수 있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이런 방안들은 싫어하는 일과 사람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 마음을 바꿔 좋아하라고, 최소한 싫어하지는 말라고 한다. 하지만 파이어족은 싫어하는 걸 좋아하도록 마음을 바꿀 필요가 없다. 싫어하는 건 그냥 하지 않으면 되고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된다.

파이어족이 돼서 가장 좋은 건 이 점이었다. 더 이상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싫은 사람 만나지 않기. 지금 당장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다. 삶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 대부분을 제거하는 방안이다. 후유증도 없다. 파이어족의 만족감은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

 

파이어족이 된 후에도 계속 하는 일이 있다. 대표적인 게 책 쓰기다. 책 쓰는 일은 돈이 안 된다. 프로젝트는 돈이 된다. 하지만 책 쓰기는 정말 돈이 안 된다. 무언가를 쓰는 건 똑같다. 오히려 프로젝트가 쓰는 분량이 더 적다. 그런데 프로젝트는 더 이상 할 수 없고 책은 계속 쓴다. 책 쓰기는 내가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몇 가지 일 중 하나였다. 이건 파이어족이 되기 전에도, 된 후에도 똑같은 소망이고 똑같이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이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을 다닐 때는 못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면 하려고 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파이어족이 된 다음에 정말로 하게 된 것은 별로 없다. 시작하더라도 얼마 못 가 그만두었다.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좋아한 건 아니었던 거다. 사실 정말로 좋아했으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잘해온 일인데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그만둔 일이 있다. 이것도 좋아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정말로 좋아한 건 아닌 일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해온 일인데 파이어족이 된 후에도 계속 하는 일이 있다. 이게 내가 정말로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파이어족이 되기 전에도 후에도 계속 하는 일. 그게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이었다.

내가 나 스스로 파이어족이 된 것에 감사하는 건 이런 측면이다. 나 자신을 새롭게 알게 해주었다는 것,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바라는 게 무엇인지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 나에게는 커다란 가치가 있는 깨달음이었다.

 

결국은 뭔가.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많은 것을 시도했다. 모두 그동안 살아오면서 흥미를 가진 일들, 해보고 싶어 했던 일들이었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해본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 시도한 일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처음 몇 번, 몇 달은 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그 일의 단점, 문제점, 어려운 점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점만 보인다. 하지만 좀 하다 보면 안 좋은 점도 보인다. 그 안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계속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운 점이 나타나면 이건 아니구나 하며 포기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내가 그동안 여기에 대해 관심이 있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정말로 좋아한 건 아니었구나.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고 해도 소용없다. 오래 생각했다고 해도 정말로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나는 이쪽 분야의 사람인데…, 내 적성은 여기인데…’라고 생각해왔어도 별 의미 없다. 소질이 있다고 해서 정말로 그쪽 분야에 몸담고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내가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나이 오십이 넘도록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않을 리가 없다. 정말로 좋아했다면 파이어족이 되기 전에 이미 시도하고 계속 행동했을 것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까지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아니다.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제일 좋은 점이 무어냐고 누가 물어보면 첫 번째 대답은 싫은 일 하지 않아도 되기다. 두 번째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게 무언지 알게 된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고, 자본주의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파이어족이 돼서 좋은 게 뭐지? 이전 생활에 비해 더 나아졌다고 생각되는 게 뭐지? 별로 없다. 파이어족이 되는 건 그냥 생활 패턴이 달라진 것일 뿐이다. 매일매일 직장에 가서 업무를 하는 삶에서 그런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을 뿐이다. 많이 변한 것 같은데 막상 보면 별로 변한 게 없다. 사실 직장 생활은 평생 하는 게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은퇴하기 전까지, 한 30년간 하는 일일 뿐이다. 인생 80년이라고 하면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서 일하지 않고 사는 기간이 오히려 더 길다. 인생 100년이면 일하면서 사는 기간이 훨씬 더 짧다. 직장일을 하지 않는 게 긴 인생에서 볼 때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직장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삶 전체가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는 뜻이다. 솔직히 대답한다. “이 세 가지 말고는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사람들이 파이어족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단지 싫어하는 일, 직장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 아니다. 맘대로 살고, 맘대로 쓰고, 맘대로 여행 다니는 삶을 바라는 것이다. 이건 파이어족 생활이 아니다. 진짜 큰 부자의 생활이다. 사람들은 파이어족이 큰 부자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파이어족은 단지 일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 맘대로 돈을 쓰며 생활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파이어족의 일상생활은 그냥 직장을 다닐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현대의 행복 연구에서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은 자기 일에서의 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 중 하나가 통제감이다. 자기가 주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 자기가 현재 상황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느낌이 행복에서 중요하다. 상황을 통제한다는 건 내가 자율적이라는 의미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내 삶을 결정한다. 이럴 때 사람은 적극적이 되고 자유 인간이 된다. 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주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하면 무기력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의해 내 운명이 결정되고, 사회 환경에 따라 나의 상황이 정해진다. 이때 나는 소극적이 되고 그냥 기다리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주위에 끌려가기만 할 뿐이라는 느낌, 이런 상태에서도 그런대로 살아갈 수는 있지만 행복은 느끼기 힘들다.

 

파이어족이 되면 모든 게 나의 결정이다. 몇 시까지 회사에 와야 한다, 몇 시까지 회사에 있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해야 한다, 휴가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다 등등의 제약이 없다. 내가 일하고 싶은 날이 일하는 날이고, 내가 쉬고 싶은 날이 쉬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등산을 가고 싶으면 등산을 가면 되고, 연극이 보고 싶으면 연극을 보면 된다. 길거리 카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가고 싶으면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된다.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한 달을 어떻게 보낼지를 자기가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완전한 자유, 그로 인한 자기 생활에 대한 통제감이다. 이 통제감이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다.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처음에는 하루하루 새롭게 할 일을 정하고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여행을 가고,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또 하루는 서점을 가고, 또 하루는 뮤지컬을 보는 식이다. 그날그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생활이다. 좋은 것 같은데 이런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계획하는 건 굉장히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보통 사람들이 새로운 계획을 짜는 일이 얼마나 될까? 여행을 갈 때 계획을 짜는 일, 아니면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할 때 계획을 짜는 일 정도다. 그런데 여행 계획을 짤 때 얼마나 에너지를 소비하나. 어디를 갈지, 어디서 자고 먹을지를 광검색을 하면서 찾는다. 이런 건 어쩌다 하는 거다. 매일매일 이렇게 뭘 할지를 검색하고 계획을 짜면 피곤해진다.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건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리 준비하는 것도 만만찮다. 보통 사람들은 1년에 새로운 일 하나 시도하기도 힘들다.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매일, 매주, 매달 오늘은 뭘 할까, 이번 주는 뭘 할까, 이번 달은 뭘 할까 계획하고 준비하고 또 실행하는 삶을 생각해보라.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행복하기는 하겠지만, 매일 이러고 살면 지친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것들을 새로 시도하지만 곧 패턴이 정해진다. 오전에는 뭘 하고, 오후에는 뭘 하고, 저녁에는 뭘 하고, 또 일주일에 한 번은 뭘 하고 등등의 루틴이 정해진다.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그 루틴대로 산다. 처음 루틴을 만들 때는 자율성, 통제성이 있기 때문에 행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날그날의 루틴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그런 자율성에 의한 행복감은 느끼기 힘들어진다. 그냥 하루하루의 ‘루틴’한 생활일 뿐이다. 그래서 파이어족이 되고 2년이 지난 지금은 그 자율성, 스스로에 대한 통제감의 기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익숙해지니 잊어버리게 된 것일 거다. 어쨌든 지금은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는다.

 

부자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자. 연봉이 얼마냐, 재산이 얼마냐는 건 제쳐두고, 오래전부터 내려온, 그리고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인정되는 부자의 기준은 무얼까? 일단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다. 일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면 부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파이어족, 부동산 월세 생활자, 연금 수입자 등은 모두 일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부자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일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부자의 첫 단계다. 그다음 단계가 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갈빗집에 가서 한우 꽃등심이 1인분에 10만 원일 때, “이거 비싸서 안 되겠다. 5만 원짜리 보통 등심으로 먹자”라고 한다면 부자가 아니다. 한우 꽃등심보다 그냥 한우 등심이 더 먹고 싶어서 한우 등심을 골랐다면 괜찮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한우 등심을 골랐다면, 그러니까 가격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건 진짜 부자가 아니다.

 

나는 일은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선택할 때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 너무 비싼 건 사지 말아야 한다.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그냥 다 마음대로 했다간 나중에 생활비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벌어질 거다.

 

어쨌든 이제는 알게 된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부자와 돈에 구애받지 않는 생활을 하는 부자는 그 수준이 다르다. 나는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되기는 하였지만, 진짜 부자가 되기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걸 파이어족 생활을 시작하고 난 후에야 알게 된다.

 

■ 4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나쁜 점

결국 파이어족이 되면 혼자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을 만날 일이 있다 해도 잠깐일 뿐이다. 직장을 다니거나 일을 하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하루 8시간 이상, 한 달에 20일 이상, 일 년에 240일 이상 다른 사람과 얽힌다. 그러나 파이어족이 되면 다른 사람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야 한 달에 몇 번이다. 물론 자기가 나가서 무언가 일을 벌인다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뭔가 일을 하면 그건 이미 파이어족이 아니지 않나. 일이 아닌 취미, 교류만으로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기 힘들다. 일은 다른 사람들과 얽히는 주된 통로였다.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과 만날 일이 생기는 것이지, 일이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만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대로 지내다 보면 이게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제 모든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거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건 모두 내 책임이다. 내가 하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고, 내가 못해서 문제다. 모든 게 나 때문이다. 잘된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참 행복하다. 그런데 세상일이라는 게 잘되는 것보다는 잘 안 되는 게 더 많다. 잘 안 되는 건 모두 내가 잘하지 못해서다. 파이어족이 되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이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이게 굉장히 기분이 안 좋다.

 

내게 지금 무슨 문제가 있을 때 그 원인을 직장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사회제도 때문에, 대통령 때문에, 헬조선 때문에로 돌리면 사실관계가 어떻든 마음은 편하다. 그런데 파이어족이 되고 나니 그런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나에게 발생하는 모든 일은 나 때문이고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상 나 자신을 비판한다. 그러니 행복하기 어렵다.

 

항상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는 내가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나에게 연락이 오고, 그러면 내가 데리러 가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지금 보던 책 마저 봐야 해”라면서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하고 약속이 있으면 그런 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약속 중에서 업무와 관련된 약속은 거의 없다. 대부분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와의 약속이다. 일과 관련된 약속이 아니라 노는 것과 관련된 약속이라는 뜻이다. 일과 관련된 약속, 업무 관련 약속을 깨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친구와 노닥거리기 위한 약속은 우선권이 없다. 약속을 취소하고 애를 데리러 가야 한다.

 

일을 그만두고 파이어족으로 몇 달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직장 동료들만 나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 외 다른 사람들도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직장에서만 더 이상 ‘예, 예’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도 ‘예, 예’ 할 필요가 없다. 경제적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파이어족으로 살면서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하고의 향후 관계를 의식하며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었다. 직장, 업무와 관련된 사람만이 아니라, 그 외 다른 사람들하고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주고받음을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정말로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냥 자신의 솔직한 감정대로 살아도 되니 좋은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회 기준으로는 그런 사람은 그냥 망가진 사람이다. 스스로 이런 자신을 인식하고 자제하지 않으면 그냥 망가진 사람이 되고 만다.

 

난 파이어족이 되고 난 후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더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따져보니 했다고 할 만한 게 없다. 학교 강의와 행정 업무, 그리고 논문, 프로젝트를 하는 일이 사라졌다. 그럼 그만큼 많은 시간이 생겼을 것이다. 강의, 논문, 프로젝트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 일들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그 대신 뭔가 다른 것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없다. 논문, 프로젝트와 학교 업무를 대체할 만한 성과가 없는 것이다. 한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책은 계속 읽고 있고 여행도 계속 다닌다. 책도 계속 쓰고 있어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3권 정도 출간했다. 이걸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만 있는 건 아니다. 뭔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은 파이어족이 되기 전에도 똑같이 했다는 점이다. 파이어족이 되기 전에도 1년에 2권 정도의 책을 썼다. 파이어족이 되고 난 다음에 더 나아지거나 증가된 게 없다.

 

결국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다. 난 파이어족이 되고 난 후 하는 일이 굉장히 줄었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과라 할 만한 일은 별로 없다. 어떻게 보면 좋은 변화라고 볼 수도 있다. 좀 더 여유 있게 산다는 것이고 쫓기지 않고 산다는 것이다. 뭔가 하려고 무리하지 않고 몸에 맞게 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 5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들었던 대표적인 질문들

이건 꿈과 버킷리스트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버킷리스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들이다. 그냥 보면 버킷리스트가 꿈인 것 같다. 하지만 다르다. 꿈은 자기 인생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버킷리스트는 살아가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이다.

 

나는 분명 파이어족이 되기를 원했다. 직장을 그만두기를 원했고,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추구했다. 파이어족이란 단어가 일반화되기 전부터, 그러니까 굉장히 오래전부터 이런 상태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파이어족이 되는 게 나의 꿈은 아니다. 파이어족이 되는 건 오랫동안 추구한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파이어족이 나의 꿈이라고는 할 수 없다.

 

파이어족이 되는 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때까지는 순수히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고 주위 환경에서 요구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아침에 일하러 나가 퇴근할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 내가 쉬고 싶은 날에 쉬지 못하고, 직장이 쉬는 날인 토요일, 일요일에 쉬어야 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출퇴근 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소 10시간 이상은 직장 관련해서 할애해야 한다

 

파이어족이 되면 이제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이 없어진다. 그 시간을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은 꿈을 추구하고 싶어도 꿈을 추구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 꿈을 추구할 시간이 생긴다. 이제 본격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던 일들을 실천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파이어족이 되는 건 꿈을 달성한 게 아니라 꿈을 본격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꿈의 종착점이 아니라 꿈의 시작점이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만 있던 꿈,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만 추구할 수 있었던 꿈을 이제 온전히 추구할 수 있는 시작점에 서 있는 것이다. 누군가 파이어족이 되었다고 하면 “꿈을 달성했네”라고 하기보다는 이렇게 말해주자. “이제 새로운 시작이네. 잘해봐.”

 

“행복해졌는지는 모르겠고, 불행감은 분명 줄어들었다.” 이게 행복해졌느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 6장. 파이어족이 되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 '돈, 돈, 돈'

'재벌은 아니더라도 몇십억 원, 몇백억 원을 가진 사람들은 돈 걱정을 하지 않고 편하게 살겠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돈 걱정을 더 하면 더 했지 적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 돈 걱정을 하기는 하는데 그 내용이 같지는 않은 것이다. 매달 생활비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여행을 가는데 예산이 얼마여야 하나를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돈이 들어오는 사업이 앞으로 5년 후, 10년 후는 어떻게 될까, 그때 매출과 이익이 어떻게 될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 커질 수 있을까 등등의 생각은 더 많이 할 것이다. 보통 직장인은 하지 않는 고민이다. 직장인은 해야 하는 업무들이 있어서 그 시간 동안에는 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은 시간도 많아서 돈 걱정도 더 하고 돈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파이어족, 부자는 돈 걱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돈에 더 매이는 존재들이었다.

 

■ 7장. 파이어족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기

크로노스는 시간을 양적으로 측정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근을 하고 9시에 회사에 도착해서 저녁 6시까지 일을 한다. 퇴근을 하면 저녁 7시이고 식사를 하고 정리를 하면 저녁 8시가 된다. 이러면 하루 13시간 동안 계속 움직이고 무언가를 했다. 하루 13시간, 이 개념이 크로노스다. 오전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하고, 주민센터에 가서 인감증명 서류를 떼고, 은행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면서 대출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을 했다 하자. 하루 종일 여러 군데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크로노스 개념으로 오랜 시간 많은 일을 한 것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좀 다르다. 카이로스는 시간을 질적으로 측정한다. 내가 뭘 하고자 하는가, 나의 목적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나의 요즘 생활에서 하고자 하는 게 영어 실력을 높이는 거라 하자. 그럼 병원에 가고 은행에 가고 주민센터를 간 건 아무 의미가 없는 시간이다. 도중에 영어 학원 1시간을 가고, 집에서 영어책을 30분 보았다고 하면 이날은 1시간 30분이 무언가를 한 시간이다. 이렇게 계산하는 게 카이로스다.

 

돈이 필요 없다고 하는 사람, 돈이 싫다고 하는 사람, 돈이 좋다고 하는 사람, 돈이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 모두 다 돈이 많아져 보면 분명 달라지는 게 있다. 과거와는 다른 생활과 사고방식, 가치관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분명 이전에 비해 ‘레벨업’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파이어족이 되었다고 어쩌고저쩌고하고 있지만, 정말로 나에게 영향이 크고 중요한 건 파이어족이 된 게 아니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큰돈을 번 것이다. 정말로 돈에 대해 자유롭게 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평소 생활비와 관련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지출할 수 있는 돈을 번 게 나를 변하게 했다.

 

돈 많은 파이어족과 돈 많은 직장인 중에서는 돈 많은 직장인이 낫다고 본다. 돈 많은 직장인은 정말로 그 일이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돈도 있고, 돈과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게 가장 좋다. 그리고 ‘돈 있는 직장인이냐, 돈 없는 파이어족이냐’라고 한다면, 돈 있는 직장인이 낫다. 중요한 건 직장인이냐 파이어족이냐가 아니다. 돈이 있느냐 없느냐다. 그냥 돈이 있느냐가 아니라, 자기 삶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으냐다. 쉽게 말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부자냐 아니냐다.

 

파이어족에 맞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일단 하고 싶은 일이나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건 없으면서 그냥 지금 직장 다니는 게 싫어서 파이어족이 되고자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파이어족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서 지내는 외톨이가 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건 좋은데, 정말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 사람은 망가진다.

 

둘째, 사회적 지위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파이어족이 안 되는 게 좋다. 파이어족이 되면 주위에서 놀라워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듣고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처음뿐이다. 파이어족으로 지내다 보면 곧 알게 된다. 파이어족은 그냥 백수다. 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일 뿐, 그 실상은 그냥 백수, 한량이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실업자, 집에서 주는 용돈으로 그냥저냥 살아가는 한량과 겉으로 아무 차이 없다.

 

이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파이어족이 되어도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한량, 백수, 무능력자로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파이어족이 안 되는 게 좋다.

 

셋째, 자기관리를 잘 못 하는 사람이 파이어족이 되면 곤란하다. 여기서 자기관리는 보통 말하는 자기관리보다 좀 범위가 넓다.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지키는 자기관리다.

 

파이어족이 되어도 괜찮은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파이어족이 된 다음에 파이어족이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 ‘그냥 직장 계속 다닐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시 일할 직장을 찾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앞에서 말한 파이어족이 되면 곤란한 사람들과 반대되는 사람들이다. 뭔가 하고 싶은 게 많아야 한다. 직장일과 관계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 특히 돈과 관계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다. 또 주위의 시선이나 평가와 무관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다. 사회적 평가, 사회적 지위,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 파이어족으로 잘 지낼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돈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돈이 없어도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지 않나?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돈이 더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제대로 잘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 수 없다. 은퇴 전에는 돈이 없어도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알게 모르게 그 부담을 남에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은퇴한 다음은 아니다. 돈이 없으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다. 돈이 먼저고, 좋아하는 일은 그다음이다.

 

돈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이 두 가지가 은퇴한 후의 삶, 파이어족이 되고 난 다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혹자는 건강도 중요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물론 건강도 중요하다. 그런데 건강은 은퇴 전에는 중요하지 않다가 은퇴 후에는 중요해지는 게 아니다. 은퇴 전이나 후나 계속 중요하다. 그런데 돈과 좋아하는 일의 중요성은 은퇴 전과 은퇴 후가 달라진다. 은퇴 전에도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은퇴 후에는 자기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은퇴 전 생각과 은퇴 후 생각이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돈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른 중요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돈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있으면 어떻게든 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은퇴 후, 파이어족이 되고 난 후 중요한 건 돈과 진짜 좋아하는 일, 이 두 가지라고 본다.


3. 요약

 

▶ 1장.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현실적 재무 계획과 수익 구조

■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정교한 재무 계획이 필요하며, 단순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는 파이어족이 되기 어렵다. 파이어족(FIRE)을 목표로 직장을 그만두려면,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이후에야 진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13억 원의 수익금으로 65세까지는 버틸 수 있으나, 정년 이후에도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추가적인 재무 계획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은 5% 내외로 잡아야 하며, 7% 이상의 고수익은 리스크가 크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투자수익률은 감소하고, 예상 수명까지의 지출을 고려한 정밀한 재무 시뮬레이션이 필수다.

■ 현실적으로 가능한 무노동 소득은 부동산 월세뿐이며, 특허료나 저작권료, 배당금은 불안정하거나 진입장벽이 높다. 오피스텔 투자만으로는 자산 증식이 거의 불가능하다. 자기 집 외 10억 원 이상 자산을 형성하려면 아파트나 주식 투자처럼 가치 상승이 가능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 2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마주한 현실적 문제와 삶의 변화

 

파이어족은 자유로운 삶이 아니라, 은퇴자의 삶이다. 돈이 많지 않다면 딴짓 없이 안분지족하며 살아야 한다.

 

■ 퇴직금과 현실의 벽

17년 교수직 퇴직금은 1억 6,000만 원. 이 돈으로 전문 창업은 거의 불가능. 현실적 선택지는 치킨집이나 편의점. 많은 사람들이 치킨집을 여는 이유는 자금 제약 때문...

 

연금의 한계

65세부터 월 100만 원밖에 못받고, 60세부터 받고싶으면 월 70만 원 받아야 함... 숫자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제 체감은 경제적 파탄 수준. 정년 이후의 연금 생활은 연명이며, 안정된 노후가 아님.

 

건강보험료 충격

직장보험에서 지역보험으로 바뀌며 보험료 급증.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고지서를 받으면 심리적 타격이 크다.

 

■ 마이너스 통장의 불연장

교수직일 땐 연장되던 한도 8,000만 원 마이너스 통장이, 퇴직 후 백수 신분이 되자 연장 불가. 자산 상태와 무관하게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신용이 사라짐.

 

시간의 자유와 공허함

하루 10시간 이상이 자유시간으로 생기지만, 의미 있는 활동으로 채우기 어려움. 하고 싶던 취미도 금세 일상이 되면 지루해지고 공허함.

친구는 일하고, 사회적 연결은 끊기며 고립감 심화.

 

파이어족의 착각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는 삶"을 꿈꾸지만, 실제론 자금 제약 아래 안분지족해야 하는 은퇴자의 삶. 돈이 아주 많은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은 소소하고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함. ‘나는 행복하다’는 자기 암시 없이는 후회할 가능성도 큼.

 

 

3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좋은 점

파이어족이 된 후 가장 큰 변화는 하기 싫은 일과 싫은 사람을 피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 경험이다. 하지만 파이어족의 생활은 흔히 상상하는 '부자'의 삶과는 다르며, 자율성과 통제감은 루틴 속에서 점차 무뎌진다.

 

■ 싫은 일과 사람에서의 해방

가장 큰 장점은 ‘싫은 일, 싫은 사람을 피할 수 있다’는 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비롯됨. 파이어족은 이런 관계를 선택적으로 끊을 수 있는 자유가 있음.

 

좋아한다고 생각한 일 vs. 정말 좋아하는 일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었던 일을 실제로 시도해보지만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함.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파이어족이 되기 이전에도 이미 했던 일이라는 것을 깨달음.

→ 파이어족이 된 후에도 계속하는 일 = 진짜 좋아하는 일.

 

■ 삶의 통제감과 자율성

파이어족이 되면 삶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통제감을 얻음. 하지만 매일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건 에너지가 많이 들고, 결국 루틴이 생김. 루틴이 자리 잡히면 통제감에 대한 행복감도 점차 희미해짐.

 

진짜 부자와의 차이

파이어족은 '일하지 않아도 살 수는 있는 사람'. 하지만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님. 가격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삶은 진정한 부자의 삶은 아님. 파이어족과 진짜 부자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음.

 

 

4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나쁜 점

파이어족이 되면 시간과 선택의 자유는 얻지만, 인간관계의 단절과 모든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외로움과 무력감을 마주하게 된다.

 

사회적 고립

일을 그만두면 타인과의 접점이 줄어들고, 취미나 교류만으로는 지속적인 만남이 어렵다. 일은 인간관계를 지속시키는 가장 강력한 통로였다.

 

자유의 역설

이제는 모든 일을 자기가 원해서 하거나 안 한 것이므로, 잘 안 되는 모든 일의 책임도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 핑계를 댈 대상이 없다.

 

■ 심리적 부담

외부 탓을 할 수 없어 끊임없이 자신을 비판하게 되고, 이는 행복을 느끼는 데 장애가 된다.

 

경제적 독립의 부작용

아무에게도 ‘예’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삶은 일견 자유롭게 보이지만, 인간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무의식적 균형이 깨진다. 내키는 대로 사는 삶은 자제력이 없으면 사회 기준에서는 ‘망가진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또한 시간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파이어족이 되기 전과 비교해 눈에 띄는 새로운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일은 줄었고, 그 시간만큼의 대체 활동도 부족했다.

 

 

 

▶5장.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받은 질문들, 그리고 ‘꿈’과 ‘버킷리스트’의 차이

 

파이어족이 되는 것은 인생의 ‘꿈’이 아니라 ‘버킷리스트’ 중 하나일 뿐이며, 오히려 꿈을 진지하게 추구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 꿈 vs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는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이고, 꿈은 인생의 목적이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파이어족은 버킷리스트이지 꿈은 아니다.

 

■ 파이어족은 끝이 아니라 시작

파이어족이 되면 더 이상 생계를 위한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억눌렸던 시간에서 해방되어 이제 비로소 자신의 진짜 꿈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환경과 제약 속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는 출발선에 선 것이다.

“파이어족이 되면 꿈을 이룬 거네”라는 말은 오해다. 정확히는 “이제 새로운 시작이네. 잘해봐.”라고 말해주는 것이 맞다.

 

“행복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행감은 줄어들었다.” 이는 행복이 절대적인 것이기보다는, 상대적인 불행의 해소로부터 오는 감정임을 시사한다.

 

 

▶6장. 파이어족이 되어도 벗어날 수 없는 ‘돈’에 대한 집착과 걱정

돈이 많아지면 돈 걱정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돈 걱정의 양상만 바뀔 뿐 근본적으로는 계속된다. 파이어족이나 부자라고 해서 돈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일반인은 당장 쓸 돈과 생활비, 소비의 범위를 걱정한다. 부자나 파이어족은 미래의 자산 유지, 수익 창출 지속 가능성 등을 걱정한다.

 

직장인은 업무 시간 동안 돈 걱정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많고 시간이 많은 사람은 돈 걱정에서 벗어날 틈조차 없다. 파이어족이나 부자는 돈이 없어도 불안하고, 많아도 불안한 존재다. ‘파이어족 = 돈 걱정 없는 자유인’이라는 환상은 실제와 거리가 있다.

 

 

▶7장. 파이어족의 일상과 파이어족으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

파이어족이 된 후에도 삶의 질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파이어족이 되어도 돈과 자기 관리, 삶의 목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 크로노스 vs 카이로스의 시간

- 크로노스: 시간의 양을 기준으로 측정 (예: 병원·은행·주민센터 등 바쁜 일정)

- 카이로스: 시간의 질, 의미를 기준으로 측정 (예: 꿈이나 목표를 위한 시간)

 

파이어족의 본질은 ‘돈이 많은 상태’

일하지 않아도 생활비 걱정 없이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삶을 바꾼 핵심! 파이어족이 되었다는 사실보다, ‘돈이 있는 상태’가 더 결정적이다. 파이어족보다 더 좋은 건 ‘돈 많은 직장인’이다.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돈이 아니라 진짜 좋아서인 사람은 이상적인 상태. 핵심은 직장 여부가 아니라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금력

 

■ 파이어족이 되면 안 되는 사람 유형

1. 의욕 없음: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단지 직장이 싫어서 도피하는 경우

2. 사회적 시선에 민감한 사람: 처음엔 부러움 사지만, 곧 ‘백수’로 인식됨

3. 자기관리 부족: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무너지기 쉬움

 

파이어족이 잘 맞는 사람 유형

1. 하고 싶은 게 명확하고 많으며, 돈과 상관없이 열정을 가진 사람

2.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삶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

3. 자기 주도적이고 일상의 규칙을 스스로 만드는 데 능숙한 사람

 

‘좋아하는 일 vs. 돈’

좋아하는 일만으로는 은퇴 후 삶을 꾸리기 어렵다. 돈이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은퇴 후 삶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돈과 좋아하는 일이다. 먹고살기 위한 돈이 아닌, 자유로운 선택을 위한 자금력이 필요하고, 돈이 있어야 그것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확보되어야 다른 모든 것도 자연히 해결된다.


4. 깨달은 점 & 적용할 점

 

1

그냥 숫자로 대하는 연금액과 내가 정말로 퇴직하고 받게 되는 연금액은 느낌이 다르다. 숫자로 대하는 연금액은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실제 받게 되는 연금액 앞에서는? 이건 경제적 파탄이다.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금으로는 절대 직장인이었을 때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생활수준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정년 전에 열심히 일하고, 정년 이후에는 연금을 받으며 편안하게 노후를 보낸다. 이게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노후이고 국민연금 정책의 비전이다. 그런데 이 금액으로 편안한 노후가 보장될 리 없다. 월 100만 원으로 무슨 편안한 노후가 되겠나? 정년까지 일해도 국내 여행 한번 맘 편히 다녀올 수 없다. 정년 기념으로 국내 여행 가서 몇십만 원을 써버리면 당장 그달부터 몇 끼 굶어야 한다. 정년 전에 열심히 일하고, 정년 이후에는 굶어 죽지 않을 만큼 연명만 하고 사는 삶. 그게 실제 대부분 사람의 삶이 된다.

 

우리나라의 노후 대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금을 아무리 열심히 내더라도 실제로 은퇴 후에 우리에게 돌아오는 돈은 고작 밥값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5060 세대가 은퇴하였을 때에도 현실이 이러한데, 우리 세대가 은퇴할 때쯤 되면 연금은 고갈되어 우리가 낸만큼은 커녕 절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설사 낸 만큼 받는다고 하더라도 30년 뒤 물가상승률 (화폐가치 하락율)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받는 가치는 그만큼 더 줄어들게 된다. 즉, 연금만 믿고있다가는 편안한 노후는 커녕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저자가 실제로 퇴직연금액을 받으며 느낀 부분들을 보며 추상적으로 느꼈던 부분이 아주 구체화 되었다. 노후대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적용

노후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노력은 선택이지만, 나의 노후대비를 위해서 지금 하는 투자는 필수다.

 

2

사람들이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고 할 때, 정말로 은퇴한 사람의 삶을 생각할까? 아니다. 더 이상 자기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자기가 정말로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파이어족이 되고자 한다. 일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가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게 포인트다. 그래서 파이어족이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파이어족은 이제 노년이 돼서 더 이상 일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다가 조용히 죽자는 게 아니다. 직장에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살자는 게 파이어족의 진정한 목표다. 그런데 아니었다. 파이어족은 새로운 삶을 사는 삶이라기보다는 그냥 은퇴한 삶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은퇴한 이들이 파이어족이다. 은퇴해서 더 이상 일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안하게 잘 살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이건 은퇴한 사람들의 삶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젊어서, 장년일 때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다음에 유유자적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은퇴자는 극소수다.

(중략)

결국은 뭔가.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많은 것을 시도했다. 모두 그동안 살아오면서 흥미를 가진 일들, 해보고 싶어 했던 일들이었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해본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 시도한 일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처음 몇 번, 몇 달은 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그 일의 단점, 문제점, 어려운 점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점만 보인다. 하지만 좀 하다 보면 안 좋은 점도 보인다. 그 안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계속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운 점이 나타나면 이건 아니구나 하며 포기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내가 그동안 여기에 대해 관심이 있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정말로 좋아한 건 아니었구나.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고 해도 소용없다. 오래 생각했다고 해도 정말로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나는 이쪽 분야의 사람인데…, 내 적성은 여기인데…’라고 생각해왔어도 별 의미 없다. 소질이 있다고 해서 정말로 그쪽 분야에 몸담고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내가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나이 오십이 넘도록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않을 리가 없다. 정말로 좋아했다면 파이어족이 되기 전에 이미 시도하고 계속 행동했을 것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까지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아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나면 하고싶은게 참 많다. 지금까지는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이걸 한다고 해서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돈이 될 수 있까?'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을 하지 않고 계속 미뤄왔다. 그런데 저자의 은퇴 후 경험이 정말 뼈를 때린다...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막상 실제로 해보면 내가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만약 정말 하고싶었던 일이라면 사실 은퇴 전에도 얼마든 시도해보고 행동해봤지 않았을까...

'은퇴 후에 이걸 하면 행복할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은퇴 후 내가 꿈꿨던 것들을 시도했는데 그게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라면 꽤 실망감이 클 것 같다. 아직은 내게 은퇴는 먼 미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무조건 다 '은퇴 후'로 미루기보다는,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시도해보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용

여행, 운동, 배움 등 모든 것들을 다 '은퇴 후에 자유로워지면 해야겠다'고 마음먹지 말자.

지금은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지만, 어느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하나둘씩 시도해보자.

그리고 정말 '이걸 했을 때'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겹겹이 쌓였을 때 당당히 은퇴하자!

 

 

3

파이어족이 된다고 해서 주변에 싫어하는 사람이 모두 없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파이어족은 싫어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을 수 있다. 부담되는 사람, 뭔가 어색한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을 피할 수 있다. 업무를 할 때는 이런 사람이 있어도 본인이 피할 수 없다. 싫은 감정을 숨기고 어울려야만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파이어족은 사람과의 만남도 선택 가능하다.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만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나의 삶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중략)

 

일을 그만두고 파이어족으로 몇 달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직장 동료들만 나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 외 다른 사람들도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직장에서만 더 이상 ‘예, 예’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도 ‘예, 예’ 할 필요가 없다. 경제적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파이어족으로 살면서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하고의 향후 관계를 의식하며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었다. 직장, 업무와 관련된 사람만이 아니라, 그 외 다른 사람들하고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주고받음을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정말로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냥 자신의 솔직한 감정대로 살아도 되니 좋은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회 기준으로는 그런 사람은 그냥 망가진 사람이다. 스스로 이런 자신을 인식하고 자제하지 않으면 그냥 망가진 사람이 되고 만다.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가 '일'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라고 한다. 군대에서 생활할 때에도 훈련이나 생활 자체때문에 힘든게 아니라 바로 사람 때문에 힘든 것이다. 그런데 집단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한 이건 절대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답은 은퇴밖에 없다. 눈치보고, 비위를 맞추고 하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고 소모적인 일이란 걸 너무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말한 파이어족의 장점이 꽤나 크게 다가왔다.

사실 사람은 집단생활을 하며 눈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맞게 본인도 자신의 행동을 맞춰나가는 성향이 있다. 나또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민폐가 되지 않게 튀지 않게 살아가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런데 파이어족이 되고나서 그런 집단 생활에서 벗어나면 눈치볼 일이 없으니 자유로워 질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자칫 통제를 잘못하면 스스로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4

사회적 지위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파이어족이 안 되는 게 좋다. 파이어족이 되면 주위에서 놀라워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듣고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처음뿐이다. 파이어족으로 지내다 보면 곧 알게 된다. 파이어족은 그냥 백수다. 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일 뿐, 그 실상은 그냥 백수, 한량이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실업자, 집에서 주는 용돈으로 그냥저냥 살아가는 한량과 겉으로 아무 차이 없다.

 

이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파이어족이 되어도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한량, 백수, 무능력자로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파이어족이 안 되는 게 좋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중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인 존경 욕구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커진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본인이 인풋을 쏟는 영역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다보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것을 타인에게 나눠주고 싶어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내가 가치있는 것을 생산하고, 내가 생산한 것이 타인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있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성취감과 인정 두 가지를 모두 쥐고싶어 한다는 걸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파이어족이 되어 마냥 편하게만 살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 이후에도 내가 스스로 가치있는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내가 잘하는 분야를 개발해야겠다고 느낀다.

 

🎬적용

은퇴 후에 마냥 편하게 놀러만 다니는 삶은 내가 꿈꾸는 삶이 아니다.

은퇴 이후에도 스스로 가치있는 것을 생산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나의 강점을 개발해야겠다.

나는 너나위님 같은 부동산 전문가가 되어, '간절히 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댓글


어센드user-level-chip
25. 07. 27. 13:2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